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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Jul 24. 2021

좋아하는 곳에 산다는 건

처음 만난 사람이나 숙소 손님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이 있다.


“왜 제주도에서 살고 싶으셨어요?”


나는 “제주도 하늘이 너무 예뻐서 실컷 보면서 살고 싶어서요”라고 답한다.

조금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고 지나친 낭만주의자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제주도 하늘이 첫 번째 이유였다.


3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도를 한 달 동안 혼자 여행을 했었다.

때는 10월이었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노래의 제목처럼 10월의 제주도는 바람도 햇볕도 날씨도 근사했다.

10월의 제주도 하늘은 유독 파랗고 구름은 양 떼처럼 뭉게뭉게 떼를 지어 이동을 한다.

그 하늘을 머리 위에 두고 걷고 걷고 또 걸었던 그 여행은 한 달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서도 잔상처럼 머릿속에 남았고 결국 나를 이렇게 제주도로 내려와 살게 하고 있다.


살다 보면 어느 곳에 살든 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만, 좋아하는 곳에 산다는 건 조금 더 좋은 쪽의 거기서 거기.

제주도에 살아도 똑같이 일에 치이고 사람에게 다치고 쳇바퀴 돌듯 어제의 하루와 오늘이 닮아져 돌고 돌지만 일에 치여도 집 앞바다로 가 끝없는 바다를 보면 숨통이 트이고, 사람에게 다쳐도 숲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싱그럽게 맞이해주고, 하루를 지루할 틈 없이 매일 다른 색으로 채워주는 하늘이 있다.


좋아하는 곳에 산다는 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나에게 기운을 북돋아주고 버틸 힘을 주는 것.


나에게 살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곳이 제주도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제주도가 아닌 서울일 수도, 부산일 수도,  다른 곳이거나 어쩌면  나라를 벗어난 외국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살면서 살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곳을 찾게 된 것부터가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그곳이 어디든 각자 좋아하는 곳에 살면서 좋아하는 곳이 주는 힘과 위로를 다들 얻고 계셨으면 좋겠다.


지금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이런 풍경과 맞닿드리면 생각하게 된다. ‘아 내가 이거 보려고 여기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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