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의 반응

by 고도리작가

사직 날짜를 정한 후 나는 가까운 동료들에게 사실을 알렸다.

사람들은 우선 화들짝 놀라고 그다음 대단한 용기라고, 축하한다고 부러워하고

마지막으로 이제 뭐 할 거냐고 묻는다.

마지막 질문엔 이제 뭐 해서 먹고 살 거냐는 의미를 포함한다.

그래 먹고사는 건 중요한 문제다.


공직을 떠나면 뭘 먹고살지가 가장 궁금한 동료에게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건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 겪어보지 않으면 진심으로 공감할 수 없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로 하는 이야기는 의미 없이 사방으로 흩어질 것 같다.

시끄러운 점심시간이나 복도에서 마주치는 짧은 시간에 그동안 내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것을 깨달았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나는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애들 잘 키워야지' 정도 말해 두는 게 제일 편하다.


나는 잘 살 거다.

당장 무언가를 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다.

돈이 걸렸으면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을 포기하지도 않았을 거다.

꾸준히 글을 쓰겠지만 그걸로 당장 돈을 벌 수는 없을 거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다 보면 내 인생은 계속 새로운 가지를 치며 의미 있게 확장하고 운이 닿으면 돈도 벌 것이다.


어디 뭐 하나 한번 보자 하는 주변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자.

조급하면 헛발질을 하고 일단 눈에 보이는 곳으로 갈게 분명하다.

우선 가족들 챙기는 게 먼저이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도 많다.


'당신은 살만하잖아. 그러니까 그런 팔자 좋은 꿈을 꾼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나도 오랫동안 고민했던 지점이다.

지금만큼의 여유가 없다면 내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돈과 상관없이 오직 새로운 의식의 변화로 사직할 수 있었을까?

아닐 수도 있다. 사직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고민의 시간이 더 길어졌을 수도 있고 그렇게 평생 고민만 하다가 남들처럼 정년퇴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사직하기로 결정했고 이제 새로운 길을 갈 거라는 것이 중요하다.


수년에 걸친 고민을 거치고 결정을 하고 사직하기 위한 실제 절차들을 하나씩 하나씩 실행하는 것은 상황이 허락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동안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회의 관습을 탈피하고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추구하는 것들이 사실은 자신과 상관없이 이 사회가 좋은 거라고 주입한 것임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상황이 좋아서 결심했다고 해도 이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이것은 용기의 문제이다.

부서장에게 의사를 밝히고 - 부서장에서 한번 더 의사를 밝히고 - 인사과에 의사를 밝히고 - 인사과장에게 면담을 신청하고 - 인사과장과 면담을 하고 - 인사과와 사직일 등 구체적인 협의를 하고 - 서류를 준비하고 - 서류를 작성하고 - 서류를 제출하고 - 관련 부처에 신원조회가 들어간다. - 상부로 사직 보고가 순차적으로 올라가고 - 그 후 또 며칠이 흘러 전자결재가 이루어진다. - 그 사이 동료들의 놀라움과 약간 시기 어린 시선을 받아내고 사직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응답을 하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시작하고 마무리하기까지 한 달에서 두 달의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어떤 일이 벌어져서 결심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

일을 마무리하는 사이에 직원들과 틀어질 수도 있고

사직 처리하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무심함으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 시간들을 견디고 결국 끝까지 내 사직의사를 관철시킨다는 것.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제 전자결재만 남았다.

사직일까지 2주 정도가 남았다.

마음은 평온하고 앞으로의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에 차 있지만

아직도 가끔 불쑥불쑥 불안이 스친다.

내가 시도하려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못하고 그냥 풀썩 꺼질 것처럼.

다행히 그런 불안도 이젠 잠깐이고 그 횟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새벽에 명상을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라도 새벽 아직 다들 자고 있는 시간, 창문을 열면 새소리 바람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좋은 기운과 좋은 에너지로 채우고 좋은 것만 생각하려고 한다.

그동안 살아왔던 습관과 패턴이 있어 명상 중에 자꾸 잡생각이 든다. 그래도 점점 좋아질 거다.

살만한 세상이라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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