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의식의 흐름대로 그냥 쓴다
우울하거나 억울하거나 즐거울 때 글을 쓴다
나에게 글을 쓰는 일은 머릿속의 흙탕물을 걸러내는 작업이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끄적이다 보면 잡다하게 떠다니던 부유물들이 정제되고 정수되고 정리된다.
요즘은 글을 쓸 일이 없었다
다시 말하자면 무수히 떠다니는 생각들을 굳이 글로 풀어내 쓸만한 여유가 없었다
우울과 즐거움이 때때로 휘몰아치는 날은 많았지만 억울함은 줄었다
억울함은 주로 인간에게 생기는 감정이었는데 요즘은 그 감정에 깊게 빠지지 않는다
어떤 대상이나 그 대상의 행동이나 어조를 내 입맛대로 해석하거나 깊게 생각하는 것을 피한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진상이라면 진상 같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내 경험치가 쌓이는구나’
‘손님이 많아지니 이런 사람도 만나는구나’
좋은 방향으로 합리화하며 대책을 세우고 내 나름대로 생채기를 치유했다
늘 그랬듯이 스스로 만들어 낸 할 일들이 산더미 같아서 안 그래도 머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억울한 감정에 휘말려있을 시간이 없다
요즘 내 삶은 거의 100% 나의 커리어에 영점이 맞춰져 있다
단조롭긴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하루하루가 좋다
그동안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에 대한 키 자체가 잡히지 않아 안갯속에서 정처 없이 노를 저어 가는 느낌이었다면
사실 지금도 그렇다(!)
어렴풋이 보이는, 나도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마냥 나아갈 뿐인데
어딘지는 몰라도 어딘가를 향해 간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위로가 된다
중간중간 풍랑을 만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바다가 아닌가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쓴다고 말했지만 쓰다 보니 거짓말이다
오늘은 불안으로 글을 쓴다
열심히 한 것에 대해 예상한 퍼포먼스가 안 나올 때의 불안감,
작은 가게를 계속해서 잘 운영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
일을 하는 내 모습이 좋은데 나이가 더 들면 무엇을 하면 좋을까에 대한 불안감
나의 생계를 내가 평생 책임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내 자신을 잘 보살펴주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안타까움
일터에서 열과 성을 불태우다 우연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잘하고 있어. 충분히 멋져. “ 한마디 던지고 나니 눈물이 한가득 차 오른 날도 있었다
다양한 불안함이 마음에 떠 다니지만 외면하곤 한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하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고
이런 일들이 버겁다고 느끼다가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 글을 끄적이나 보다
쓰다 보니 인생을 너무 결투하듯이 살아가는 거 같다
오늘은 조금 즐겨야겠다(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