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매일 검은색 양말만 신는다. 양복바지 위에 제일 무난하고 티 나지 않는 검은색 양말.
어디 막일을 가는 것도 아니고 험하게 신을 일이 없을 것 같은데도 남편 양말은 쉽게 헤지고 구멍 나곤 했다.
집에는 검정 양말이 참 많았다. 서랍 구석에 처박힌 양말들. 어디 선물 받고 깜박한 양말들까지 수십 켤레의 검은색 양말이 있을 거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빨래가 이 남편 양말이다.
매일 샤워하면서 보습제는 바르지 않은 탓이겠지? 양말 목 주변의 각질들
그 허연 각질들을 볼 때마다 고생하는데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양말을 그대로 세탁기에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나는 그 양말들을 따로 대야에 모아 집 밖으로 나가 탈탈 턴다. 허연 각질이 없어질 때까지 힘주어 탁탁탁
남편 서랍에 검은색 양말이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때가 처음이었지.
심기 불편한 듯 "양말이 없어" 해서 보니 남편은 하얀색 양말을 신고 있었다. 낮은 목소리로 경고하듯 말하는 게 조금 빈정이 상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 모습이 좀 우스웠다. 지하철에서 검정 구두 위에 하얀 양말 신은 아저씨를 힐끔힐끔 쳐다보던 기억이 났다. 그 날 남편이 딱 그 아저씨 꼴이었다.
서랍 구석까지 좀 찾아보면 검은색 양말 어디서 하나 나올 텐데 그걸 안 하고 급하게 출근해 버린다. 당신이 잘못 알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나는 남편이 출근하자마자 남편 서재로 달려가 서랍장을 뒤져 본다.
남편은 그렇게 심기 불편하게 출근했다.
내 표정도 일그러졌다.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내가 남편 양말을 얼마나 열심히 털어댔는데, 아침부터 기분이 영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