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끊임 없이 원하고, 갈구하고, 사고… 그래서인지 내 방 책상의 다리들은 휘어질 것만 같다. (심지어 벽에도 말이다! 이번에는 가디언즈오브갤럭시3 포스터를 붙였다.) 미국 틴에이저의 복잡한 방은 아니지만, 나는 내 방을 내 취향으로 가득 채웠다. 나름의 통일성은 유지하려고 하였으나, 아무리 그래도 가끔 인스타그램이나 잡지에 올라오는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방을 보면 한숨이 쉬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나는 맥시멀리스트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내가 한숨을 쉬었듯, 내가 바라는 것은 미니멀리즘이다. 내 방에는 굳이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가 없다. 건축가가 잘 설계하고 짜맞춰진 가구는 충분히 몇권의 책과 데스크톱으로 소임을 다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맥시멀리스트. 오늘도 방에 컨텐츠를 채운다. 나는 마치 쇼-오프하는 인플루언서 같다. “봐! 봐! 내 취향이 이렇게 다채로워!”
쇼-오프를 미친듯이 싫어하는 나다. 가끔 내 방 사진을 SNS에 올리지만, 내 방에 어차피 올 사람도 많지는 않다. 혹자는 나에게 허세가 있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내 주변 친밀한 사람은 안다. 나는 그저 좋은 것이 좋은 것이고, 단지 좋아하는 것의 퀄리티가 좀 높다는 것. 그래서 아마 <월든>의 저자 소로는 나를 싫어할 것이다. 아니면 경멸할지도 모른다. 나는 아침도 싫어하고 (내가 아침 잠이 많기 때문이다.), 노동에서 보람도 딱히 못찾겠다.
하지만 나는 노동의 노예가 되지도 않았으며, 소비를 하되 탕진하지 않을 정도의 배경이 있다. 이런 자본주의가 만든 괴물(?)을 소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또 궁금하다. 그리고, 그가 제시한 생활 규범이나 가치관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지기 힘든 유형의 인간이라는 것을 소로는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였나? 하는 생각도 든다. 생각해보니 이것은 바보같은 생각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 이란 책을 통해, 우리를 불가능에 가까운 무소유의 삶에 매혹적인 초대장을 던진 것일 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