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깨어있으라. 지금 여기
괴로움을 일으키는 실체는 공하다.(실체가 없다.)
알아차려라. 사로잡히지 말고
괴로움의 실체가 공한 걸 알면 괴로울 게 없다.
불교대학 수업도 이제 4주 차에 접어들었다.
알 듯 모를 듯 평온하다가 또 사로잡히고
무언가에 사로잡힐 때 실체가 없는 괴로움을 알아차리는 연습 중이다.
수십 광년 우주의 한 점 지구에서
70억이 넘는 인구 중에 먼지 같은 한 인간이 있지도 않은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 사로잡히고 괴로워하고 있다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천재 이야기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신'
읽으면 읽을수록 먼지 같은 한 인간이 만들어내는 온갖 걱정과 잡생각들이 참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었다. 먼지 같은 존재, 당장 사라져도 티도 나지 않을 존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세상 죽을 것 같은 걱정을 하는가?
그러니 마치 신이 내려다보듯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도 아닌 걸을 알아차리자.
행복한 사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괴로움이 없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
아이들에 대해서는 참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가 온라인 공개수업에서 한 번도 손을 들지 않은 것도 신경이 쓰이고
글 읽거나 발표를 할 때 우물쭈물 자신 없어하는 것도 신경이 쓰이고
책 읽기 싫어하고 좀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아서도 신경이 쓰인다.
엄마와 관심분야가 달라서 그런 것을
엄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엄마에게 중요한 것인 것을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재능이 있는 걸 내가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인지도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고 먼지 같은 고민인 뿐인데 아이들 문제는 이렇게 사로잡혀서 만 하루가 괴롭다.
왜 아이가 차분히 수업에 집중한 것은 당연하다 하고
왜 아이가 엄마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워서 손을 들지 못했다는 말을 그냥 흘려버리고
왜 아이가 편지에 엄마를 '어머니'라고 의젓하게 부른 것에 들뜨지 않는가?
똑같은 상황에서 기쁠 수도 있었는데 부족하다 싶은 것에 사로잡혀 눈이 멀었다.
실체도 없는 괴로움의 탑을 쌓기 위한 증거들만 수집했다.
괴로움도 습관이라고 했다.
내 괴로움의 실체는 없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되뇐다.
아이는 지금 현재 아무 문제도 없이 멀쩡하게 잘 사는데 나 혼자 마음속에서 걱정의 도미노를 쌓았다 부수었다 쌓았다 하고 있다.
지금 여기 깨어있으라.
실체가 없는 괴로움에 휩싸이지 말고
이렇게 하다 나중에 어떡하지? 일어나지 않은 또 일어나지 않을 미래에 사로잡히지 말고
지금 여기 깨어있으라.
아이가 건강하고 멀쩡하고 엄마와 사이가 좋고 운동도 잘하고 학원도 한번 빠지지 않고 잘 다니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숙제나 약속 같은 것들을 책임 있게 완수하려고 하는 장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지금 현재에 깨어 있으라.
과거 일을 걱정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알라.
지금 현재 아무 걱정할 것이 없고 좀 더 나아지기 위해 매일매일 조금씩 노력하면 그걸로 된 것이다.
마치 신이 내려다보듯,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것을 알아차리는 통찰력을 기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