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무심의 중간쯤 입장인 교사의 생각
온라인 개학(수업) 마무리 단계이다. 고3의 경우는 이제 매일 등교이므로 사실상 온라인 수업을 끝이다. 2차 대유행이 오지 않는다면 아마도 교육당국은 산발적인 감염에 대해서는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등교를 지속할 듯 하다. 우리 학교의 경우 고 1, 2학년은 격주 등교로 온라인 수업 또한 격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한번 온라인 수업 초기의 과정을 되돌아본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갈팡질팡과 땜질식 지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을 듯 하여 제외힌다. 순전히 온라인 수업 준비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적어본다. 매우 열정적인 교사의 모습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의 불러오기만 하는 교사의 모습도 아닌 평범한, 평균적인 교사의 온라인 수업 준비 후기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1. 초기 기회비용이 무척 많이 들기는 했지만 나의 경우 기회비용으로 사용한 시간이 무색할만큼 최소한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2. 일단 온라인 개학 초기 학교에서 통일한 시스템(EBS 온클)과 기타 수업 제작용 프로그램 사용법, 저작권 문제 등 각종 정보 수합하는데 들인 노력과 스트레스는 매우 컸다.
사실 이 부분에서부터 다양성을 인정하기 위해서 여러 시스템이 혼용되었다면 각종 지침에 대해서 많은 변수가 발생했을 듯 하다. 일단 온라인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듯한 출결 부분에서 출결 증명과 관련한 혼선이 매우 컸을 듯. 실제 우리도 EBS 온라인 클래스로 결정한 뒤에서 출석 증빙을 어떤 식으로 할지로 매우 고심했다. 출결 확인법은 첫번째로 온큰 강좌 개설 방법과도 연관이 된다. 둘째로 개별 시간표인지, 통합 시간표인지에도 영향을 끼친다. 셋째, 담임 교사의 수강 확인 연락과도 연관이 된다. 그래서 이 부분이 통일도지 않았다면 좀 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듯 하다.
3. 허나 실제 내가 올린 수업은 고3 한문2의 경우 1~2차시는 EBS 온클에 있는 수능대비특강-고사성어편을 불러오기하고 학습지 제작하는 것으로 끝. 오히려 수강 신청받고, 출석 확인하는 것이 어려웠다. 고2 한문1의 경우에는 고3 일주일 시행 이후 넓어진 동영상 강좌 불러오기 기능으로 e-학습터 강좌까지 온클에서 불러오기기 되어 초기 강좌는 고2 수업 첫단원 부분 대체 가능 강좌로 개설하고 학습지를 제작하고 올리는 것으로 했다. 일단 이것도 클래스 개설과 신청 및 출석 확인이 더 어려웠다.
여기서 과목별 편차가 발생한다. 흔히 말하는 수능 과목, 입시 주요 과목과 비수능 과목의 차이. 강좌 불러오기 활용이 가능한 과목들은 좀 더 편하게(?) 강좌 개설을 할 수 있다. 물론 등교 수업 이후 그 강좌에 대한 보충 또는 정리 설명을 해야함을 가정하면 이 또한 쉽지는 않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능 교과 이욍는 불러올 강좌 자체가 없거나, 적당한 강좌가 없기도 했다. 고2 한문 수업의 경우는 직접 연관 강좌 자체가 아예 없었다.
4. 고3의 경우 교과서 내용 동영상 강좌를 찍었는데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자료들을 다운 받았다. 그 중 단원별 PPT를 활용하여 파워포인트로 수업을 촬영했다. 그냥 교실 수업하듯이 찍었더니 삼십분 정도 촬영하니 끝. 파워포인트 라이센스를 사달라고 졸라서 사놓은 것이 주효했다. 한셀로 했으면 시간 더 들고 스트레스 더 받았을 듯. 거기에 같이 수업하시는 샘이 활동지 만들어주셔서 동영상과 함께 업로드.
직접 수업 촬영하기 위해 초반 여러 샘들이 모인 단톡방 서너개에 새롭게 가입했다. 한문교사방, 온라인 수업 연구방, 창체 수업 공유방 등. 여기서 주로 자료를 수합하고 공유해주시는 열정적인 몇 분 샘들의 역할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 어떤 툴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파워포인트가 가장 간단한 방법(인데 슬라이드를 정성껏 만들려면 또 엄청 부담되는)이었다. 헌데 경기도의 경우는 MS 오피스 대신 자체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저작권 문제 해결이 우선과제였다. 이외에도 동영상 제작 프로그램들(아이캔노트, 오캠, OBS, 반디캠, 윈텐 X박스 등)에 대한 정보 공유도엄청났다. 무료라 생각했던 프로그램 중 일부는 온라인 강좌를 올릴 경우는 저작권 문제 발생한다고도 하고, 일부는 끝가지 무료로 사용 허가를 내주었다. 이 과정에서 샘들은 직접 관련 회사에 문의하고 직접 답변을 받아 공유하기도 하셨다.
아울러 교과서 수업을 위하여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하는데 이 부분도 여러 샘들이 출판사에 직접 문의하셨고 출판사에서도 각 출판사별로 홈페이지에 사용 허가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여 공지사항을 띄웠다. 최소한 교과서 서 삽화나 내용들에 대한 저자권이 풀리자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좀 더 풍성한 온라인 강의를 찍기 위해 자료를 활용하고자 했던 선생님들의 경우는 끝까지 저작권 문제로 고심을 많이 하셨다.(이게 오프였으면 교실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크게 저작권 문제가 되지 않았을텐데.)
5. 활동지가 첨부되었으나 별도로 수합하지는 않았다. 그 덕에 다른 분들처럼 개별 첨삭이나 피드백을 위한 툴을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데 왠지 필요할 듯 하여 제일 쉬운 밴드를 만들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직도 가입 중 ㅎㅎ. 고2는 그래도 가입률 50%는 되나(314명 중 150여명), 고3은 가입률이 30%(65명중 20명) 정도 된다. 밴드를 통해 질문도 받고 활동지 수합도 하려고 하는 중이나 곧 개학 예정!
6. 이번 온라인 개학에 따른 수업을 준비(?)하면서 실제 운영은 엄청난 노력을 하고 계신 다른 분들의 반의 반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 얻은 것이 있다면 오프 수업을 해도 활용도가 높을 것을 기대하게하는 수업의 시공간성 확장이다. 결국 교사의 의지 문제가 아닐까한다. 오프 수업을 할텐데 기존에 구축된 온라인 수업 시스템과 프로세스, 툴들을 어떻게 활용해 갈지에 따라 수업의 내용과 형식이 이전과는 달라질 듯 하다.
7. 이번 온라인 개학에 따른 온라인 수업 과정에서 느낀 점은 첫째, 교육부와 교육청에 대한 분노(물론 다른 때에 비해 교사들의 의견에 반응 속도가 쬐끔 빠르긴 했다. 몇몇 사안에 한정해서는)와 이들의 시대에 뒤떨어짐과 현장에 대한 무감각에 혀를 내두름. 둘째, 대략 20~30% 정도의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과 협업을 위한 정보 공유(이를 가능하게 한 SNS상의 교사 협업망, 정보망! 이건 송형호 샘의 카톡방 활용이 큰 몫했다고 봄.) 셋째, 안 그럴 것 같은데 온라인 수업을 직접 촬영하고 제작하기 위해 애쓰시는 고경력 샘들의 모습.(정말 친하고 존경하는 같은 학교 샘께서 동영상 촬영하려고 프로그램 찾고 촬영하고 올리는 모습에 깜놀).
이게 정말 중요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뻘짓 잔치 속에서 지원도 거의 없는 상황(물론 저들은 지원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에서 알음알음 온라인에 정보를 공유할 곳을 만들고 이곳저곳의 최신 정보(?)들을 수합하고 공유하는 선생님들. 그리고 그 공유된 내용으로 직접 촬영하면서 구체적인 어려움을 질문하고 답한 뒤 직접 제작한 자료를 무료로 나누어준 선생님들의 존재. 거의 9할은 그 분들이 도움을 받았다. 교사 간 협업이 이렇게 온라인 상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진 경험이 예전에 있었을까 싶다. 간절함이 만든 경험이 아닐까?
초기의 혼선에 비해 많이 안정되어 이제 온라인 수업이 사실상 끝난다는 점이 사실 아쉽기도 하다. 이 혼선을 안정으로 만드신 선생님들과 이 어려운 시기에 수업 듣겠다고 종일 컴, 핸드폰 앞에서 화면으로 배우고 샘들 전화에 시달린(?) 학생들과 우려 속에서 학생들 지켜보신 부모님들까지 너무 애쓰셨다.
덧붙이는 생각들)
언젠가 어느 페친 분이 말씀하셨듯이 이미 개학을 했는데 왜 또 개학한다고 말할까? 개학을 하고 온라인 수업을 하다가 이제는 등교(오프라인) 수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비할 것은 ‘개학’이 아니라 ‘등교’이다. 학생 등교 수업 이후 온오프 수업 병행 가능성도 있다고 하나 좀 더 복잡한 상황에 놓일 것 같다. 기존 지침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하고 미시적인 문제들로 혼란을 겪을 것 같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등교 수업 재개 이후의 방역과 등교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가진 한계를 체감하며 바뀌어야하는 교수학습 방법의 계발일테다. 방역과 교수 학습 방법의 변화라는 문제가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면, ‘교육=진학’이라는 명제에 대한 논의는 앞의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필수적 논제가 되어야할텐데.
그로부터 시작되는 질문이 ‘교육이란 무엇인가!’보다는 ‘공교육은 어떠해야하는가?’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전자도 중요한 질문이며 근본적 성찰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범주를 공교육에 한정하여 논의를 촉발하고 펼쳐가는 것이 현재 필요한 방식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전자는 교육 철학의 범주에, 후자는 교육행정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수 있겠지만 실은 ‘공교육은 어떠해야하는가?’라는 질문은 교육철학과 고육행정의 교집합의 범주에서 답을 찾는 일이 아닐까?
근데.. 그 교집합 설정조차 개념과 범주의 혼선으로 합의가 되지 못한채 소모적 논쟁으로 그칠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