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 너머, 손과 계절
추석 앞둔 무밭에
빈 상자 몇 개가
흰 끈을 풀고 엎드려 있다.
한 상자의 값이
손보다 가벼운 날,
포기를 자꾸 헤아려 본다.
전광판의 쌀값 숫자는
하루 걸러 낮아지고,
마을 방송은 깨씨무늬병 재해 인정
소식을 늦게야 전한다.
가을 저울 위에
가격표만 올려놓지 말자.
흙의 시간, 손의 체온,
하늘에 빚진 빛까지 함께 얹자.
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농부의 손을 잡고 건너온다.
굳은살과 삽날이 얼음을 깨고,
오늘의 땀이 물길을 열면
비로소 씨앗이 그 길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