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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May 29. 2024

노르웨이 가는 비행기값 아꼈다

뭉크전

굉장히 오랜만에 중간고사라는 나름 긴장되는 시간을 보내고 마음이 여유로운 5월을 보냈다. 어느새 시간이 빨리 흘러 곧 기말고사와 종강이 다가와 루틴과 같은 교과서 및 논문 읽기와 기말과제 작성을 시작했지만. 애플티비로 아카풀코라는 멕시코 호텔 배경의 드라마를 봤는데 색감이 너무 예쁘다. 내가 좋아하는 민트색과 갈색이 조화로운 사무실, 집의 가구들, 벽지 색깔. 발표를 위한 피피티에 민트색과 갈색 조합을 담았다. 발표는 내 생각을 나타낼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매번 긴장되는 건 사실이다. 피피티를 만들고 발표준비를 하고 과제를 하면 6-7시간이 훌쩍 간다. 공부만 하면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계속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니 눈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다. 집중을 하면 한 자세로 오래 있는데 안 좋은 자세로 있어서 그런 듯하다.


낮에 식탁에 앉아 따뜻한 차를 머그컵에 따라 마시며 논문 읽는 시간은 너무 즐겁다. 이 여유도 좋고 논문을 읽으며 새로운 지식을 접하는 것도 즐겁지만 학자들의 반짝반짝한 생각과 시사점, 인사이트를 받아가는 것이 너무 좋다. 머리에 전구가 팍 켜지는 것처럼 여러 생각이 브레인스토밍되어 잔뜩 채워지고 내 머릿속 어딘가에 그 느낌으로 저장된다. 이렇게 전구가 켜지는 순간이 짜릿하고 행복한데 많은 양질의 글을 자주 접하다 보니 이런 순간이 빈번하다. 짧은 순간 시간 제약 속에서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순간은 약간 괴롭고 아직 부족하고 피곤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얻는 게 많다.


스트레스가 적으니 위장건강이 회복되었다. 한 달에 3분의 2는 위장이 아픈 채로 회사를 다녔는데 지금은 매일매일 소화도 잘되고 위장도 안 아프다. 근데 코로나 이후로 목감기는 자주 걸린다. 거의 한 달에 한 번은 목부터 시작되어 감기가 계속되고 기침은 폐병 환자처럼 심해지는데 지금 다시 목감기 시초 증상이 시작되어 걱정된다.


일 년에 두세 번은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 중에 실신 증상이 발생하는데 지난주에도 서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 길에 증상이 일어났다. 주변을 돌아보니 노약자석까지 걸어가는 복도는 사람이 많아 이동이 힘들어 보인다. 저번에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주먹을 꽉 쥐고 가방을 바닥에 내리고 얼른 주저앉았다. 호흡이 가빠지고 식은땀이 가득 난다.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다. 눈을 질끈 감고 쪼그려 앉아 이 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패닉 상태는 지나갔다. 패닉 상태가 오면 앞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며 기억을 잃고 쓰러진다. 지금은 다행히 얼른 대처해서 지나가서 땀에 흠뻑 젖은 손만 찌릿찌릿한 상태로 끝났다.


백수의 좋은 점은 분주한 주말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사람이 많을 것 같은 뭉크전시를 평일에 가니 표를 바꾸는 줄도, 입장 줄도 없어서 좋았다. 노르웨이에 있는 뭉크 미술관에 어마어마한 양의 뭉크 그림이 있다고 들었는데 절규 말고도 인간의 감정 별로 다양한 작품이 있다고 하고 하나같이 예뻐서 뭉크 미술관에 가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오슬로 여행은 물가가 비싸서 유럽을 가서 당일치기로 갔다 와야 하나, 하는 여러 생각을 했었는데 서울에서 뭉크 전시를 한다니 무조건 가야겠다! 흥분해서 예매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하더니 작품 수도,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았다. 비수도권에 산다고 해도 ktx비가 아깝지 않을 뻔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


뭉크의 그림은 붓질이 곡선으로 흐느적거리고 표정이 하나 같이 인상적이다.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를 그린 그림들은 표정이 우울하기도 한데 눈빛이 또 강렬하게 느껴진다. 인간의 사랑을 기반으로 외로움, 우울함,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그의 그림들은 관능적이고 몽롱하다. 과감한 붓터치와 색감들은 멋지고 예술적이다. 뭉크의 작품은 절규보다 마돈나를 시그니처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절규는 오히려 하도 봐서인지 별 감흥이 없다. 흐드러지는 긴 곱슬머리를 늘어뜨린 여자들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특히 사랑의 파도 위에 서라는, 제목도 매력적인 그림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예술의 전당에는 빠리크라상이 있는데 60대로 보이는 아줌마(요즘엔 60대를 할머니라고 하기 그렇다)가 혼자 와서 뭉크전을 구경하고 도록도 사서 빠리크라상에서 리조토를 시켜 먹고 있었다. 서울 아줌마의 모습인가. 세련되어 보이고 멋있어 보였다. 옷은 막 차려입은 정장 느낌이 아니고 신발은 발렌티노 구두를 신었는데 수더분하고 자연스러운 멋이 있었다.


다양한 뭉크 그림들을 보니 버킷리스트가 약간 해소된 것 같으면서도 뭉크미술관에는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못 본 더 많은 아름다운 그림들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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