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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유은 Jan 17. 2023

오늘 하루, 당신에게

첫째 날.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우리 오늘 처음 인사하는 거 맞나요?

내 소개는 천천히 할게요. 그리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는 몇인지, 직업은 무엇인지 등등에 대한 생각도 천천히 할게요. 오늘은 첫날 이니까요. 그런 것들은 다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오늘은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당신의 오늘은 어땠나요? 

평소처럼 편안했는지, 평소와 다르게 편안했는지... 나와는 어떻게 달랐는지 궁금해요.


전 오늘 평소와 같았는지 달랐는지 모르게... 마음이 무겁고 외로웠어요.

혹시 당신은 애인이 있나요? 아님 배우자?

만약 있다면 이런저런 마음속에 정리 안된 이야기를 꺼내고 나누기도 하고, 누군가 나와 소통하고 있다는 기쁨으로 마음이 충만해지기도 하나요?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아주아주 많이 쏘 매니 부러운 일이네요. 

저는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도 없지만 연애할 때를 생각해 봐도 남자친구와 그런 정서적인 나눔까지는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근데 희한하게 남자친구가 없을 때 마음 무거운 일이 생기면 그게 꼭 내가 애인이 없어서 이런 속상함을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열 배는 더 속상한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나만 그런가요?


아아.

사실 오늘의 속상한 일은 남자와 연관이 되어있어요. 자세히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날 이해해 줘요. 사실 당신이 어쩌면 나를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창피해서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할 순 없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고, 묻고 싶고.... 그리고 위로받고 싶었어요. 

내가 지금 스스로에게 느끼는 초라함이 사실은 그냥 착각일 뿐이라고. 나는 초라함을 느낄 이유가 없는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는 위로요. 더불어 앞으로는 좋은 일만 가득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싶은데 그게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너무 힘이 없더라고요. 내가 나에게 하는 생각은 대부분 어둡고 잔인하거든요.


그래서 당신을 생각해 냈어요.

 혹시 술 좋아하세요? 난 좋아하는데.

오늘을 살았고, 내일도 살아내야 할 내가 가장 크게 영향받는 이 마음. 비쩍 말랐다가, 차고 넘쳤다가, 갈갈이 쓰라리며 부어올랐다가,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후루룩 날아다니기도 하는 나의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당신을요. 이렇게 펼쳐놓고 주절거리다 보면 언젠간 이 시간이 지나고 당신 없이도 살만한 괜찮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방금 당신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고마워요.

앞으로 자주 봐요. 볼 필요가 없어질 때까지. 


오호, 약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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