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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도구가 사라진 교실

by park j

요즘 대학 강의실을 둘러보면 공통된 풍경이 있습니다. 책상 위에 펜과 노트를 펼쳐둔 학생보다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켜둔 학생이 훨씬 많습니다. 교강사들은 요즘 학생들은 필기도구도 안 들고 다닌다고 한탄하곤 합니다. 이런 학생들의 모습에 교강사들의 아쉬움이 폭발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중간고사 시험에 필기도구를 지참하지 않은 학생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일부 교강사들 사이에서는 시험 보러 오는 학생이 무슨 필기구도 없이 학교를 다니고 교수에게 펜을 빌리냐라는 비난의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시험 전 친구들이 긴장한 상황으로 교수에게 요청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는 시대가 변했고 학습 방식과 도구 사용이 달라진 상황에서 단순히 예전 기준만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교수가 시험 운영이나 평가 기준에서는 준비성을 지키도록 안내하였는지 궁금했습니다. 저는 학생의 준비성이 부족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준비성과 시대 변화라는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도기에서 교수가 아쉬움을 드러내는 것이 혹시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도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손으로 쓰는 행위가 곧 학습의 상징이었습니다. 글씨를 쓰며 사고를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생각이 몸에 새겨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이 그 과정을 대신합니다. 타이핑을 하거나 화면을 캡처하고 요약 기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고의 흐름을 기록합니다. 방식이 달라졌을 뿐 배움의 본질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문제를 맞다, 틀리다로 이 변화를 재단하기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으로 쓰지 않더라도 생각을 깊이 정리할 수 있는 학습법,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되 사고의 주체성을 잃지 않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지금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필기도구가 사라진 교실은 어쩌면 새로운 학습의 출발점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펜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 그리고 그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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