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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도리작가 Mar 15. 2022

'여성가족부'에 대하여

여성가족부의 영문명이 Ministry Gender Equality and Family라는 걸 아는가?

번역하면 '양성평등가족부'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는 부처명의 한자가 나와있지 않지만 영문판 페이지에 영문 부처명이 나온다.

홈페이지 주소 또한 위 영문명의 앞글자를 따서 www.mogef.go.kr이다.

한자로 말하자면 여성가족부의 첫 번째 글자 '여'는 女(계집녀)가 아니라 如(같을 여)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성가족부가 수차례 이슈가 되었다.

워낙 작은 부처이기도 하고 사건사고가 많은 부처들이 즐비하니 여성가족부가 선거에서 거론되는 일은 별로 없는데 이번에 아주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해당 정당에서는 여성가족부의 정책수행능력이 너무 미흡하고 여성단체(여기서의 여성은 계집녀 맞다.)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니까 좀 제대로 해보자는 의미로 거두절미하고 여성가족부 해체란다.

이게 선거전이 과열되면서 여성 혐오니 세대 분열이니 이대남 이대녀라는 말도 생기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아마 지금 여성가족부는 왜 여성가족부를 해체하면 안 되는지 문건 작성하여 국회와 인수위 쫓아다니느라 정신없을 건 안 봐도 뻔하다. 부처의 명운이 걸렸다.


헌신적이고 좋은 단체장들도 많다 그런데 어디나 다 그렇듯 또 어떤 여성단체장은 노골적으로 여성가족부가 여기까지 온 것이 다 누구 덕이냐고 으스대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그런 단체장들 다 잘라버리고 말 잘 듣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지만 그들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나 인맥들 무시하고 일하긴 힘들다.

사실은 이런 현상은 여성가족부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부처들과 산하 관련기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어디 공직사회뿐인가? 기업에서도 깝죽대는 업체들 많지만 다 자르고 일할 수는 없다.

부처소속의  300여 명 직원들, 가족들, 사업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이 다. 정말 잘 결정해야 한다.

그럴듯한 이유를 가지고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요즘 정치인들은 창의성이 부족하다.

요즘은 참 감동을 주는 정치인이 그립다.


여성가족부의 사업들을 각 관련 부처, 지자체가 다 찢어 수행한다 해도 여성가족부가 가지는 상징성은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관련 사건이 터졌을 때 대표주자로 나서서 성명서 낼 수 있는 부처가 필요하다. 그게 여성가족부이다.

그런데 그동안 잘 못했잖아? 기회 있을 때마다 정치적으로 나왔잖아?

맞는 얘기다. 그래서 여성가족부는 지금 정치권에서 이렇게 요리할까 저렇게 요리할까? 하는 소리 들어도 싸다.


그런데 왜 여성가족부가 제대로 일을 못했을까?

힘이 없으니까.

부처의 힘은 조직과 예산에서 나온다. 중앙부처가 하부 조직도 없고 중앙에 딸랑 300명도 안된다. 하라는 일은 많고 관련된 일도 많고 동네북 되기도 쉽고 장관은 매번 무슨 교수랍시고 갑자기 와서는 감각이 없으니 일단 눈치나 보고 있다가 매번 타이밍이나 놓치는 상황이 반복된다.

예산도 문제다. 정부예산 500조에서 여가부 예산은 1.5조

나누기하면 비율이 0.3%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닌가? 부처는 18개인데 예산은 1%도 안된다.

그걸로 무슨 사업을 할 수 있을까? 일시키려면 돈도 주고 사람도 좀 붙여줘야지. 잘 알려진 사업이 아이돌보미 정도

그 예산으로 직접 지원 사업을 하다니 이건 정말 대단하다. 그나마도 돈이 부족하니 금세 예산 소진하고 좀 뒤늦게 신청한 국민들한테 또 욕을 먹는다.

"죄송한데 예산이 다 소진되어서요..."



그러니 여가부는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 하면서 사업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 관련 부서에서 일할 때 목격담이다.

성범죄자 알림e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예전에 조두순 출소했을 때 프로그램  조회수가 하늘 높이 치솟았으니 아마 많이들 알 거다.

거기엔 성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들의 주소지가 나오는데 이런 사람 여기 사니 그 지역 사람들 조심하라는 뭐 그런 취지인데 종종 범죄자들의 주소가 잘못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애초에 집도 절간도 없는 사람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고 그냥 길거리나 무슨 산 같은 데를 주소라고 신고를 해서 그 신고내용 그대로 입력하는데 최초 주소를 경찰청에서 받은 대로 알리미에 입력하고 그래서 주소를 확인하는 것도 경찰청이, 주소를 수정하려해도 일단 경찰이 가서 확인해 봐야 한다.


감사하게도 어떤 분이 전화를 주신다.

"알림e에 우리 지역 범죄자가 있어서 어디인가 싶어 찾아가 봤는데 아 거기가 무슨 공사터예요? 여기 사람이 안 사는 곳인데 이렇게 되어 있어요. 빨리 고쳐 주세요."

"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알아보고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관할 경찰청에 전화한다.

"어떤 분이 전화 주셨는데 성범죄자 알림e에 누구누구 주소가 공터래요. 확인을 해 봐주세요."

"아 그래요? 확인해 보고 전화드릴게요"

며칠이 지나도록 경찰청에서 연락이 없다. 그 사이 그분이 또 전화 주신다.

"엊그제 전화한 사람인데 왜 그 사람 주소 아직도 그대로예요? 아니 그런 거 공무원이 알아서 다 해야 하는데 국민들이 전화해서 알려주면 빨리빨리 좀 바꾸던지 해야지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국민들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화가 많이 나셨다)"

"아 그게 저희가 관할 경찰청에 전화했는데 아직 확인이 안 된 모양입니다. 제가 다시 한번 전화해 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여가부는 뭐 하는 겁니까? 참 내"

경찰청으로 전화를 건다.

"그때 말씀드렸던 거 아직 확인되지 않았나요? 민원인이 또 전화를 주셨는데..."

"지금 여기도 정신없어요. 확인 중에 있습니다.(짜증)"

"빨리 좀 부탁드릴게요(아쉬운 소리)"


사실 그 프로그램은 대체 어쩌다 여성가족부로 굴러들어 왔는지 참 궁금하다.

경찰청에서 관리하는 게 맞는데 아마도 수년 전 부처 간에 기싸움하다 여가부로 흘러들어온 게 아닌가 싶다.

하여간 그래서 성범죄자 알림e 같은 건 경찰청이나 법무부로 보내고 여성가족부가 할 수 있는 일 위주로 크게 키워서 한번 제대로 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

뭐 제대로 일 할 수 있게 해 주고 일 못했다고 ㅇㅇ을 하던지 해야지


그런데 아마 새 정부는 절대 키우려 하지 않겠지? 작은 정부를 지향할 테니까

작은 정부는 힘없는 국민들 대상으로 한 사업 먼저 자른다.

여성, 아동, 청소년, 한부모, 다문화가족

그러고 보니 다 여성가족부 소관이네?





마트 주차장에 보면 분홍색 선으로 가운데 살짝 배부른 여성 그림이 있는 여성전용 주차선 보았을 거다. 그거 여성가족부에서 한 거라는 거 아는가?

다른 일반 주차선보다 살짝 넓게 근데 너무 넓으면 욕먹으니까 어느 정도 일반 주차선과 큰 차이 나지 않게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서 수차례 회의를 거치고 규정도 바꿔가면서 그려 넣은 거다.

그래도 아직은 여성들이 아이들 손잡고 운전해서 여기저기 다니니까 여성과 아이들이 안전하게 하차하고 또 그림처럼 임신한 여성이 차 사이를 빠져나오느라 낑낑거리지 않아도 되게 말이다.

나도 경험이 있는데 정말 배가 짜부르져서 죽을 뻔했다.

내 딸이 내 아내와 아이들 좀 더 안전하게 승하차하면 남편도 아빠도 할아버지도 좋아할 거 같다. 확실히 그럴 거다.

너와 내가 이렇게 다르니 그 다름을 인정하고 조금만 이동하는 것. 조금만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가족부의 업무는 여성의 일이 아니다. 내 아내와 어머니와 딸과 내 가족의 일이다.


여성가족부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여성가족부는 참 시골 가난한 집에 시집온 맏며느리 같다는 거였다.

돈도 없도 집은 좁고 무슨 놈의 가족들은 이렇게 많은지 아무것도 없는데 일은 태산같이 많다.

그러니 여기서 아쉬운 소리, 저기서 아쉬운 소리


여성가족부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심히 걱정이다. 제발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지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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