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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너드 EngNerd Nov 16. 2021

의대생을 양성하는 과학고, 무엇이 문제일까?

'경기과학고, ... 의대 지원 졸업생들 장학금 전액 회수' 기사를 읽고

<비하인드 스토리 Behind Story>에서는 <세상의 모든 기술 All Technology in the World>의 주제를 구상하고 글을 기획하면서 있었던 사건 또는 느낀 점을 작성하였습니다. 가볍게 끄적거린 글이니 부담 없이 봐주세요.




오늘 아침, 네이버 뉴스에서 '경기과학고, 합격 여부 상관없이 의대 지원 졸업생들 장학금 전액 회수' 기사를 읽었습니다. 수학과 과학 등 이공계열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과학고 & 영재고를 설립한 것인데, 엉뚱하게도(?) 의대로 진학한 졸업생들이 있어 이들에게 장학금 회수라는 페널티를 준 것입니다.



과학영재고에서 의대를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부끄럽지만 과학고를 졸업한 저 또한 고등학생 때 의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과학영재고를 졸업한 학생이 의대를 진학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일까요? 학생들이 의대로 진학하지 못하게 막으면 과학영재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과학기술 인재를 배출하는 양성소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학생들이 의대를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의사가 좋은 직업이라는 보편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좋은 직업이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뜻합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의사가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고, 아이들이 미래의 삶을 위해 꿈과 목표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갖추기 전에 의사라는 천편일률적인 목표를 주입시켜 놓게 됩니다. 결국 학생들이 되고자 하는 의사는 학부모들의 목표이자, 더 나아가 사회가 인정한 직업인 것입니다. 그러니 학생들을 탓해서는 안됩니다. 근본적으로 이런 사회를 만든 우리들의 잘못입니다.



저는 특히 아이들의 미래를 고등학생 때부터 결정지어야 하는 '과학영재고'의 설립 취지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을 고작 초등학교와 중학교, 통틀어 9년밖에 배우지 못한 학생들에게 남은 90년의 인생을 위한 선택을 하라는 게 맞는 일일까요? 민주주의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엘리트 교육의 실정입니다. 물론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과학영재고를 진학하는 것인데 무슨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신 또는 수능처럼 숫자로만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받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선택은 무의미합니다. 학생들은 그저 높은 곳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과학영재고의 엘리트 교육을 통해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싶다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써야 합니다. 바로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아니, 배우고 싶은 사람들만 알면 되지 왜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과학기술을 이해해야 하냐고 생각하실 텐데요. 사람은 본인이 아는 만큼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TV 프로그램에서 셰프들이 요리 대결을 하고, 전문가가 골목길 상권들의 요리를 분석하면서 요리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셰프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유행이었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 뒤에서 춤을 추던 백댄서들이 원래 어떤 춤을 춰왔고, 어떻게 안무를 짜는지 등을 보고 춤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댄서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대중들이 관련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그 분야의 직업 또한 관심이 높아지고 더욱 발전합니다. 셰프가 그러했고, 댄서도 앞으로 그럴 것입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많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을 복잡하고 어렵다고 느끼고 기피한다면, 단언컨대 과학기술 인재는 절대 많이 나올 수 없습니다. 대중들이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과학자와 기술자들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개선되어야만 인재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알아서 이공계열에 진학해주겠지, 그러다 보면 알아서 과학기술 인재가 나타나겠지'라는 생각으로 뒤덮인 사회에서는 TV 프로그램이 있기 전의 셰프, 댄서 수준의 과학자 그 이하일뿐입니다.



저는 과학과 기술을 공부하고 글로 대중들에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만 알고 있는 과학기술 정보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이죠. 지금은 기껏해야 만 명 정도가 읽을까 말까 한 글을 네이버나 브런치에 끄적거리는 정도지만, 저의 소소한 행동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 EngNe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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