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애자일 코치 그리고
언젠가부터 애자일이리는 단어가 비지니스에서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IT 회사를 다녔으니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외국계 IT는 영업사무소같은 느낌이라 개발자는 눈 씻고 찾아야 만날 수가 없고 오직 영업사원과 솔루션을 설명하거나 데모하는 프리세일즈 컨설턴트만 존재한다. 그러니 애자일을 조직에서 도입하고 그 방법론을 활용하여 무언가를 한다는 것도 먼 미국 본사의 딴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 회사는 트레이닝 컨설팅 회사였는데 여기에서도 고객의 입을 통해 종종 민첩성, 어질리티를 키우는 교육을 설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흠, 애자일 좋은 단어지. 다들 참 많이 쓰는군. 이게 진짜 뭘까? IT에서 쓰던 그 애자일 방법론이 언제 HR과 전략팀에까지 전파되어 모두가 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
그리고 지금 다시 미국계 IT로 돌아온 이 회사에서 내가 느끼는 건 아무도 애자일을 말하지 않는데, 그건 마치 이게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애자일하게 일하고 움직이는 게 디폴트값처럼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비드19에 따라, 정상화에 따라 혹은 달러나 미국 시장의 상황에 따라 등등 수없이 통제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여러 요인들로 조직은 끝없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Changing" 그 자체랄까? 제품도 마케팅도 브랜딩도 당연히 영업의 방향과 메세지도. 이쯤 되니, 애자일을 몰라도 애자일을 추구했던 나마저도 변화가 지겹다 느껴지기 시작했다. 적당한 변화는 사람을 성장하게 하고 개선에 도움을 주는데 너무 잦은 변화는 극심한 피로감만 남겼다.
그러다 어느 날, 인생의 귀인처럼 애자일 코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일하는 한 분을 만났다. 뭔가 신기하고도 궁금하고 알고 싶어졌다. 그냥 애자일도 아니고 그냥 코치도 아니고 이 둘이 접목된 직업이라니. 그렇게 코치님과 대화가 쌓이고 애자일 워크샵에 참여하며 나는 이제 직접 애자일 코치가 되어 보겠다며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다.
무려 6달 동안 진행되는 마라톤과도 같은 이 교육의 1회 차 수업에는 정말 많은 배움이 있었는데 한 단어만 뽑아오자면 “Be the 1st Agilist”다. 애자일 선언문(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소개해 보겠다)을 놓고 함께 이야기하며 코치님은 애자일 코치가 먼저 애자일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그러나 너무 본질적이고 어려운 화두를 던져 주셨다.
변화를 사랑하는 나마저도, 변화가 지긋지긋한데 와우. 애자일리스트?
그러나 내면의 내가 나에게 다시 속삭인다. 너 이렇게 돼야지. 거짓으로 살 거야?
그렇다. 나는 통합된 자아로 일치되는 삶을 살고 싶은 1인이다. 변화인지 민첩함인지 고객만족일지, 아직은 흐릿한 애자일의 세계로 일단 발을 내디뎠으니, 그렇게 되어보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