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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크림 Apr 02. 2018

구찌

누구나 다 아는 그 구찌


최근 몇년간 가장 핫한 명품 브랜드를 말하라면, 아마 대부분 구찌를 떠올리지 않을까?

어쩌면 누군가는 이제는 다시 버버리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몇년 전부터 SNS에는 인간 구찌, 구찌 착장이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쓰여졌고, 심지어 구찌를 제목으로 한 노래도 여럿 나올 만큼, 구찌는 핫했다.


연예인들이 구찌를 많이 착용하면서 구찌는 더 핫해졌다.

특히 블랙핑크 제니가 착용한 구찌 브로치와 그녀의 착장은 SNS에서 크게 화제가 될 뿐 아니라 다른 연예인들의 스타일리스트에게도 영감을 줄 만큼 화제가 되었다. 구찌가 착붙인 듯한 그녀.. 그렇게 그녀는 인간구찌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녀는 이제 인간 샤넬로 불리게 되었는데...


방탄소년단(BTS)의 뷔 역시, 구찌보이라 불린다. 컨셉 포토로 공개한 사진 속 구찌 의상이 너무 찰떡같이 잘어울린다 하여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구찌 로고를 합성하여 구찌 광고처럼 되어버린 짤이 SNS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구찌 로고를 합성한 BTS 뷔 /  구찌 화보 속 박보검, 구찌 풀착장한 현아, 인간구찌란 말을 만들어낸 블랙 핑크 제니.
창립자 '구찌오 구찌'의 이니셜 GG를 겹쳐서 만든 로고



많은 셀럽들의 사랑을 받는 구찌의 역사는 1881년 구찌오 구찌(Guccio Gucci)가 태어나면서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구찌오 구찌는 영국의 사보이 호텔에서 벨보이로 일했다. 그는 상류층들의 가방과 트렁크, 그들이 선호하는 패션 취향을 보며 영감을 얻은 후, 고향인 이탈리아로 돌아와 가죽 제품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1921년 자신의 이름 Gucci를 내걸고 가죽으로 된 승마용품을 팔기 시작한다. 영국의 상류층 문화와 이탈리아의 섬세한 가죽 공예 기술이 결합한 브랜드가 탄생한 것이다. 그 후 1937년부터 구찌는 사업 영역을 확장하여 핸드백, 장갑, 신발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모든 명품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게된다. 2차 세계 대전은 무수히 많은 브랜드에게 정신적, 물질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모든 물자가 전쟁에 동원되어, 제품을 생산할 원재료를 구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들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대거 등장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구찌 역시 더 이상 가죽, 금속을 이용해 백을 만들기 힘들어졌고, 이는 구찌의 시그니처 아이템들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이 된다. 가죽을 대신하기 위해, 마를 이용해 만든 캔버스 재질에 다이아몬트 패턴을 입힌 디아망테 시리즈를 만들었고, 대나무를 이용해 핸드백 손잡이와 잠금장치를 만들어  뱀부백(Bamboo bag)을 만들어 낸다. 어려운 전시 상황 속에서 이러한 아이디어로 디자인을 혁신한 구찌의 제품들은 왕실과 많은 셀럽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된다.



엘리바자베스 테일러, 벨기에의 파올라 왕비, 영국의 다이애나비 등 수많은 셀레브리티에게 사랑받은 bamboo백과 디아만테 패턴


하지만 이런 구찌에게도 시련의 시기가 있었다.

사실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가는 시기, 구찌는 죽을 쑤고 있었다. 경영진들의 진흙탕같은 싸움에, 구찌 이미지는 폭망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여기저기 구찌 라이센스를 내준 것이다. 길거리에 널린게 구찌 마크였다. 구찌는 더 이상 명품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여기저기 길거리에 널린 구찌. 누가 구찌를 비싼 돈 주고 사겠는가?


한 물간 브랜드, 흔해져 버린 패턴과 칙칙한 색상 등 올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구찌를 멱살 잡고 끌어올렸던 건, 그 유명한 톰포드다. 건축학을 전공했던 톰포드는 - 다재다능한 그는 영화도 만들었다. 스스로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고, 심지어 연기도 한다. - 파산 위기에 처해있던 구찌를 단숨에 정상급 브랜드로 복귀시켰다. 톰포드가 없었다면 지금의 구찌는 없었을지도... 톰포드의 나비효과...


톰포드는 이제 구찌를 떠나, 자신의 왕국을 건설했다. 톰포드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아끼겠다. 톰포드 향수편을 쓸 때 써야지... 한가지 확실한 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제목을 봤을 때 난, 악마라면 당연히 톰포드를 입어야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만큼, 톰포드는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무언가가 있다. 톰포드가 이끌었던 구찌는 참 시크했고, 전체관람가가 되기 힘든 분위기였다. 그당시 구찌 화보들은 어딘가 외설적이고 빨간 딱지가 붙어야할 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구찌 이미지와는 좀 거리가 있다.


좌 톰포드의 구찌, 우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2015년 1월 구찌는 폭풍에 휘말리게 되는데, 2월에 열릴 F/W 쇼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던 총괄 프리다 지아니니가 구찌를 떠난 것이다. 쇼까지 남은 기간은 5일, 기적적으로 한 디자이너가 5일 만에 가을 컬렉션을 완성해냈고, 그 컬렉션은 단숨에 패션계를 뒤흔든다.


그 천재가 누구냐고? 그 디자이너가 바로 현재 구찌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다.


그를 선발한 건 2015년 구찌의 CEO가 된 마르코 비자리였다. 마르코 비자리는 우연히 알렉산드로 미켈레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 후 비자리는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의 정신을 멋지게 해석할 수 있고, 이미 구찌의 가치가 그의 핏속에서 흐르고 있는데, 굳이 다른 사람을 찾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앉힐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미켈레는 12년간 구찌에서 일하였으나,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12년 동안 구찌의 변화를 몸소 체험했던 사람이었다. 톰 포드의 구찌, 지아니니의 구찌를 거치며 구찌가 어떤 회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그였다. 마르코 비자리는 알렉산드로 미켈레에게 ‘당신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해라. 돈은 신경 쓰지 말라’며 적극적으로 그를 밀어주었다. 마르코 비자리의 안목은 정확했고, 미켈레는 남다른 개성을 드러내며 구찌를 가장 핫한 브랜드로 만들어냈다. 그 결과, 구찌는 1999년 이후로 주가가 최고치를 찍었고, 다른 유수의 명품들이 고난을 면치 못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도 매해 두자리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보통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을 보면, 미래를 읽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트렌드를 이끄는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사실 미래보다 과거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고 한다.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보다, 그는 오래된 물건들에게서 더 매력을 느낀다. 그는 앤티크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첫 컬렉션을 준비할 때에도 직접 집에 있던 앤티크, 빈티지한 느낌의 소품과 옷들을 직접 가져오며, 디자인 작업을 했다.


실제로 그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 중 " 저는 미래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건 아직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과거와 현재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제 아파트는 앤티크로 가득하지만 현대적인 설치 작품처럼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며 독특한 디자인을 세상에 내놓는다.


Alessandro Michele's office


그는 과거로부터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특히 그의 부모님은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다. 그는 “극도로 세련된 세계에서 일한 정말 멋진 숙녀”였던 어머니를 회상하고, 성 프란체스코 아시시처럼 새들이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있던 아버지의 휘파람를 추억한다. 그의 히피스러운 패션, 꽃과 새, 벌 등 자연에서 따온 자수들은 모두 어린시절의 경험,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받은 영감에서 온 것이다.



지금 우리가 그리워하는 인물들에게는 뭔가 별난 면이 있어요.



“지금 우리가 그리워하는 인물들에게는 뭔가 별난 면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개성이라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제 패션쇼를 구축하고 싶어요. 당신이 옷 입는 방식은 당신이 느끼는 방식, 당신이 사는 방식, 당신이 읽는 방식, 즉 당신의 선택입니다. 그것이 제가 구찌에 불어넣고 싶은 것입니다.”


그는 누군가를 떠올리는 데 필요한 것은 그 사람의 개성이라는 것을 포착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구찌는 눈에 띄고 화려한 면이 없지 않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옷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시장은 제품으로 넘쳐났어요. 패션은 제품이 전부가 아니죠. 패션은 당신이 입어보고, 그 아이디어와 사랑에 빠져 결국 제품을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놀라운 아이디어가 핵심이에요. 그러니까 당신은 그 아이디어를 산 거지, 물건을 구입한게 아니에요."


그의 말처럼, 그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디자이너 중심으로 돌아가던 패션계에서 디자이너가 아닌, 옷 그 자체에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알렉산드로 미켈레라는 이름보다, 그가 만든 옷 그 자체를 좋아한다.


르네상스, 빈티지와 앤티크, 자칫 할머니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그래니룩, 너드와 히피, 레드와 그린  등의 키치스러운 색감, 지나칠 정도로 화려한 카우치 플로럴 패턴 등 이질적이고, 상이한 개념들을 넘나들며 패션 세계를 넓히고 있는 그의 콜렉션... 그가 새로운 디자인을 내보낼 때마다, 시장이 요동친다.

그의 패션을 수식하는 수 많은 키워드들이 있지만, 그가 보여주는 패션철학의 구심점은 결국 그의 마인드가 아닐까?


우리는 꿈꿀 필요가 있어요

"지금은 사는 게 쉽지 않아요. 우리는 꿈꿀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영화처럼 뭔가 낭만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 라며 그는 무엇하나 쉽게 얻어지는 것 없는 세상, 마음대로 되는 일 하나 없는 세상을 버티는 사람들에게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어쩌면 이는 미켈레기에 가능한 위로일지도 모른다. 대체로 우리가 아는 유명한 디자이너들 중 천재 소리 들으며 누구보다 빠르게, 젊은 나이에 탑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아주 차근차근 한계단씩 밟아왔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버티며 사는 사람들의 삶을 그 누구보다 더 잘 공감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세상과 다른 판타지, 자기만의 파라다이스가 필요하다는 걸 이해하고 있는걸까?) 쉽지 않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낭만적이고 동화스러운 알렉산드로 미켈레스러운 위로를 건넨다. 그는 기존의 구찌와 전혀 다른 화려한 색감과 패턴 위에 새, 벌, 꽃으로 자수를 놓아, 어딘지 동화적인, 그만의 구찌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그는 쉽지 않은 세상 속에서 영화처럼 멋지고, 낭만적인, 사람들이 다시 꿈꿀 수 있는 무언가를 영화처럼 낭만적인 것들을 만들어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런 그가 만들어낸 첫번째 구찌 향수가 바로 "Bloom"이다. 이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니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원재료를 고르고, 알베르토 모리야스가 조향하여 만들어진 향수, 구찌 블룸.



구찌 블룸,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만든 첫번째 향수


구찌 Bloom은 Rangoon Creeper를 베이스로 하여, 자스민, 튜베로즈(월하향) 등을 조합하여 플로럴한 향이 나는 향수로, Bloom Acqua Di Fiori(EDT)와 Bloom (EDP)이 있다. Bloom Acqua Di Fiori(EDT) 역시 Rangoon Creeper를 메인으로 하지만, Galbanum과 Cassis buds를 더해, 아마 Bloom보다 좀 더 산뜻한, 청량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빨간색 꽃이 그려진 케이스의 구찌 Bloom (EDP)만 판매하고 있다. 구찌는 뷰티 매장만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 구찌 매장 한 켠에 향수도 함께 구비되어 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Bloom을 만들때, 풍부한 꽃 향기를 원했다고 한다. 풍부한 흰색 꽃의 향기, 수많은 꽃과 식물과 꽃 다발들이 가득찬 정원을 꿈꿨다. 우아한 아름다움을 지녔으면서도, 거칠고, 컬러풀한 느낌, 꿈꾸는 모든 것이 다 있는 정원에 초대받은 느낌이 드는 향수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자스민, 튜베로즈, 랑군 크리퍼


구찌 Bloom에서 가장 쉽게 맡을 수 있는 향은 자스민의 향이다. 구찌 Bloom은 독특한 방식으로 자스민향을 추출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자스민 향이 좀 더 선명하고 진하게 느껴진다. EDP이라서 그런 걸지도. 익숙한 자스민 향과 함께 파우더리한데 어딘지 처음 맡아보는 듯한 향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게 바로 랑군 크리퍼이다. 구찌 Bloom은 노트를 따로 분류하지 않고, 계속 처음의 그 향기들이 쭉 이어진다. 그래서 시간에 따라 향이 변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만한 향수이다!


랑군 크리퍼는 하얀색으로 꽃이 피었다가 점점 핑크색에서 짙은 붉은색으로 꽃잎 색이 변하는데, 우리나라 말로 사군자.선비들이 칭송한다는 매난국죽의 사군자가 아니라, 꽃 이름 자체가 사군자(인도 사군자)인 이 랑군 크리퍼가 실제로 향수에 쓰인 건 구찌 Bloom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른 플로럴 계열 향수들과는 좀 색다른 부드러운 향을 느낄 수가 있다. 플로럴 계열의 향수는 뭔가 다 비슷비슷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한 번 시향해보는 것도 괜찮을지도!!!


자스민과 튜베로즈 만으로도 충분히 우아하고 관능적인 매력이 뿜뿜하는 향수가 만들어지는데 여기 더해진 랑군 크리퍼는 화룡점정을 찍는다. 화룡점정 말고 좀 더 꽃?스러운 느낌이 나는 어휘가 없을까...ㅠ

이상하게 Bloom에게서 이영애씨가 보이는 건 나의 기분 탓일까?





랑군 크리퍼의 부드러운 향에 자스민, 튜베로즈의 조합은, 신비로운 분위기에 청순하고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조합이다. 이영애를 볼 때면, 하얗고 청순한 가운데 우아하면서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데, 구찌 Bloom이 딱 이렇다. 플로럴 계열은 잘못하면 지나치게 살랑살랑하는 가벼운 느낌이 느껴질 수 있는데, 그래서 보통 베이스 노트에서 머스크나 앰버, 샌달우드나 우디한 향으로 무게를 잡아주는 경우가 많은데, Bloom은 처음부터 끝까지 꽃 향기만으로도 적당히 무게감 있게 차분히 가라앉은 느낌을 준다. 혹시 청순한 느낌과 차분함 그럼에도 무겁지 않은 느낌의 향을 찾고 있다면, 구찌 Bloom이 딱이지 않을까?


구찌는 구찌 Bloom 외에도 Guilty, Flora, Rush, Bamboo, Oud 등 다양한 라인의 향수가 있다. Flora에는 만다린, 튜베로즈, 가드니아, 매그놀리아가 있다. Flora라는 말처럼 플로럴 계열의 향수에 시더우드나 화이트 머스크로 베이스를 잡아주는 플로럴 계열의 향수이다. 화려한 꽃무늬 패키지가 인상적인데, 이 구찌 플로라 향수 패키지의 시작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래 왼쪽, 구찌의 Flora 스카프를 목에 두른 그레이스 켈리



1966년 그레이스 켈리가 구찌 매장에 들러 Bamboo백을 구매하자, 그녀에게 감사의 답례로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었던 구찌오 구찌의 아들 로돌프가 그녀에게 원하는 제품을 골라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레이스 켈리는 로돌프에게 구찌 매장에 없던 스카프를 원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레이스 켈리는 선물을 받는게 부담스러워 일부러 매장에 없는 스카프를 말했던게 아닐까? 그녀에게 단 하나의 스카프도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로돌프는 그 즉시, 비토리오 아코르네로에게 꽃무늬 일러스트를 부탁하여, 아코르네로의 꽃무늬 들어간 스카프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 패턴을 기반으로 Flora 라인을 런칭한다. Flora 향수 역시 이러한 Flora라인으로, 향수 패키지에도 화려한 꽃무늬 패턴이 들어가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향수는 구찌 향수 중 내가 자주 사용하는 Guilty이다. 구찌 길티!

#GuiltyNotGuilty의 그 Guilty! 나는 기본적으로 플로럴 계열의 향수를 선호하지만, 이상하게 구찌 Guilty는 플로럴한 느낌과 거리가 멀지만, 종종 사용하게 된다. 이상한 중독성이 있다고나 할까?

Guilty는 꽤 다양한 라인이 있었다. 여전히 여러 종류가 남아있지만, Guilty 블랙 우먼은 이벤트성?처럼 단종되었다. 구찌는 종종 향수가 단종된다. envy, envyme 시리즈가 그러하였듯...



다양한 구찌 길티 라인



구찌 Guilty (아래, 오른쪽 첫번째)는 탑노트로 만다린, 핑크페퍼, 하트노트로 복숭아, 바이올렛, 라일락, 제라늄을, 그리고 파츌리, 앰버를 베이스노트로 하는데, 사실 탑노트는 그렇게 좋지 않다. 이게 뭐야 싶은 생각이 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날아가 버리면서 좋은 향만 남는다. 이상하게도 그렇다. 마지막에 남는 향은 중성적이고 무거운 느낌이 나는 앰버리노트에 하트노트인 복숭아, 라일락 등의 귀여운 향이 은근히 섞여있다. 마치 무표정하고, 무뚝뚝한 모습 속에서 숨겨져있는 따뜻함을 찾는 즐거움이 느껴진다고 하면 좋을까?


구찌 Bloom의 이영애씨가 마냥 청순하고 우아한 느낌이 난다면, Guilty에서는 살짝 중성적인 느낌 속에서 은근한 청순함이 깃들어 있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무표정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입가에 아주 살짝 미소짓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웃고있는 지 아닌지 애매한 느낌에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 사람이 더 궁금해지는 느낌을 들게하는 향수라고 할까?



나는 언제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매력을 느끼고,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영감을 얻는다. - 구찌오 구찌



어쩌면 정말 우리는 알듯, 모를듯한 그 경계선에서 매력을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늘 우리는 새로운 것을 원한는 걸까.

사람들은 낯설고 어색함에 흥미를 느끼며, 익숙함에서 지루함과 권태로움을 느낀다.

모든 건 언젠가 익숙해지는 것들 뿐인데, 영원히 낯설고 어색할 수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무언가가 변했다고 달라졌다고 착각을 한다. 그리고 문제를 외부에서 찾는다. 남을 탓한다. 사실 변한건 내 마음 뿐인데...


향수도 늘 그렇다.

처음 향수를 맡고, 그 향에 반하고, 향수를 구매하고 한 동안 그 향수에 미친듯이 애착을 가진다.

그러다 그 향이 익숙해지고, 지겨워지면 또 다른 향수를 찾아서 열심히 헤맨다.

그리고 또 다른 향수를 구매하고, 그 향에 취했다가 시간이 지나 또 마음이 떠버리고, 또 새로운 향수 찾기를 반복하게 된다. 누구나 그렇게 탕진잼 탕진잼하는 각자만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다 문득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내가 그토록 애타게 찾던 향이 사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던,

오래전 내가 그토록 아끼다, 질려버린 향수였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리는 늘 곁에 있는, 익숙해진 것들을 가볍게 여긴다.

향수 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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