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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도 May 22. 2023

엠폭스 백신을 찾아서 1부

"안녕하세요. 저는 귀 보건소 관활 지구에 살고 있는 게이 남성인데요."

올해 봄 클러버이자 디제이인 나의 어느 친구는 하라주쿠에서 일본을 방문한 뉴진스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덜컥 구피가 5마리나 들어 있는 미니 어항을 구입했다. 그는 어항의 5마리 구피에게 뉴진스 멤버의 이름을 각각 붙어 주었다. 디즈니 인어공주 캐스팅을 시기했는지 구피 4마리는 유난히 다니엘을 괴롭힌다고 한다. 브런치에 이 글을 나 본인도 사실 파티광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건전하게도 허브와 열대어를 좋아했다. 또래 남자아이처럼 공놀이보다는 공룡과 레고 조립에 흥미를 느낀 어린 게이는 열대어책을 탐독하고 훗날 하우스 클럽에서 광명을 찾게 된 셈이다. 덕분에 성인이 되어도 지나가다가 발견한 어항의 열대어는 어떤 종류인지 (이른바 테트라인지, 시클리드인지, 잉어과인지) 구별할 수 있는 눈썰미는 아직도 남아 있다. 종에 따라 열대어도 테트라는 짧게는 1년, 난태생인 구피는 2년 그리고 시클리드과는 5년을 산다. 한편 서울 수도권 부모님 집의 어항에 혼자 살고 있는 금붕어는 약 6년을 살고 있다. 예전 같은 어항에는 금붕어가 소녀시대 멤버만큼 많았지만 지금 홀로 남은 금붕어가 다른 개체를 괴롭혀서 다 죽였다고 한다. 그 남은 금붕어는 수초 사이에 연로한 독재자처럼 혼자 존재감 없이 살고 있다. 그 금붕어는 왜 다른 금붕어를 죽여야 했는지 나는 그 이유를 인간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일이 풀리지 않던 도쿄에서 한국으로 쉬러 왔을 때 어머니는 내가 짐을 다 풀자마자 나에게 “아들, 서울로 놀러 가면 요즘 유행하는 거 조심해. 인터넷에서 읽었지?”라면서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을 건넸다. 나는 가다실과 A형 B형 간염, PREP을 모두 섭렵한 게이로서 단박에 어머니께서 엠폭스를 뜻하는 것을 알아들었다. 마약과의 전쟁이 선포된 대한민국에서 결과적으로 마약 사범들이 점점 많아지듯이 예전 “원숭이 두창”이라도 불리던 “엠폭스”의 국내 감염 수도 알듯이 모르듯이 증가하고 있었다. 마침 부산의 뉴스 방송국 KNN은 정확한 사실 여부를 크게 과장하고 약 60명의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자가 마약을 하고 검거되었다는 뉴스를 제작하였고 (현재 해당 기사는 비판을 받고 여러 곳을 수정한 듯하다) 그 정확한 사실 여부를 떠나 그 뉴스 조회수는 순식간에 백만 회를 넘겼다. 나는 게이이자 기자로서 유튜브 조회수에 중독된 언론사가 어떤 자격으로 마약에 의존하는 동성애자를 이렇게 쉽게 비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엠폭스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해외의 상황을 구미의 외신을 통해 읽어 보면 엠폭스 유행은 어느 정도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먼저 유럽에서는 엠폭스 백신이 선제적으로 게이 커뮤니티에 보급되었고 이어 미국에서도 접종이 작년부터 시작되었다. 마침 일본에서 한국으로 도착할 무렵 뉴욕타임스에 실린 어느 칼럼은 게이와 바이섹슈얼 남성들의 선제적인 백신 접종 참여가 엠폭스가 대유행을 막았다고 평가했다. 해외의 SNS를 살펴보면 엠폭스를 접종했다는 게이들의 후기를 꽤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백신 접종만이 아닌 엠폭스에 걸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고 그 고통을 토로하는 확진자들의 SNS글과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60명의 HIV 양성자가 마약 파티에 참가했다라고 유튜브에 쇼츠 비디오를 만들어 조회 수를 늘리는 부산의 방송국과 격과 질 그리고 양이 다른 정보가 물 건너 외신에 담겨 있었다. 서울 퀴어 문화축제가 서울 광장에서 추방된 2023년 나는 그리고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어떤 기대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이어 “게이의 인생은 구피보다 짧을지 몰라”라고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래서인지 일찍 일어난 4월의 아침 나는 집에서 걸어 나가 신세계가 운영하는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커피를 마신 다음 경기도의 모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엠폭스 백신에 관해 묻고 싶었던 나는 자동 안내에 따라 기타 문의 사항인 0번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저는 귀 보건소 관할 지구에 살고 있는 게이 남성인데요, 취재 겸 여쭙는데 혹시 미리 엠폭스 백신을 맞을 수 있나요?”


경기도의 모 보건소 직원은 오전 10시에 다짜고짜 걸려 온 게이의 전화를 받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직원분은 다른 부서로 황급히 전화 통화를 돌렸다. 나는 고위험 집단에 속하는 사람으로 밝히고 위의 같은 질문을 4명의 직원에게 4번 되풀이하며 물어봤다. 담당 부서를 바꾸는 통화음 사이 나는 왠지 문득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가 2016년경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가 “동성애에 반대한다”라고 말하자 해당 발언이 텔레비전 토론 생중계를 탄 날 익일에 문 전 후보를 향해 무지개 깃발을 들고 항의하러 간 모습을 기억했다. 공공시설일수록 성 소수자는 당당해야 하기 때문에. 보건소 직원은 나의 전화를 다른 직원에게 이어 돌렸지만 내가 게이라고 통화를 거부한 분은 다행히도 없었다. 결국 마지막에 통화하신 보건소 직원은 나에게 엠폭스 선제 접종은 없다고 확인해 주셨다. 이어 그 분은 나에게 접촉 경력이 있었는지 물어봤고 나는 접촉 경력이 (슬프게도) 없다고 답했다. 전화 통화를 마치고 결국 엠폭스 백신을 맞기 위해 극단적인 시나리오로서 실제로 걸린 사람과 선제적으로 접촉을 해야 하는지 잠시 망상이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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