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만 가득한 주인 잘못만난 불쌍한 인생
오늘 사촌의 결혼식을 보고 왔습니다
그동안 결혼식장 알바를 통해서 결혼식이야 질리도록 봐왔었는데요,
그동안 봐온 결혼식들 중에서 (친구와 가족들의 결혼을 포함해서) 저렇게 행복해 보이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커플은 실제로 처음 보았어요
평소 편지써주는 걸 좋아하던 너를 위해
결혼식에서도 편지를 써서 읽어주는 마음이란...
그게 저의 사촌이라서 얼마나 멋지고 부럽던지요
저는 동시에 나도 저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자체로 기다려주고 인정받는 그런 사람과 사랑이 있을까?
저는 사실 그동안은 저에게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라고만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오늘 확실히 알았어요
제가 왜 그동안 수술실에서 남의 아기를 받으면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남의 결혼식을 보면서
그토록 슬프기만 했는지 오늘 확실히 답을 알았어요
저는 그걸 못 가진다는 걸 제 피부에서부터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동안 쓰레기만 만나왔다고, 내가 가는 곳이 그지 같은 회사였다고 생각해 왔는데요
사실은 그들이, 그 장소가 쓰레기가 아니었고
그들은 얼마든지 다른이 에게는 천국같이 따스한 대상이 될 수 있었어요
그들과 그 장소가 그렇게 된 것은 제가 폐기물이었기 때문에 나와 어울리는 사람들이 쓰레기가 된 거고
나와 어울린 그들이 우울증에 걸린 거고
바깥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나만 내 안만 문제예요
아무도 그걸 받아줄 수 없어요
나를 받아줄 곳 하나 없어요
타인에게 나의 결핍을 채우려던 그 심보가 개쓰레기인거예요
다른 사람들에게 평범한 그런 나날들은 나에게는 시작부터 주어지지 않은 거예요
이렇게 된 걸 내 가정을 가족을 탓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이미 성인이 되었고 수많은 경험을 내 발로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된 모든 책임은 다 그동안의 나에게 있는 겁니다
그러니 그 모든 책임은 나에게만 지우면 되는 겁니다
내가 떠나서 슬퍼할 사람들에게 끝까지 민폐만 끼치고 상처를 주고 가는 게 그게 죄송하네요
언제쯤이면 사람들에게서 잊혀서 아무도 기억하지 않고 아무도 나의 생사와 근황을 궁금해하지 않고
과거를 떠올려도 아.. 그게 누구더라??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우리 엄마는 왜 맨날 자식들을 궁금해할까
우리 아빠는 왜 아직도 외로울까
나 없이도 세상은 당연히 너무나 당연히 잘 돌아갑니다
망할 세상은 잘 돌아가고요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만 멈춘채 돌아가요
그 시간 속에 그 장소에 갖혀서
그 대사만 곱씹으며 자기를 반추하면서요
먼저 간 그 친구는 알았으려나.
어떤 이는 그러더라고요,
그 모든 타이밍을 기다릴 필요없이 그냥 죽으면 되지 않느냐고. 그러게 말이에요.
우울증에 걸렸는데 죽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은요, 주변 모두를 불편하고 불안하고 눈치 보게 만듭니다
그래서 떠나기로 작정했다면 차라리 빨리 사라지는 게 어차피 새길 상처라면 희망고문이라도 안 하는 게 낫지 않는가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안락사가 왜 한국에는 없을까요
텔레그렘에서는 구할 수 있다는데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약이 죽는 약이 아니었을까 봐
그 지랄을 해놓고 안 죽고 살아있을까 봐 그게 두려워 아무 시작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방법들은 글쎄요, 아직 무섭기도 하고요
하필 간호사인지라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서 갈 거면 정말 확실하게 가고 싶어서 이것도 또 망설여집니다
약물을 훔치는 행위도 결국엔 병원에, 그 타임 동료에게 트라우마와 피해를 주는 것일 텐데
몇 달 전 죽은 친구가 생전에 했던 말이,
어차피 죽을 건데 남아있는 사람들 슬픔이, 자기 시체가 구더기에 쌓여있든지 말든지, 빚이고 뭐고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진짜 죽을 땐 정말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게 되나.
그 정도의 슬픔이면 죽음이면 내가 남긴 민폐와 상처를 용서받을 수 있을까
죽은 유골은 왜 껴안고 있는 걸까
살아있을 때나 안아주지
이해해보려고 하다가 이해받으려고 하다가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간 거겠죠
나의 삶은 제대로 된 삶도 아니었고 죽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지경이라 지구 종말을 원하는 미친 새끼가 되어있을 줄은 정말 10년 전엔 이 정도 일 줄 몰랐는데.
정신병이 있으면 자잘하게 잔병이 많은데
그게 꼭 죽기까지는 안 가는 게 그것마저도 너무 나다워서 짜친다
나는 내일도 무슨 이유인지 찾지 못하고 죽은 채로 살고 있겠지
주변 사람에게는 절대 알릴 수 없는 제 속마음을 읽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