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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Mar 18. 2024

피상적인 글만 써지는 이유

김교수의 세 가지라는 유튜브를 우연히 보다가 알게 된 김익환 교수는 일상 메모, 일상 감정 메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일상이 곧 컨텐츠가 된다는 것이다. 나도 평소에 일상 감정의 가치와 이것이 글로 표현될 때의 예술적 가치를 크게 느낀다. 최근 읽은 책으로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물질적 삶>, 아니 에르노 <집착>에서 느낄 수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그래서 좋아한다. 치열한 생각을 기반으로 한 훌륭한 책으로는 역시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다. 이런 글을 쓰려면 일상을 꾸준히 수집할 필요가 있는데 막상 기록 행동으로 잘 이어지지는 않는다. 귀찮음이 크다. 나의 지금의 생각, 감정이 기억이 날 것 같은 확신이 들면서 에이 뭘 굳이 써, 하는 마음이 들지만 하루만 지나도 이건 순간적인 생각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를 볼 때, 문학을 읽을 때, 공부를 할 때, 지하철에서 맞은편에 있는 다른 사람을 볼 때, 대화를 할 때, 버스에서 창 밖을 내다볼 때 등등 우리의 생각은 이 생각 저 생각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리고 생각을 하다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행복할 거라 생각하고 결정하고 따르는 지금의 인생 경로로 지금 나 자신이 진정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가, 나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미래의 행복을 위해 나의 오늘의 삶은 가치가 있는 게 맞을까? 하는 인간 본연의 깊은 고찰과 나는 어떨 때 어떤 식으로 상처를 받고 극복을 하는지, 그때 나는 더 참았어야 하나, 이랬어야 하나, 이러지 말았어야 하나 하는 후회도 떠올리고.


나에게 현상과 감정을 깊이 있게 생각하게 해 주고 꿈꾸게 유도하는 것은 문학이다. 요즘 책을 제대로 못/안 읽고 있어 나의 생각과 글은 피상적이고 표면적임을 크게 느낀다. 휴직 전 몇 달 동안 바쁘기도 했고 몸이 안 좋아 글을 읽기가 싫어져 피했다. 퇴근하고 집에 오거나 주말에 굳이 활자를 읽기 싫었다. 영상에만 계속 노출됐다. 물론 좋은 영화와 시리즈는 새로운 영감을 주고 여러 여행유튜브를 통해 다른 삶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보면서 내가 느낀 생각과 감정에 대한 메모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느낀 나의 감정은 자세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나의 다짐은 하루하루 나의 생각, 솔직하고 날것의 감정을 짧게나마 키워드라도 메모에 기록하는 것과 다시 책 읽기로 돌아가 풍부한 생각을 하고 입체적인 글을 쓰는 것. 그리고 나의 취미이자 힐링인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예쁜 색 잉크를 넣어 만년필로 필사하기.


- 읽다 중단하였는데 다시 읽기 시작할 책: 무라카미 하루키 <댄스댄스댄스>, D.H. 로렌스 <바다와 사르디니아>, 에이미 토울스 <모스크바의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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