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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넌 Oct 01. 2024

근데 이건 내 생각일 뿐이잖아.

근데 너도 이 샌드위치는 맛 없다고 할 걸.

__

 그 누군가는,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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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누군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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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 누군가의 마음이 사랑이 아닐 것임을 직감하고, 매달려 있는 이에게 매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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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도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 없던 이가,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랑이 아닌 사랑에 마음 아파하면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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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나는 왜 화가 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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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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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내가 같은 상황이면 너 나한테 뭐라고 할래? 한 발만 떨어져서 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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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 차리고 집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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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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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그 누군가는 정신을 어떻게 차리는 건지를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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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를 마치니 시켜놓은 샌드위치가 퍽퍽하게 식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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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잘 잘리지도 않는 샌드위치를 갈기갈기 찢어 입에 구겨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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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다. 감기 기운이 있기도 하고. 오늘 이렇게 추워질 줄도 모르고 허름한 차림으로 나왔는데, 내일이면 감기에 퍽 걸려 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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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화가 날까. 내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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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드위치를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커피를 한 모금 물어 꿀떡 삼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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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드위치 맛없네. 다신 안 시켜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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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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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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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지같은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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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드위치와 커피, 그리고 어떤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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