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꿈을 갖는 게 어때서?

by 고도리작가


좋아하는 작가도 아니고 내용도 뻔히 알면서 순전히 제목 때문에 구매한 책이 있다.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코로나 19로 정상적인 등교가 미루어진지 4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처음 두 달은 나도 긴장하고 철저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느라 아이들 학원은 고사하고 동네 마트도 거의 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그런데 어디 그게 사람이 할 짓인가?

대구를 중심으로 폭증하던 감염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정부의 방역지침도 완화되고 따뜻해지는 날씨와 함께 조금씩 사회적 분위기도 풀어지면서 나도 조금씩 느슨해지고 있다.


마스크가 생활의 필수품이 되고 생활 방역도 일상화되었다고 느꼈을 무렵, 나는 조심스럽게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계속 집에만 갇혀있다가는 코로나 걸리기 전에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죽겠다 싶었다. 학원도 원생들을 분산하고 수시로 소독하는 등 조심하고 있어 별 일이 없기만을 바라고 있다.


아이가 학원에 갔다 오는 시간을 합쳐봐야 1시간 30분.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짧디 짧은 시간임에도 정말 꿈결 같다.

어디 멀리 갈 처지도 아니라 아이를 보내고 바로 동네 커피숍에 들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글을 쓸 수 있다니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시간이 여유로울 때는 차 타고 10분 정도 되는 거리의 카페에 가서 매일 글을 썼다. 내게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하루 1시간 30분 사이에 어디 가고 자시고 할 게 어디 있나? 동네 카페에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곳에서 가끔 마주치는 동네 엄마들이 노트북을 켜놓고 무언가 열심히 두드리는 나에게 호기심을 가졌다. 안면만 있는 사이라 놀고 있다고 먼저 선수칠 수도 없었다. 사실 그런 시선이 신경 쓰여 동네에서는 글을 쓰지 않는 편인데 지금은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었다.

어느 날 몇 명 엄마들과 커피를 마시게 되었는데 매일 뭐 하는 거냐고 물어본다.

사실대로 말했다. 퇴직을 했고 지금은 조금씩 글을 쓰고 있다고. 작가 지망생인 셈인데 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글 쓰는 게 재미있더라고.

나는 횡설수설하고 듣는 엄마들은 이 낯선 주제에 대해 왠지 낯설어한다.

"재주도 좋아" 약간의 칭찬과 약간의 질투가 섞인 말.

"재주도 좋아"


엄마들은 만나면 늘 남들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이 가장 대표적인 주제이다.

요즘 철수 뭐 하냐? 철수 영어학원은 아직 안 다니냐? 거기 학원 어떻냐?

아이들 학교 학원 이야기. 남편 이야기, 시부모 이야기. -내가 제일 싫어하는- TV 드라마 이야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주제가 다이어트다.


솔직히 나는 싫었다. 잘난 척한다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싫었다.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함께 공부를 하거나 좀 더 건설적인,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녀들이 고이 숨겨둔 간절한 소망도, 건전한 취미도 없어서 일까? 아니다.

배울만큼 배우고 잘 나가던 그녀들이 결혼해서 엄마가 되고 등신이 된 걸까? 절대 아니다.

나를 포함하여 모든 엄마들은 무언가를 갈망한다. 정신없는 집안에서, 하루에 100번씩 불러대는 아이들의 외침 속에서, 며칠에 한 번씩 걸려오는 시댁 전화통화 중에도 분출하지 못하고 부끄러워 자신의 존재를 숨긴 그녀들의 어떤 소망이 존재한다.

분명히 그녀들도 그런 대화에 갈증을 느낀다.

글을 쓰고 싶고 무대에서 춤을 추고 싶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어떤 소망

그런데 왜 우리는 늘 남들 얘기만 하면서 자신의 소망을 드러내지 못하는 걸까?


엄마들에게 아이들은 공통 관심사이다. 같은 학년이고 같은 반이고 같은 학원일 수도 있다.

이 나이에 친구 만들기도 어려운데 그런 공통분모가 있어 알게 되었으니 아이들 얘기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게 제일 편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덧 그녀들의 꿈은 낯선 주제가 되어 버린다.

사실은 잘 될까 자신도 없고 괜히 떠벌리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제 자랄지도 모르는 아이들 핑계를 댄다.

'애들 좀 더 크면 그때...'

그렇게 우리들의 꿈은 더욱 낯선 주제가 된다.


나는 숨기지 않겠다.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기 위해 시간과 공간을 모두 활용해야지.

나중에 후회하는 짓은 하지 않으련다.

만학도, 늦깎이라는 말이 있다. 제대로 된 열정을 내기에는 늦은 나이가 더 좋기 때문에 이런 말도 있을 거다.

그녀들이 더 이상 아이들 뒤로 숨지 말고 소중한 소망을 조심스럽게 펴 보았으면 좋겠다.

나와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꿈꾸는 엄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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