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회사 밖으로 나왔습니다
2020.07.27 제가 정식으로 백수가 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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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남들은 회사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마당에 퇴사라니... 거기다 이직도 아니고 대책 없이 회사 밖을 나왔다고? 여러 가지로 걱정해주시는 (걱정이라 믿겠습니다) 분들이 많았지만, 네. 아무 대책 없이, 알래스카 마냥 찬바람 휭휭 부는 회사 밖으로 나왔습니다.
퇴사자에겐 필수라는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배경 화면도 드디어 해봤습니다.
퇴사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참 어렵습니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벌써 3번째 퇴사인데도 퇴사의 ㅌ자도 꺼내기 힘들더군요.
퇴사를 확정하고 나선 하루라도 빨리 회사 밖을 뛰쳐나가고 싶었는데, 회사 밖은 상상 이상으로 살얼음판이었습니다. (퇴사 전엔 딱 한 달만 놀자! 심정이었지만,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겠어요)
꼭 일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함으로써 살아있음을 느끼는 편이라 회사 다닐 때보다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 한편엔 불안함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사실 저는 글을 읽고 싶어 퇴사를 했습니다.
콘텐츠는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반대가 끌리는 이유는 뭘까요.
이미지 위주의 콘텐츠를 매일 만들다 보니, 텍스트가 그리워졌습니다. 조금 더 깊은 호흡을 가진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지더군요. 콘텐츠 시장에서 텍스트가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 필요치 않을 수도 있겠지요.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아도 짧은 인생 아니겠습니까? 콘텐츠를 애정 하는 마음만 한 가득 안고 당분간 제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회사 다닐 땐 제대로 즐기기 못했던 수많은 텍스트 속에 묻혀 있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벌써 8월이네요.
사실 많이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의 불안은 한낱 먼지만큼도 못한 것이라 조금은 위로를 해보며(?) 내면을 성장시키는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