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결혼식에 두 번 다녀왔다. 한 번은 대학교 동기, 한 번은 친척 결혼식이다. 두 번 다 체크무늬 핑크색인 마인 원피스를 입었다. 한섬 옷은 신체 라인을 예쁘게 보이게 라인을 잘 잡아서 허리는 짤록하고 엉덩이는 머메이드라인의 스커트나 원피스를 자주 사게 된다. 결혼식에 입을만한 정장 원피스가 많긴 한데 그중에서도 검은색은 좀 여름에 답답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 원피스를 고르는데 적당히 포멀하면서 너무 무겁지 않고 화사해서 결혼식 갈 때 손에 잘 집힌다. 나는 회사에도 입고 가고 자주 입어서 별 감흥이 없는데 결혼식에 가면 예쁘다고 사람들 반응이 좋아서 놀란다.
가끔 있지만 결혼식 가는 걸 좋아한다. 나는 꽃 냄새를 맡는 걸 좋아해서 다가가 꽃을 자주 보는데 조화일 때는 아쉽다. 전체를 생화를 하는 결혼식도 있고 버진로드에 조화를 군데군데 섞는데도 있고 아예 전체가 다 조화인 곳도 있다. 멀리서 보고 사진 찍을 땐 큰 차이 없겠지만 버진로드 가까이 하객이 앉는 자리에 생화가 수북하게 꽂혀 있으면 전해지는 그 싱그러움이 말도 못 하다. 예식을 기다리며, 예식을 보면서 싱싱한 꽃 근처에서 전해지는 생생함, 맑은 에너지가 좋다. 어떤 결혼식은 돌아가는 손님들에게 남은 꽃을 포장해서 주는데 좋은 것 같다. 돌아가는 발걸음에 잠시나마 행복감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다.
결혼식을 가면 요즘엔 좀 다양하다. 신랑신부가 같이 입장하고, 양가 부모님들도 무대에 올라 같이 인사하며 등장하고, 화촉점화를 생략하고, 신랑 아버지가 주례하는 경우, 주례가 없는 경우, 신부의 외국인 친구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축가를 불러주기도 하고, 신랑 신부가 혼인서약문 낭독 대신 개사해서 노래로 부르는 등. 이번 결혼식 중 하나는 사회자가 전문 MC인 듯한 여자였는데 아나운서 준비생인 듯 정확한 발음과 발성으로 하니 재미와 인간미가 없어 별로였다. 너무 기계적인 느낌. 그리고 노래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부를 땐 1절만 하면 좋겠다. 하객들이 들어주기 힘들다.
결혼식에서 두 번 입은 원피스를 드라이를 맡기러 크린토피아에 갔다. 여름에 입은 거라 두 번 입고 드라이를 맡겼다. 그냥 빨까 하고 소재를 보는데 레이온, 마여서 빨면 안 된다. 평소엔 모아 놓으면 엄마가 해다 줘서 몰랐는데 원피스 한 벌에 10,700원이라니 충격받았다. 으악 아니 이 돈이면 발리에서 원피스 하나 사겠다(곧 인도네시아에 간다)! 이 돈이면 하루 학교가는 왕복 차비에 학생 식당에서 떡볶이도 사먹을 수 있다. 바가지를 쓴 건가 싶어 드라이 찾을 때 왜이리 비싸냐고 물어보려다가 뭐 깎아줄 것도 아닌데, 하고 말았다. 드라이한 비닐엔 주름장식 원피스라고 써있는데 이래서 비싼가? 아니 그냥 통짜 원피스인데 무슨 장식이 있다 그래! 친구들 단체방에 백수는 여름엔 빨래되는 옷만 입어야지 너무 비싸서 원, 안 되겠다고 말했다. 여름엔 레이온, 마 소재는 사면 안 되겠다. 뭐 어차피 백수 기간엔 옷을 사진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