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외모

by 고도리작가

공무원 합격자 연수회 때의 일이다. '선배와의 대화'라는 코너에서 어떤 여자 선배가 말미에 이런 우스갯소리를 했다.

"제가 몇 살로 보이세요?"

그 선배와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같은 학원에서 시험 준비를 했기 때문에 나는 그 선배의 나이를 대강 알고 있었다.

'서른!', '서른다섯!'

여기저기 나이를 부르는 소리가 잠잠해지자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선배는 자신의 나이를 밝혔다.

"제가 올해 38살이에요."

"오~" 굉장히 젊다는 말을 사람들은 탄성으로 대신했다.

"그런데 예전에는 사람들이 '어려 보인다'라고 하더니 요즘은 '젊어 보인다'라고 한다."

선배는 재치 있는 말로 마지막까지 후배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어려 보인다. 다섯 살은 어려 보인다. 도대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누가 너를 아이 둘 있는 엄마로 보겠느냐?

그 선배 못지않게 살면서 나도 그런 소리 꽤나 들었다.

집 안 내력인가 보다고 생각할 정도로 집 안 어른들이 나이에 비해 열 살은 어린 외모를 뽐내고 있기에 나도 그들처럼 아주 오래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 선배처럼 삼십 대 후반이 되었을 때까지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사십 대가 되었다. 주변에서 사십이 되니까 딱 아프더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런 사람도 있겠지 정도 생각했다.

내가 마흔두 살이 되었을 때야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았다.

태어나 그렇게 심한 몸살은 처음이었는데 그 후로는 쉽게 피로하고 쉽게 아팠다.


나이를 먹는다. 나이 듦은 먼저 피부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관리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나는 첫째가 아직 어리던 내 나이 30대 중반 무렵부터 피부관리실에 다니기 시작했다. 피부가 좋아지는 것보다 온몸의 피로가 풀리고 힐링이 되었기 때문에 좋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젊은 나이라 늙는 줄 몰랐다.

퇴직할 무렵 나는 시간에 쫓기고 바쁜 나날을 보낸 터라 피부관리실에 겨우 한 달에 한번 갈까 말까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꾸준히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40대가 되니 피부관리로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치켜뜨면 이마주름이 생겼고 무표정하게 있으면 팔자주름이 깊었다.

젊게 사는 다른 방법은 모르는데 운동과 피부관리로도 안 되는 것이 있었다.

이렇게 늙는 건가? 생각하니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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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이 때문에 피부과에 갔는데 어떤 부인이 한참 동안 피부상담을 하고 있었다.

50세는 넘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고운 사람이었다.

대화를 마무리하는 모양새를 보니 앞으로 꾸준히 관리를 받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그 날 나는 바로 상담을 받고 10회 패키지를 결재했다.

그동안 피부관리실은 꾸준히 다녔어도 피부과는 처음이었다.

두 번 중에 한 번은 의학적인 치료가 들어가므로 피부관리실에 비해 거의 2배 정도 비쌌다.

10회를 한꺼번에 결재해서 할인이 되었는데도 1회당 8-9만 원 꼴이니 적은 돈은 아니다.

그래도 하기로 했다.

'주변만 신경 쓰다 제대로 나를 돌볼 시간이 없었구나. 그래서 이렇게 늙어버렸어' 생각하니 조금 짜증 났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알아봤어야 했는데, 열심히 산다고 인생이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열심히만 살았어.' 내가 참 미련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시작해서 피부과에 다닌 지 지금까지 2년 정도 되었다.

처음엔 출근을 해야 해서 토요일에만 다녔는데 퇴직 후엔 평일에도 간다.

많은 일이 그렇듯이 피부과에 다닌 후 처음 한두 달 사이에 피부가 확 좋아졌다.

피부가 굉장히 좋아졌다고 남편도 달리진 내 피부를 알아봤다.

'역시 돈 좀 쓰길 잘했다.' 남편보다 자기만족이 더 강했다.

나는 다른 누구보다 먼저 나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나만 아는 변화 후에 다른 이들도 알아보았다.


마을 학부모 모임에서 삼십 대 초반의 가장 젊은 사람이 보톡스를 맞았다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듣고 놀랐던 적이 있었다. 요즘은 20대부터 관리를 받는다고 한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촌뜨기였나 보다.

나는 2주에 한번 정도 피부과에 가고 한 달에 한번 정도 바디관리를 받는다.

코로나로 육아부담이 커지면서 아침마다 그렇게 삭신이 쑤신다. 그래서 바디관리를 더 자주 받고 싶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 가는 상황이라 그것도 감사할 뿐이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까?

지금까지 인생의 반을 살았다 해도 90세까지 산다. 100세를 몇 년 앞두고 돌아가신 할머니의 주검이 떠오른다. 앞으로 더 많은 주름이 생기고 더 자주 쑤시고 심각한 병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몸을 얼마나 아끼고 살아야 하는가? 피부도 마찬가지다.

마음만 가꾸고 쭈글쭈글해져 가는 외모를 보면서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간주할 자신이 없다.


자연스럽게 늙는 것이 아름답다는 사회적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그것이 꼭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늙어가는대로 그냥 두자는 의미는 아닐 거다.

되지도 않을 것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무리하게 수술을 해서 인조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거다.

피부관리든 바디관리든 보톡스든 앞으로 나는 적극적으로 받을 생각이다.


여자 나이 40은 참 아쉬운 나이이다. 이제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들을 수는 없지만 좋은 음식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적당히 관리만 해도 젊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TV에 나오는 사십 대의 아름다운 여자 연예인들을 보면 40대의 평균적인 외모가 왜곡되는구나 싶다.

사십 대의 일반인들이 연예인처럼 직업적으로 자신을 꾸미기에는 시간도 돈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연예인처럼 될 수는 없다 쳐도 아직은 욕심이 생긴다.

미스 시절로 돌아갈 자신은 없지만 포기하기도 아쉽다.


나는 좀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인조인간만 아니라면 더 젊고 아름다워지게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다.

더 늙어서 애들 키우고 집안 돌보느라 이지경이 되었구나 한탄하는 미련한 짓을 하지 말아야지.

40대, 좀 더 나에게 최선을 다하자. 피곤함을 달래고 생활 곳곳에 생기를 부여하자.

세상은 희생하며 착하게 살다 보면 멋진 왕자님이 나타나서 해피엔드로 끝나는 동화나라가 아니더라.

나를 행복하게 만들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여자 나이 40대, 멋진 나이다.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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