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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 lee May 01. 2021

고 윗 더 플로

봄 8호


이번 주의 생각


Go with the flow.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되었을 때 스스로에게 거는 마법 같은 주문이다. 지금 내가 내리는 선택이 아무리 거대해 보여도 그 선택을 어떤 선택으로 만들어 갈지는 결국 ‘그 과정에 있는 나’이니까 그 과정에 더 집중해 보자고, 다가오는 이 파도를 그냥 재미있게 즐기며 타보자고 다짐하며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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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헤더와 4년 동안 칸 국제광고제를 준비하며 있었던 일들,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꼈던 것 들을 회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돌이켜보면서 어려운 부분도 참 많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늘 이것을 일과 놀이의 경계에 놓았고 지금까지 즐기며 재미있게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3년 전에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특정 타겟 그룹과 연결하라. 


어떤 조건도 달려있지 않은 이 한 줄짜리 브리프가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주어진 문제에 답을 찾는 구조에 익숙해져 있던 과거와 달리 우리는 일상 속에서 문제를 찾고 이것을 어떤 브랜드와 엮어 어떤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삶의 태도를 송두리째 바꿔버린 한 문장이었다. 그래서 다양한 국제광고제가 있지만 ‘칸’은 우리에게 유독 특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4년 동안 많은 일들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 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고 윗 더 플로’라는 말 한마디는 우리를 조금 느슨한 태도로 서로를 다독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해 주었으며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 들의 의미를 덧입혔다. 어떤 일을 겪어도 그 의미는 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굳건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며 잘 걸어왔다. 


하지만 며칠 전 이렇게 오랫동안 꿈꿨던 것이 상상하지 못한 방향을 타고 끝이 났다. 마지막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임했기에 그 결과에 도저히 차분하거나 덤덤할 수 없었다. 과정에 집중하던 나, 씩씩했던 나는 온데간데 사라졌고 엎드려 엉엉 울고 있는 나만 남았다. 전부 망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힘든 며칠을 보내다가 어제 다시 회고록을 펼쳤다. 웃음이 피식 나왔다. 전부 망쳤다고 생각한 스스로가 기가 찼기 때문이다! 여전히 아쉬움이 남지만 칸 덕분에 배운 것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긴 여정의 하나의 스텝일 뿐이고 오랫동안 성장의 한 꼭지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니 다시 고 윗 더 플로!




이번 주의 콘텐츠


Movie

자크 데미 <로슈포르의 숙녀들>

현실에 살아도 언제나 꿈을 꾸고 있어. 
인생을 사랑하고 꽃을 사랑해. 웃음과 눈물을 사랑해


Book

제현주 <일하는 마음> 

성장은 과정을 경유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결과이고, 잘 수행된 과정은 세상이 성공이라고 정의하는 결과를 담보하지는 못해도 성장만은 가져다준다.
끝이 원치 않는 모습이라고 해서 과정도 그런 것은 아니며, 끝을 안다고 해서 거기에 이르는 길을 다 아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도 더 많이 공언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공언하는 만큼 시작할 수 있다. 공언을 고스란히 현실로 바꾸지는 못한다고 해도, 결국 거기에서 좋은 것이 출발한다.
중요한 건 그 진화 속에서 기꺼이 착각을 좀 해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 좋은 착각들과 오해들과, 어긋난 대로 해로울 것 없는 기대들. “너와 정말 잘 통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할 때의 기분 좋음을 애써 떨쳐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 착각이 실망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그 착각 덕에 이해하려는 노력이 시작되기도 한다.


Book

요시모토 바나나 <암리타>

그녀는 분명 엉뚱하고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항상 그녀 스스로 결정했다.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 필요 이상 강한 사람이었다. 옷도, 머리 스타일도, 친구도, 회사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도.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런 것이 쌓이고 쌓여 훗날 진정한 자기가 자리 잡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 사람이 그 사람임은 망가지는 자유까지 포함하여 이다지도 아름답다.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것 따위 무엇하나 진짜인 것이 없다고, 빛나듯 살아가는 그녀를 보고 나는 절실하게 종종 생각했다.
다 그럴 때가 있는 거야. 누구에게든. 줄곧 집에만 있다든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멈추지 않아 자신이 비참해질 때라든가. 어른들에게도 그런 때가 있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자신감이 솟을 때와 마찬가지로 있을 거야. 그런 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시간이 지나는 거야. 이 정도일로 너를 단정 짓거나 하지 않아. 
무엇이든 스스로 겪어서 획득하는 것이 가장 생생한 포획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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