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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외인 Nov 08. 2021

평균 이하의 교사

2021년도 교원평가 결과를 받아보고.


2021년도 교원평가 결과가 나왔다. 총 26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유의미한 숫자라 보기 힘들지만 참여할만큼 의도가 있었으리라. 비담임인 관계로 교과만 평가를 받았다. 척도화된 점수를 보니 학교 평균을 밑도는 결과가 나왔다. 


척도화되어 수치로 나오는 교원 평가에는 반대를 하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결과를 무시할 만큼 평가의 의미를 폄훼하지는 않는다. 어떤 식이든 평가는 할 말이 있는 학생 또는 학부모들이 나에게 주는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학생들과 수업을 통해 교류와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면 그것이 수치화된 평가든 아니든 그 결과는 교사로서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번 평가를 보면서 과거 평가 결과도 다시한번 훑어보았다. 평균을 웃도는 때도 있었고, 평균 치인 적도 있었고, 평균보다 낮았던 적도 있었다. 그 때마다 나는 그 결과를 통해 어떤 반성과 성찰을 통해 교사로서 나를 성장시켜왔던가? 


수치화된 교원 평가에 반대한다고 해서 평가 결과를 무시해선 안된다는 점만 확인하고 매년 반복하고 있진 않았던가?


한편으론 비슷한 수업 내용과 준비로 만났는데 평가가 좋았던 해와 그렇지 못한 해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 대면 상태에서 나의 수업 외의 여러가지 말과 행동들이 달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해에 학생들과 관계맺기를 초반에 잘했던 것이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이차저차를 다 떠나서 올해 교원평가 교과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 앞에서 내 수업에서의 문제점과 장점을 확인하고 개선해야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자극없고, 무의미하고, 목표를 상실한 듯한 일상을 흘려보내오던 내게 아이러니하게도 반대하는 교원평가가 한 기폭제가 되는 것 같다. 


다짐이 생각과 말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아가길!!!


그럼에도 척도화하여 수치로 나타내는 교원평가는 반대한다. 아래는 올해 교원평가 교육활동소개자료에 입력한 내용이다. 아쉽게도 올해는 서술형으로 평가해준 학생은 없었다. 매년 있었는데 올해만 없는 것 자체가 나와 학생들과의 관계의 현실인지도 모른다. 


“저는 수치화, 계량화된 교원평가에는 반대합니다. 다만 학생 여러분들이 이러한 수치화된 평가와 서술형 평가를 통해서 저에게 주는 교육 활동에 대한 피드백들은 그 수치의 의미와 서술된 내용을 잘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그러한 평가들을 저의 교사로서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주는 위한 조언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오늘도 수치화하고, 이를 통해 서열화하는 평가를 치르는 학생 여러분의 수고로움과 고민에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 학생 여러분을 수치화된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학교 생활을 공유하는 동반자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는 교사가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나름 매년 저런 취지의 소개글을 올린다. 그러면 서술형 평가로 자신의 의견을 적어주는 학생들도 있다. 예전에 거의 내가 수업 들어가는 반 전체가 평가할 때는 저 문구 자체에 대해서 의견을 묻는 질문을 한 학생도 있었다. 마지막 문구는 최근에 포함 시킨 내용이다. 교사 본인은 수치화된 평가에 반대하면서 학생들의 수치화된 평가와 서열화에는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정도와 그런 학생들에게 미안해함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댜. 아마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 교원 평가에 반대하면 학생 평가에는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나에 대해 합리화하고 미화하고자 하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침묵과 외면으로 벗어날 수도 없어 넣은 것일지도 모른다. 


교원평가는 그 평가의 방식과 결과 활용을 평가 대상자들이 동의하는 선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교육 활동 자체는 성과 위주로 판단하는 척도화된 수치로 환산하여 평가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 행정의 불합리성을 반대하여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교육 철학을 실현시키지 못하는 교육 활동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반대라고 생각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그럼에도 현행 교원평가 결과가 주는 학생들의 비록 수치화된 것일지라도 목소리를 들어내는 것이 교사인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제 다시 학생들에게 물어야한다. 내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나의 방식으로 듣기 위한 학년 말 준비를 조금 해둬야겠다. 내년에 다시 이 시기 즈음 후회하기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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