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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아줌마생활
01화
미움받더라도 가끔은 뻔뻔하게
by
고도리작가
Jul 9. 2020
브런치 작가가 되어 본격적으로 글을 쓴 게 작년 6월부터인데 구독자수가 벌써 650명이 되었다.
과거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에 연재하기 위한 최소 구독자수가 1000명이었는데 아직 그 최소 요건에는 모자라지만 내겐 모두 소중한 분들이다. 나의 글에 공감하고 앞으로도 당신의 글을 기다리겠다는 기대를 표현해 주신 분들이니 얼마나 소중한가?
얼마 전 '나는 대기업 임원의 아내입니다'를 쓸 무렵 출간 의뢰도 받고 구독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었는데 어디서 알고 온 남편이 글을 내려달라고 부탁했었다. 의견을 존중해야 했기에 더 이상 대놓고 쓰지는 못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쓰고 있다는 건 비밀이다.
당시 관련 이야기를 계속 읽고 싶어 구독해 주신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 가득하다.
감사하게도 요즘은 나의 일상이나 생각에 대해 쓰는데도 많은 분들이 떠나지 않고 계속 구독을 유지해 주신다.
650명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구독자수가 한 명 늘었다가 다음날 한 명 준다. 그다음 날 또 한 명 늘었다가 또 한 명 준다. 이런 식이다.
구독할 때는 띠링 알려주지만 구독취소를 할 때는 가만있으니 참 예의 바른 시스템이다.
그런데 구독자수는 그냥 숫자가 아니다.
어제까지 648 + 오늘 2명 = 650명, 이런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구독자수는 말을 한다.
오랜만에 한 명이 구독한다. 이 분은 어디 사는 누굴까? 어떻게 나를 찾아내 구독까지 해 주셨을까?
한 명이 구독 취소한다. 왜일까? 뭐가 맘에 안 들었을까?
물론 주관적인 의미부여라 구독자들은 크게 생각하지 않거나 또는 실수로 구독해서 취소했거나 별 의미 없는 이유일 수도 있다. 예전에 내가 어떤 작가의 글을 구독하다가 오랫동안 글을 발행하지 않길래 정리병이 도져 구독취소를 했던 거처럼 아무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혹시 내가 구독 취소한걸 그 작가가 알면 미안해서 어쩌지
했는데 내가 겪어보니 취소해도 작가는 전혀 모르니 마음이 변하면 취소하는 것도 좋겠다.
구독자 입장에서는 귀찮은 것 치울 수 있고 나는 진심 고객만 남길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 작가는 출간 준비로 바빴다고 한다. -
다 경험하고 다 아는데도 650명이 하루아침에 700명이 되는 것보다 649명이 되는 게 은근히 신경 쓰인다.
강력한 한 사람이 '그게 뭡니까?'하고 있는 것 같아서.
누군가를 신경 쓰며 글을 쓴다는 것.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
이게 맞는 걸까? 좋은 걸까?
나는 때로 순수하거나 착하거나 희생적이거나 비워내지만 때로 저돌적이고 못됐고 속물이고 탐욕 덩어리
가끔은 글을 쓸 때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싶다. 그때 글에는 이렇게 쓰지 않았는데 멈칫할 때가 있다.
다른 말을 한다기보다는 사람의 복잡한 여러 가지 측면에 대해 썼기 때문이다.
"돈은 중요하지 않아. 하고 싶은 걸 할 거야" 면서 퇴직했으면서 그래도 돈은 벌고 싶어 주식을 시작한 것이 그렇고
"40대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해놓고 그래도 너무 늙는 건 싫어서 보톡스를 맞은 것이 그렇다.
모순되어 보이지만 맞닿은
삶의 측면에 대한 상세 설명 정도라고 해 두자.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살기로 해 놓고 뭐 그런 걸 일일이 신경 쓰나?
그러고 보면 드라마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시청자 입맛에 따라 각본을 바꿔야 하는 유명 작가들은 참 고달프겠다.
최근에 이효리가 예능프로에 화려한 화장의 린다 G로 나와 "린다 G는 돈이면 다 해"라고 할 때 아주 속이 뻥 뚫렸다. 이효리가 과거 아이돌 시절에 비하면 많이 성숙하긴 했지만 너무 무소유, 비움만 강조하는 것 같아 공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사람은 양면성을 가졌다.
비워내고 살고 싶지만 때로 광고 하나로 돈 왕창 벌고도 싶다.
나도 그녀와 다르지 않다. 점점 성숙하고 많은 걸 깨닫지만 여전히 속물근성이 꿈틀거린다.
그리고 그 솔직함을 인정할 때 쾌감을 느낀다.
소수에게 미움받더라도 가끔은 뻔뻔하게 솔직하자.
그래요 저 그럼 사람
인
데요?
여행 중에 보았던 재미난 풍경 하나 소개하겠다.
숲 속 외딴 길에 식당이 하나 있었는데 간판보다 더 큰 나무판에
'손님 구함'
이라고
써서 마치 교회의 십자가처럼 걸어놓은 것을 보고 남편과 한참을 웃었었다.
당시는 퇴직하고 브런치 작가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구독자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저거 너무 기발하다. 나도 브런치 대문에 구독자 구함이라고 걸어놓으면 좀 웃겨서라도 구독해 주지 않을까?"
그런데 이제는 알겠다.
손님 구해서 먹고살아야 하는 식당 주인이 아닌 이상
'구독자 구함'
같은 건 하지 말아야지.
인간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공감할 650명의 구독자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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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미움받더라도 가끔은 뻔뻔하게
02
남편에게 양말을 선물했다
03
나는 아이의 인스타그램을 본다
04
여자의 외모
05
엄마가 꿈을 갖는 게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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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공무원이었고 지금은 다른 꿈을 꾸며 글을 쓴다. 두 아이의 정신없는 엄마이고 가끔 무심한 남편의 아내이다. 한 편의 글이 완성될 때마다 행복하다. 그 힘으로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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