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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인칭 시점 Oct 30. 2023

우리가 달려야 하는 이유를 아시나요

한때 사람들은 맞서기 위해 달렸습니다. 1974년 미국 대학가를 휩쓴 스트리킹. 이른바 나체 질주가 그랬죠. 당시 미국 사회는 굉장히 어지러웠습니다. 패색이 짙었던 베트남 전쟁은 격렬한 반전 운동을 야기했죠. 오일 쇼크로 인해 가계 경제가 많은 곤혹도 치렀습니다. 이런 사회로부터 해방감을 쟁취하기 위해 청년들 사이에서 스트리킹이 시작됐다는 것이죠.


우스갯소리지만, 오죽 답답했으면 청년들이 알몸으로 뛰쳐 나왔겠냐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박수도 쳐주곤 했답니다. 아무튼 그렇게 스트리킹은 전 세계로 퍼지게 됐죠.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한 대학생의 스트리킹은 '정신이상자의 창피한 모방'이라는 말로 언론을 장식했었죠. 하긴 장발도 단속하던 시절이니 스트리킹은 오죽했을까 싶습니다.


당시 영화판에서도 스트리킹은 화제였습니다. 하길종 감독의 1975년작 <바보들의 행진>에서 주인공인 병태와 영철은 신촌 거리를 뛰어다니며 '이건 한국적 스트리킹이다!'를 연신 외칩니다. 정처없이 달리다보니 서 있는 곳은 공허한 아스팔트 도로. 이내 두 사람의 표정도 공허해집니다. 당차게 맞서고자 했던 세상이 망망대해처럼 커보였기 때문일까요.


40여 년이 지난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 발가벗진 않을지언정 달리고는 있을지. 잘은 모르겠지만 여전히 우리 모두 제 나름대로 달리고 멈추기를 반복하며 공허함을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적 스트리킹이 등장하고 정확히 40년이 지난 2015년에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스물> 속 이 대사가 왠지 웃프게 다가옵니다.


사람들은 우리 보고 좋을 때라는데... 근데... 뭐가 이렇게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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