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츄부 中部 겨울 여행 - 시라카와고
일본 츄부中部
다카야마에서도 눈발이 조금씩 날리기는 했지만 시라카와고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이었다. 눈구름은 쏟아지다 개기를 반복하면서 흰색 위에 흰색을 덧발랐다. 덕분에 마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는 통제됐다.
흐릿한 회색 시야 속에서 역설적으로 눈이 또렷이 보였다. 맑은 날 하얗게 빛나는 눈은 색이 있는 그 나머지를 위한 배경이 되지만, 흐린 날에는 모든 것으로부터 색을 빼앗고 스스로에게 그림자를 드리워 쌓여있는 모양, 덩어리, 양감을 강조한다. 그리고 여전히 회색으로 쏟아지는 눈 조각은 이렇게까지 쌓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버섯같이 제멋대로 쌓인 눈 위에 적분하듯 착실히 두께를 더해갔다.
이 지역 전통의 갓쇼즈쿠리(合掌造り) 건물이 뾰족하게 생긴 건 이런 날씨의 영향이다. 검게 그을린 굵은 나무를 엮어 잘 깎은 연필처럼 뾰족한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수십 센티미터는 족히 될 것 같은 억새를 올린다. 경사가 급한 지붕의 위에서 눈은 스스로의 무게에 못 이겨 무너져 내리고, 트러스와 같이 엮인 지붕 구조와 함께 구조의 하중 부담을 줄여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래층에서는 거주를, 높고 뾰족하게 만들어진 위층에서는 양잠을 한다. 눈이 무너져 내려 억새층이 드러난 지붕을 보며 지붕의 실용성을 실감했다. 다만 한 겨울의 나무 바닥은 양말과 슬리퍼를 신고도 발바닥이 터지도록 시렸다. 바닥 난방을 삶의 양식으로 만든 조상들께 감사하는 순간이었다. 땔감을 위해 산이 헐벗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시라카와고에서 히다규 고로케를 점심으로, 4시에 다카야마로 돌아와서 5시 16분 열차를 타기 전에 히다규 박잎구이를 저녁으로 먹었다. 히다규는 지역명을 따 브랜드화한 점으로 봐서 횡성한우 같은 건가 싶다.
라멘을 먹으려고 가는 길에 발견한 히다규 맛집(추정)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들어갔다. 생긴 건 우리나라 고깃집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1인 메뉴도 판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우리의 직장인 점심 메뉴 같은 느낌으로, 개인 화로에 알루미늄 호일, 박잎을 깔고 그 위에 파, 된장, 팽이버섯, 그리고 고기가 몇 점 올라간다. 된장은 좀 단 편이고 구워지면서 밴 박잎 향이 아주 감칠맛이 난다. 소문의 히다규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훌륭한 마블링이 배겨 있었는데 그만큼 기름이 많아 다 먹어가니 입에서 조금씩 거부하고 있었다. 역시 등심보단 안심, 삼겹살보단 목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