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친구가 그리운 밤

작가 지망생의 습작(習作) #5

by 버들

※ 2018년 3월 6일 작성한 글입니다.

※ 커버 사진은 언젠가 동네 친구와 들렸던 맥주 가게 사진입니다.



야식, 밤에 먹는 간단한 음식을 말한다.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는 인기 TV 프로그램인 ‘무릎팍도사’에 출연하여 야식과 관련된 명대사를 남겼다.


“언제 먹는 게 야식인가요?”


체중 조절을 위한 그녀의 혹독한 식단에는 저녁 이후의 끼니는 일절 고려되지 않는다. 하지만,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야식’처럼 친근하고 만족스러운 단어가 또 있을까?




나는 야식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늦은 시간에 음식을 만드는 것은 귀찮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20살부터 혼자 살기 시작 한 내게 잔반을 남기지 않고 배달음식을 해치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것도 매번 골치 아프다. 하지만, 동네 친구와 함께하는 야식은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이다.


언제 불러도 ‘콜!’하며 함께 할 동네 친구가 항상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하굣길에 동네 우체국 앞의 포장마차에서 꼬치를 함께 먹었다. 한 개에 200원밖에 하지 않던 그 맛이 요즘도 그립다. 가끔은 학업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으로 야간 자율학습 도중에 학교 앞의 유일한 떡볶이집으로 달려가 아주 매운맛의 떡볶이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빨갛게 부푼 입술과 부른 배를 두드리며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었다.


대학 시절에는 같은 처지의 자취생 친구와 함께했다. 홀로 방 안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적적한 마음이 들면 배가 고픈 것과는 상관없이 서로를 찾았다. 학교 앞에 위치한 ‘천탁’이라는 막걸릿집이 아지트였다. 걸쭉한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은 ‘2통 1반’과 그 집의 인기 안주인 고소한 녹두전을 하나 시켜놓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막걸리를 담은 찌그러진 누런 주전자가 하나씩 늘어가고, 밤은 점차 깊어갔지만,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몰랐다.


싱가포르에 교환학생으로 갔던 시절에도 외롭지 않았다. 버디 프로그램(*buddy program. 문화 교류를 목적으로 교환학생 여러 명과 현지 학생을 그룹으로 엮는 프로그램)으로 만난 덱스터를 포함해 교환학생 친구 여럿이서 야식을 먹으러 다녔다.


“Anyone wants to have supper?” (야식 먹으러 갈 사람?)


이런 말은 일종의 신호였다. 빠짐없이 다들 기숙사에서 뛰쳐나와 야식을 먹으러 갔다. 싱가포르의 야외 식당인 호커센터(Hawker center)에서 각종 음식과 맥주를 주문해 왁자지껄 떠들며 먹고 마시고 있노라면, 마치 동네 친구와 자주 들리던 맥주 가게에 앉아있는 것 같은 다정한 기분이 들었다.




야식은 늦은 밤의 출출함을 달래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늦은 밤 하굣길을 쓸쓸하지 않게 함께하고, 외로운 타지 생활에 빈 곳을 채워주는 동네 친구가 항상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한 늦은 밤의 한 끼는 마음의 허기를 달래주었다.


야식의 추억을 되새겨보니, 전화하면 바로 ‘콜!’하며 나와 줄 친구가 없는 서울에서의 밤이 더 적적하게 느껴진다. 편의점 앞 간이 테이블에서 컵라면과 함께 맥주 한 캔 해줄 동네 친구가 더욱 그리워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