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잘하는 것이 장땡

by 고도리작가

소규모 인사이동이 있었다.

부처의 특성인지 우리 부처는 크고 작은 인사발령이 자주 나는 편이다.

인사카드에 이 부서 저 부서 잠깐씩 왔다 갔다 했던 기록이 있으면 '이 사람 적응을 잘 못하나?' 하는 의심이 들어서 나는 가급적 한 개 부서에서 근무 최소 연수를 채우려고 한다.

물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많다.

여기저기 골라 다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주 왔다 갔다 하는 능력자(?)들도 있다.


우리 부서에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직원이 있었다. 까다로운 부서장을 굉장히 버거워했고 내가 봐도 두 사람 스타일은 참 안 맞았다. 착한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결재받고 와서 펜을 던지고 나가버리는 일도 있었다.

동료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쓰러워도 내가 일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책임이 걸린 문제이다. 이건 집안일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부서를 옮기려고 시도하면 옆에서 지지해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그 직원은 결국 인사고충을 내고 다른 부서로 옮기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사람이 참 간사하다.

겉으로는 응원하고 독려하면서도 속으로는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 사람이 가면 누가 오지? 이상한 사람이 오면 어쩌지? 아니 아무도 안 오는 거 아냐? 이거 잘못하다 내가 뒤집어쓰겠다. 이러면서

조직에서는 아무리 친한 동료라도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면 관계는 달라진다. 차마 말은 안 해도 속으로는 '그때 저 사람이 가면서 내가 힘들어졌지' 생각한다.

조직에서는 누구나 이런 상황에 놓인다.


인사이동뿐이 아니다.

아프거나 사고가 나면 민폐다. 가족이 아파도 마찬가지다. 수술을 해서 몇 개월 자리를 비워도 조직에서는 그 직원 아픈 것보다 회사가 잘 돌아가지 않을까 봐 걱정한다.

원래 조직의 특성이 그렇다.

직원이 사표를 쓸 때도 그렇다.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 주지만 나의 이해타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기 때문에 속으로는 은밀하게 머리를 굴린다.


조직은 직원들의 부재에 대비하여 생존을 위한 최적의 시스템 완비를 위해 수시로 점검한다.

그 거대한 시스템의 부품 교체로 좌우 상하 부속품까지 조금 흔들린다고 조직은 신경 쓰지 않는다.

결국은 조직의 시스템에 재빨리 적응하는 사람이 승자이다. 조직에는 그런 사람이 어울린다.

나처럼 빠르게 머리 굴리지 않고 머리 굴리는 다른 직원들 관찰이나 하는 사람은 안 맞다.





상반기 정기인사 계획이 발표되었다.

이달 말까지 인사 대상자를 확정하여 내달 중 시행 예정이라 한다.

이번 인사에 묶여서 실행하지 않으면 평생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회가 왔다.


사무실은 평소와 너무 똑같다.

직원들 통화하는 소리, 자판 치는 소리, 두런두런 사람들 소리

기분이 묘하다.

과장님이 무언가 물어보신다. 답변을 드린다.

모든 것이 똑같은데 나는 비장하다.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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