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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May 15. 2024

대학원생의 가성비로 살아가기


학생, 비 오는데 운동을 해?


평일 낮, 집 근처 운동기구 있는데서 조깅하듯이 리드미컬하게 걷는 기구를 하고 있는데 비를 피하느라 벤치에 잠깐 앉으려고 지나가던 할머니가 나에게 말했다. 요즘으로 치면 70대 후반일듯한데 옛날로 치면 60대 같은 할머니다. 친구들은 결혼해서 애가 둘씩 있고한 나이인데 나한테 학생이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계속 필라테스를 등록해서 다녔었는데 저렴한 곳이었는데도 그마저 아까워 맨몸 운동을 하고 있다. 부족한 근육 운동은 홈트로 유튜브 틀어 놓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게으르다.


소소한 앱테크를 시작했는데 얼마나 소소하냐면 매일 10원 15원씩 타는 거다. 신한카드 앱의 광고보기는 1원밖에 안 준다. 룰렛 돌리기를 열번 정도 해봤는데 숫자는 뭐 2천 원 3천 원도 써있는데 무조건 1원이다. 엄마가 가입해 놓은 종신형 삼성화재 보험이 있어서 실비 탈 때마다 이용하는 모니모 앱이 있는데 젤리를 준다. 젤리는 바로 현금화가 가능하다. 오늘 그 앱에서 5천보 미션을 줘서 걸으려고 했는데 날씨 앱에서 오후 내내 비가 온다는 거다. 마침 어제 과제하느라 저녁 먹고 운동을 못 나가서 아랫배가 불룩해서 얼른 점심 먹고 비 오기 전에 나가야지, 하고 나갔는데 비 오려는 기미가 있다. 좀 더 멀리 있는 운동 기구까지 갔다 오면 6천 보 정도 되는데 보슬비지만 양이 많아 거세다. 후드가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긴 하지만 인디핑크색 바람막이가 젖기 시작한다. 결국 가까운 운동기구 있는데서 조금 운동을 하다 비를 피하며 제자리 걷기를 하다가 들어왔다. 3천보 정도여서 오늘 미션은 실패다.


핸드폰 요금제도 알뜰폰 3기가 짜리로 바꿨다. 지난달 요금이 12,770원이다. 집이랑 지하철, 학교에서 와이파이를 쓰니 지난달에 2기가도 안썼다. 회사에선 보안때문에 와이파이가 안되니까 무제한을 썼었고(그래봤자 알뜰폰 무제한 19,800원), 그마저도 회사에서 핸드폰비가 매달 나왔다. 유심을 바꿔서 신청하면 더 싸게도 할 수 있겠는데 거기까진 귀찮다. 음악듣는 앱은 원래 이용을 안하고 이동 중엔 유튜브 음악을 듣거나 팟캐스트를 듣는다. 외국어 노출을 위해 듣는 팟 캐스트는,


culips

American english

All ears english

Russian with stories


인데 큘립스가 제일 오래전부터 듣던 거다. 한국인과 결혼한 캐나다인이 하는 건데 가끔 한국 얘기도 나오고 무엇보다 전체가 명쾌하게 잘 들려서 좋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모국어인 사람만 이해하는 표현이 가득하지도 않은, 우리가 카피하기 쉬운 문장들이다. 게다가 예전부터 난 캐나다 남자의 발음을 좋아한다(캐나다 발음 특성이 미국과 어떻게 다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경험적으로 그냥 들었을 때 좋아서).


집에서 티비로 유튜브를 많이 보니 가성비 세일하는 것을 보면 종종 사게 된다. 최근에 네고왕에서 화장품을 자주 샀다. 어차피 올리브영에서 사게 되는 클렌징오일 같은 것. 마녀공장에서 산 딥클렌징 오일로 세수를 한다. 그 옆에는 홈쇼핑에서 사보고 싶었던 조성아 레몬청 클렌저가 놓여 있다. 벌써 1/3 정도만 남았다. 처음에 쓸 땐 얼굴이 따갑고 빨갛게 올라왔는데 지금은 괜찮은 것 같다. 거품이 보글보글 하얗게 올라올 때 포슬포슬함과 소리가 좋다. 이것도 네고왕에서 샀다. 거의 5-6천 원대에 세일을 하니까 한 번에 사놓고 쓰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엔 클리오 임직원 할인가로 스킨케어를 많이 샀는데 엄마가 사는 거에 꼽사리 껴서 몇 개 샀다. 30개 든 팩은 5천 원인가 하고 엄마가 산 글루타치온 앰플하고 크림은 10만 원가량 하는 게 막 9천 원 이러니 잔뜩 담고 나니 10만 원이 넘는다.


파운데이션은 처음으로 미샤에서 나온 캣치파데를 사봤다. 이것도 예전에 네고왕에서 사고 나서 쿠폰이 있어서 할인받아서 샀다. 미샤를 써보니 제품이 좋기도 하고 색이 오래가고 성분이 좋다고 해서 사봤는데 원래 쓰던 것보단 착용감? 이 별로이지만 나름대로 괜찮다. 착용감이 별로라는 건 착 안 발리고 밀리고 자국이 난다. 손으로, 쿠션 퍼프로, 거기서 준 브러시로 다 발라봤는데 마찬가지다. 그나마 쿠션 퍼프로 발랐을 때 밀착이 돼서 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 대학생 때는 맥에서 파운데이션, 파우더, 바비브라운에서 쿠션 파운데이션을 썼고 안 써본 게 없다. 그나마 저렴했던 게 올리브영에서 산  3만 원 대 비쉬 비비 크림. 나에게 맞는 걸 찾아나가느라 제형도 플루이드형, 크림형 등 로라 마르시에, 알엠케이, 슈에무라, 입생로랑, 클리니크를 써보다 입생로랑이 잘 맞아서 4년 정도, 이후엔 에스티로더에 정착해서 5년 정도 썼다. 가장 최근엔 나스를 2년 정도 썼는데 색깔과 매트한 정도가 잘 맞았다. 수정용 쿠션도 에스티로더를 쓰다가 디올에서 지금은 샤넬을 쓴다. 디올은 케이스가 이뻐서 샀는데 단종돼서 짜증 나게도 리필을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작년에 새로 산 샤넬 케이스가 예쁘고 수정화장하기에 촉촉해서 회사에 놓고 일하는 중에 썼다. 지금은 할인받아 만원 대에 산 파운데이션을 쓴다(재구매 의향은 없고 새로운 가성비 파운데이션을 찾아야겠다)!


신한카드에서 지난달 교통비 알림이 떴는데 6만 원 대다. 외출을 15일 이상 안 했구나. 주 3일 학교에 가고 그마저도 온라인 수업은 집에서 듣는다고 안 가니 교통비가 얼마 안된다. 그래도 한번 학교를 가면 신분당선이 비싸서 왕복 차비가 7천 원 정도인데 웬만하면 학교를 안 가는 게 이익이라는 결론이. 교통카드를 새로 k pass 카드인가 하는 걸 신청했다. 신청이 폭주하는지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문자가 왔다.


내년엔 휴직하느라 올해 수입이 1-3월 밖에 없었으니 나라에서 주는 근로장학금을 신청해 볼까 한다. 지금은 혹시나 하고 들어가 봤는데 당연히 대상이 안된다. 그래도 8월쯤 작년분 성과급이 들어올 거고 내년에 올해 연말정산도 받으면 몇 백만 원 목돈이 더 생긴다.

휴직해서 짠순이처럼 생활하고 있지만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없고 행복하다. 그래도 여행에는 모아놓은 돈을 쓰고 있다. 학생 때는 부모님이 주시는 돈으로 생활하고 여행하니 부족하고 직업을 가질 때는 또 시간이 아주 자유롭진 못하니 길게 여행을 못 가는데, 지금은 모아놓은 돈도 있고 시간도 많다. 그래도 길게 갈 때는 숙소비가 아까워 숙소비가 싼 나라로의 여행을 생각 중이다.


운동을 하고 있는데 몽골 여행 중인 엄마가 고비 캐시미어 코트를 샀다고 사진을 보냈다. 내가 작년에 갔었던 자유여행 코스로 친한 아줌마들끼리 여행을 떠났다. 그 집 자녀들은 몽골을 자유여행으로 간다고??? 그게 안될텐데,하며 걱정 가득하다는데 우리 엄마는 자신 만만하다. 자유여행의 맛을 알게 된 엄마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아줌마들끼리 자유여행을 자주 떠나기 시작했다. 친구가 많아 매번 가는 사람이 바뀌어서 신기하다. I라는데 I 같지 않다.


아무튼 이번엔 내가 맨날 입고 다니던 지고트 까만 코트가 너무 입어서 낡아가지고 새로운 기본 까만 코트가 필요하다고 50만 원을 주며 사다 달라고 했다. 5년 정도 입었는데 벌써 헤진건 다른 코트가 여러벌 있었음에도 아무 코디에 툭 걸쳐 입고 나가기 만만해서다. 작년에 내가 갔을 때 50만 원 이쪽저쪽이었던 것 같은데 엄마가 조금 더 싼 건 사이즈가 없고 100만 원 정도에 샀다고, 지고트랑 비슷하게 끈으로 묶는 형태를 샀다고 했다. 회사를 다니고 있더라면 이것도 싸다, 하면서 별생각 없이 카드로 그렸을 텐데 지금은 100만 원이라 하니 엄청 크게 느껴지며 정신승리로 그래 캐시미어 100에 막스마라를 사면 몇 백만 원인데 가성비 맞다, 명품 가방 사느니 100만원에 캐시미어 코트 여러벌 사는게 훨 낫다고 생각하면서 엄마가 자기 없을 때 먹으라고무쳐 놓은 양념 게장을 은색 통에서 꺼내고 막 무친 새콤달콤한 오이지 등을 꺼내 밥을 차린다.


인스타그램을 보는데 3위. 너무 공감가서! (출처:vivotv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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