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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유은 Jun 17. 2019

5. [review] 소크라테스의 변론

변정정희 작가 인터뷰 그 후.

나는 왜 본업인 심리치료사와 아무 상관없는 웹 소설 작가를 하고 있을까.


‘직업 인터뷰’를 누가 하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니고, 인터뷰해서 글 쓰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대체 뭘 믿고 쓰기 시작했을까.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초미세 마이크로 자기 검열 시스템을 24시간 풀가동해 끊임없이 수치심과 죄책감을 생산해내는 ‘작은 마음 공장’ 공장장이라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거나, 타인에 게 내 생각을 확신시키는 것을 상당히 불편해하는 인간이다.


일찍이 나의 지인들이 너는 글을 쓰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었을 때에도

"내가 문창과 나온 것도 아니고,

문학 천재도 아닌데. 내가 무슨 글을 쓰느냐"

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항상 나를 응원하는 특별한 친구가 진심으로 격려하며 끊임없이 넌 할 수 있다고 세뇌를 했어도 ‘난 못해 마인드’는 여전히 강건해서 무너지지 않았다.


영원무궁할 것 같았던 그 철옹성을 무너뜨린 사람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그냥 대충 아는 사람 A와 B였다. 전문가답지 않은 자칭 전문가 A와 B의 활발한 활동을 보고 자연스럽게 ‘아, 꼭 잘해 야만 하는 건 아니니,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르륵 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그전까지의 나는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안정감이 있어야만 도전할 용기가 생기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그 철옹성이 무너진 것처럼 성격이라는 것도 불변 고정은 아니더라.


세상의 모든 일을 100% 좋다, 나쁘다로 구분할 수 없는 것처럼 나라는 인간도 100% 이렇다, 저렇다 구분 지을 수 없고 내가 가 진 어떤 점도 100%로 좋다, 나쁘다로 규정할 수 없다.

심지어 내 가 보기엔 약을 팔고 있는 것이 확실한 A와 B도 그 존재와 활동에 대해 100% 좋다, 나쁘다 단정할 수 없다. 그들의 활동으로 도움을 받고, 만족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으니까.


나는 당신이 스스로에 대해

항상 최선을 다해 궁금해하길 바란다.


끈덕지게 붙어 있는 나의 나쁜 점이 과연 지구 끝까지 나쁜 놈일지 아닐지, 나를 규정하는 많은 조건에 좋고 나쁨의 구분을 걷어내면, 그 안에 있을 무언가를 발견해내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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