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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Feb 16. 2024

해피 발렌타인, 이스탄불!

이스탄불의 첫인상

지하철 출구 밖으로 나의 연두색 캐리어를 끙끙대고 올라와 본 이스탄불 도심은 새롭고 우울했다. 날씨가 춥고 우중충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지도를 봐야 하는데 머리가 계속 앞을 가린다. 갈아타야 하는 버스 정류잔은 버스가 처음 출발하는 곳이어서 다행히 캐리어 들고 타기에 여유 있었다.


버스는 10분 뒤 출발이니 길 찾기 불안함을 떨치고 주변을 바라본다. 관광지에서는 아직 좀 벗어나 있는 동네 인다 달동네처럼 언덕이 심해 멀리 올려다봐야 한다. 언덕 굽이굽이 색색깔의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아무 틈도 허용하지 않고 건물이 다 바짝 붙어있다. 색깔과 모양은 저마다 달라서 하루종일 구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색은 리스본 마냥 화려하고 다채롭진 않다. 그렇다고 붉은 지붕의 체코처럼 일관성 있는 것도 아닌데 묘한 특색을 가지고 장관을 연출한다. 언덕 동네 높이까지 버스가 갔는데 내려오면서 보는 먼 달동네? 풍경은 규모가 굉장히 크고 놀랍고 아름답다. 평균적으로 보이는 색은 회색끼가 도는 인디안 핑크 같다.


아부다비에서 아침 6시에 일어나 다국적 관광객을 태운 공항 근처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에 왔다. 아부다비 공항은 깨끗하고 최신식이다. 온라인 체크인을 하고 승객 각자가 체크인을 하는 기계가 많다. 여권 스캔을 하지 않아도 내 입국 기록이 있는지 얼굴만 카메아에 갖다 대면 내 체크인 정보가 자동으로 뜬다. 짐을 몇 개 부칠 건지 누르면 13킬로라는 정보가 뜨면서 화물짐 띠지가 나오고 승무원이 해주듯 스티커를 떼서 캐리어에 붙이면 된다.


아무튼 피곤한 5시간 비행 끝에 생애 첫 튀르키예에 도착했다. 이번에 처음 esim을 구매해서 써보는데 굳이 유심을 꽂았다 뺏다 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이심을 켜고 호텔까지 어떤 경로로 갈지 찾는다. 지하철이 편할 것 같은데 지하철-버스 노선을 가보자. 버스는 예상 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려서 거의 2시간 걸린 것 같다.

지나가면 때마다 기도 소리 방송이 크게 나온다
호텔로 향하는 길

에미네뉘에 도착했다. 강가가 보이고 거대한 모스크들이 보인다. 밤 되면 불이 켜져서 예쁘다. 덩치 큰 갈매기들이 잔뜩 사람 가까이 날아다니고 다리에서 낚시하는 사람들, 케밥 집들인지 식당들이 잔뜩 있다. 유튜브에서 본 군밤 옥수수 장수들이 많다. 현금을 250리라만 최소한으로 인출해서 60리라나 현금으로 쓰긴 그래서 아직 못 먹어봤다. 아부다비에서 atm 인출했다가 만원이나 더 나와서 최대한 체크카드를 쓰려한다. 아부다비에서도 체크카드는 환율에서 200-300원 정도만 더 붙고 수수료가 적었다. 이스탄불 2일 차인 지금 현금 쓸 일이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면 재미있다. 터키는 아부다비와 느낌이 또 다르다. 아주 많이 다르다. 무슬림들이 많지만 복장이 나 무슬림이요 하는 사람들은 적다. 그래도 히잡 쓴 여자들은 가끔씩 있다. 남자들도 아랍처럼 흰색 원피스 가운을 입고 다니지 않는다. 근데 외모는 수염 난 것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지하철에서 바로 앞에 앉은 히잡 쓴 여자는 인형처럼, 히잡을 파는 마네킹처럼 조각같이 생겼다. 화장기 없는 피곤한 얼굴이었는데 너무 조각같이 예쁘지만 결론적으로 지루해서 예쁘지 않게 느껴졌다.

오늘은 특히 비가 많이 온다. 비에 젖은 이스탄불을 거닐며 상점 구경을 하는 게 재밌다. 터키 브랜드의 청바지도 사고, 아 터키는 청바지 맛집이다.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청바지가 2만 원 대면 살 수 있는데 너무 예쁘고 질도 좋다. 멋스러운 90년대 분위기의 통바지 2개를 섰다. 입었을 때 후르르르 착 흐르는 게 너무 예쁘다.


다행히 방수되는 느낌의 검은색 야상에 큰 모자를 입어 비를 막아주었다. 처음엔 천연 미스트가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이스티클랄 거리를 구경하며 어느새 5시간이 흘렀다. 마침 그 거리의 끝 탁심 광장에는 백종원이 유튜브에서 알려준 젖은 버거(wet burger)를 팔았다. 작은 길거리 식당인데 앉아서 먹기도 하고 밖에서 서서 먹기도 하고 현지인들이 대부분이다. 저도 하나 주세요, 하고 웻 버거를 가리키니 안에서 먹어도 된다고 손짓한다. 안에 들어오니 좀 따뜻하다. 많은 현지인들이 혼자서, 둘이서 와서 웻버거에 아이란을 먹고 있다. 고기 패티 하나 들었는데 뭐 얼마나 맛있겠어? 하도 한입 깨무는데 너무 맛있다. 와! 정말 맛있어!!! 이런 맛은 처음이다. 패티는 증기로 찌는지 촉촉하고 고기와 소스의 조화가 너무 좋다. 그냥 케찹 같은 게 아니라 토마토 베이스의 직접 만든 소스 같은 지루하지 않고 여러 맛이 나는 소스이다. 또 먹고 싶은 맛이다!


비가 거세졌고 몸이 으슬으슬 해지기 시작해 쇼핑한 짐도 놓을 겸 트램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누워서 조금 쉬다가 아시아지구로 향한다. 아시아지구는 에미네뉘에서 페리를 타고 가야 한다. 친절한 구글맵은 몇 시에 출발하는지도 써있다. 페리에 올라탔다. 엄청 큰 크루즈선 같은데 자리가 되게 많다. 아무 데나 가서 앉았다. 따뜻해서 몸을 녹인다. 페리에서 핸드폰을 하려는데 일일 데이터를 다 썼는지 안된다. 하루 1기가 사용 이심을 샀는데 부족했나 보다.  으 라흐마춘 집을 찾아가야 하는데. 다행히 내 위치 기능은 데이터와 상관없이 살아있어서 잘 찾아갔다. 라흐마춘 파는 작은 식당을 가는 길에는 좁은 골목에 시장처럼 이런저런 식료품 가게들이 있고, 야외에서 먹을 수 있게 테이블이 나와있는 예쁜 식당 카페들이 있다.


라흐마춘 가게에 가니 1층은 야외 자리만 있다. 안으로 들어가 2층에서 먹을 수 있냐고 위층을 가리키는 손짓을 한다. 먼저 주문하고 올라가라 했다. 메뉴판은 간단하다. 라흐마춘과 그 밖에 무언가. 라흐마춘 90이라고 써있는 것 하나를 가리켰다. 바로 옆에서 아저씨가 반죽을 한다. 라흐마춘을 가져다준 젊은 터키인 남성에게 어떻게 먹는 거냐고 물었다. 잘 못 알아 들었는지 물티슈를 가져다준다. 아 손으로 먹는 거예요? 나이프로 썰어 먹는 게 아니고요? 잘 못 알아들어 나이프 써는 시늉을 하자 갖다 달라는 줄 알고 잠깐, 하는 포즈를 취하더니 포크 나이프 세트를 갖다 준다.

한 반 정도 먹고 있는데 번역기를 가져와서 were you an acress in drama? 하고 보여준다. 아 아니요, 하고 말했더니 또 한참을 친다. 아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한국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어요, 하길래 아니라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까 향수 가게에 들어갔을 때 테스트를 도와준 청년은 are you a model? 하고 물었는데 향수를 팔아야 하니 뭔가 기분 좋으라고 하는 멘트 같았다. 내가 우디하고 바닐라 향을 좋아하는데 깊은 아라비아 향수를 사고 싶다고 하니 추천해 준 향수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펜할리곤즈에서 나오는 할페티 등 깊은 우디향 향수를 예전부터 사고 싶었는데 30만 원이 넘었다. 이건 거의 10분의 1 가격인데 고급스러운 깊은 향이다. 무려 80미리에 엄청난 가성비다. 터키 브랜드인데, 이스탄불을 기념하기에 이스탄불 로즈가 들어있는 향도 나쁘지 않았지만 난 이 거센 중동의 이국적인 향이 좋다. 이 향을 좋아하다니 특이하다고 말하는 이 청년은 이스탄불에 살게 된 지 10년 된 시리아 청년이다. 자기가 아라빅이다,라고 말하길래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다가 알게 되었다. 순박하고 에너지 넘치는 미소가 예쁜 훈훈하게 생긴 건강한 청년이다.

데이터가 안되는 김에 핸드폰 없이 자유롭게 이 골목 저 골목을 구경했다. 대신 방향성은 돌아가는 페리 터미널을 기억하며 걸었다. 우연히 발견한 Rossman에 환호하며 들어가 이런 저런 쇼핑을 했다. 독일 제품들 믿어요! 독일 제품들을 엄청 싸게 살 수 있다. 독일보단 비싸겠지만 만원 아래로 살 수 있는 게 엄청 많다. 헤어팩 제품, 뭐 안티에이징 세럼 등을 담았다. 5만 원 정도 나왔다. 이스탄불에 로스만이 잘 없던데 우연히 만나서 너무 좋았다. 이스탄불 여행 때는 캐리어가 있느니 미리 짐을 채워놓는 게 좋다. 어제 왓슨스에서도 한 가득 샀는데, 뭐 터키, 네덜란드, 영국, 스웨덴 스킨 케어 제품들 종류가 많다. 그리고 가격이 착하다. 쇼핑 너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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