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PD 입봉일기 #3
링크드인에 업로드 중인 예능 피디 입봉일기를 브런치에도 옮겨볼까 합니다.
대단한 성과가 나서 올리는 입봉일기면 좋겠지만 아직 과정 중에 있어요.
뿌듯한 감정 49, 두려운 감정 51 로 분투하는 햇병아리 리더의 생각 흐름을 보고
공감하거나 위로받을 팀장님들, 대표님들, 그리고 직장인 분들이 브런치에도 많을 것 같아서요.
*** 사진은 AI 로 작업합니다.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주말이 사라지는 시점이 옵니다. 이번 주말이 진짜 마지막이다, 라는 말을 대여섯 번쯤 반복하는 행운 (?) 도 종종 있지만, 이번처럼 누가 봐도 마지막 주말인 것이 명확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촬영과 편집 일정이 적혀있는 캘린더를 보면 암담해지는 시기가 결국 오고야 말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선생님들도 방학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진작 알았는데. 그러고도 한참 동안, 메인 선배는 일 하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휴식보다 일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아주 없진 않으니까, 적어도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하는 메인 피디면 좀 힘들어도 일이 너무 하고 싶겠지?
어제와 오늘, 마지막 주말이면 으레 하는 루틴대로 머리를 다듬고 휴대폰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냉장고를 털어 먹으면서, 그리고 정확히 촬영 시기와 겹친 약속을 캘린더에서 지워내면서, 과거의 생각을 깊이 반성했습니다. 당분간 먹기 힘들 집밥과 만나기 힘들 친구들은 메인의 입장이 되어도 똑같이 아쉽기만 하네요.
그래도 좋은 소식은, 당분간 월요병은 없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피디 생활 좋은 게 뭐겠어요. 결국 해야 하면 또 모든 삶을 제쳐두고 일에 몰두하는, 그런 신기한 직업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동료인 사회잖아요? 잠시 눈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닦고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또 금세 긴긴 휴가와 주말이 찾아올 겁니다. 떠나보내기 아쉬울 만큼 정든 프로그램 한 개가 세상에 나온 다음에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