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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인칭 시점 Jul 28. 2022

고독사의 어두운 그늘

그들의 죽음은 삶만큼이나 외롭고 어두웠다

이상한 냄새가 나서 알았어요.


악취가 날 정도로 부패하고 나서야 50대 김 씨는 발견될 수 있었다. 거실 바닥엔 유서 대신 소주병과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이웃들은 그를 가족 없이 홀로 사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행정용어로는 무연고자다. 누구도 그의 진짜 이름과 출신, 배경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죽고 사흘이 지나서야 김 씨의 시신은 무연고 사망자 처리 원칙에 따라 공영장례로 처리됐다. 죽음마저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소리 없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고독사의 그림자는 서서히 우리 사회를 잠식하는 중이다.


551명.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집계된 서울 무연고 사망자 수다. 전년 대비 100명이나 늘었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작년 한 해 무연고 사망자는 3,488명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3배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빈곤과 가족관계 단절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코로나19로부터 비롯된 폐쇄적인 일상이 빈곤을 가속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왔다. 


무연고자 다수는 경제 자립도가 낮다. 자급자족할 능력과 여건이 안 된다. 복지시설 도움이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비대면 거리두기 기조가 유지되는 탓에 복지시설 운영도 중단되거나 제한적이다. 장기화된 복지 단절은 만성 질환과 영양 결핍을 초래했다. 비용 부담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건 언감생심이다. 고립된 무연고자들은 어쩔 수 없이 침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청년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년간 서울 2030 무연고 사망자들은 22명이다. 그중 5명의 사망 원인은 원인 미상이다. 자연사인지 자살인지 알 길이 묘연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타살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극심해진 생활고와 취업난 등으로 인해 죽음이란 선택지로 떠밀렸다는 것이다. 더불어 청년 고독사 대부분이 외부와 단절된 일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사회의 무관심과 복지 안전망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지 방증한다.


지난해 4월 고독사 예방법이 통과됐다. 안부전화, 돌봄 지원 등 생활밀착형 복지 제공이 골자다. 하지만 실태조사는 첫 삽도 뜨지 않았다. 이것이 제일 시급한 선행과제다. 지자체별로 전수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다양한 케이스에 부합하는 복지 전문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이후 현장답사 등을 통해 현행 법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사례를 분석하고 예외사항을 최소화해야 한다. 


고독사를 당해 마땅한 사람은 없다.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으로 아까운 죽음을 막아야 한다. 이미 일어난 고독사라면 그들의 죽음만큼은 생전처럼 외로워선 안 된다. 


그것이 사회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도덕이자 누군가의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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