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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웰컴이안 Dec 15. 2023

'왜 안 될까?'라고 자문해 보셨나요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엔 #8

미술을 전공한 후배와 저녁식사를 할 때였습니다. 한우를 값싸게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간 음식점 상호는 황소고집이었습니다. 아무리 물가가 오르더라도 고기값을 고집스럽게 유지한다는 건지, 고집스럽게 좋은 소만 잡는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억에 남는 상호였습니다. 한창 고기를 굽다가 후배가 불현듯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선배, 황소머리라는 미술작품 본 적 있어요?"      


황소고집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고기 먹으며 웬 생뚱맞은 말인가 하고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그는 입체주의 미술 거장이자 세계적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1942년 프랑스 파리 어디쯤, 하루는 길을 걷던 피카소가 발걸음을 멈춰 섰습니다. 

    길가에 버려진 고물 자전거 한대를 발견한 거죠. 

    피카소는 바퀴가 잘 돌지도 않는 고물 자전거 일부를 작업실로 끌고 갔습니다. 

    제대로 타지도 못할 쓸모없는 자전거를 한참 쳐다보던 피카소. 

    그는 갑자기 안장과 핸들을 떼어냈습니다. 그리고 벽에 안장과 손잡이를 걸어놓았습니다. 

    피카소가 이름 붙인 그 미술품은 '황소머리'입니다. 

    안장 위에 손잡이를 올려놓고 거기에 이름을 붙이니 제법 황소처럼 보입니다. 

    알고 나니 언뜻 소머리처럼 보이지만, 

    어느 누가 이걸 이렇게 뒤집을 생각이나 했을까요? 

    역시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딴 세상을 사는 사람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피카소 작품이라도 길거리에 버려진 자전거에서 두 가지 부품을 떼어내어 급조한 이런 게 가치가 있었을까요? 놀랍게도 50년 뒤 영국 런던의 한 경매장에서 이 작품은 300억원 가까운 가격에 낙찰됩니다. 대단한 값어치네요.      


20세기 천재화가 피카소의 유명한 일화를 이야기해준 후배가 피카소 명언 중 한 구절을 말해줍니다.


나는 찾지 않는다. 다만 있는 것 중에서 발견할 뿐이다. 


피카소는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고물 더미에서 예술적 영감을 발견했습니다. 안장과 손잡이를 주워들고 황소 한 마리를 만들어 낸 겁니다. 이 일화를 듣고 나서 '에이~ 피카소니까 이런 것도 가능한 거지. 나도 미술 했더라면 피카소처럼 보는 눈이 생겼을 거야.'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피카소는 이런 말도 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를 보고 ‘왜?’라고 묻지만,
나는 숨어 있는 가능성을 보고 ‘왜 안돼?’라고 묻는다.


고물더미를 뒤적이는 피카소를 보고 몇몇 사람은 비웃었을지 모릅니다. 고물이나 마찬가지인 안장을 들고 가는 피카소를 보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심지어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었겠죠. 하지만 피카소는 아무렇지 않았을 겁니다. 고물더미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게 ‘왜 안돼?’라고 스스로에게 자문하면서 말이죠. 그 자문 한마디가 오랜 후에 엄청난 예술적 가치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뭔가 일이 꼬이거나 벽에 부딪혔을 때 ‘안 될게 뭐가 있냐?’고 스스로 물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세요? 그런 기억이 별로 없었다면, 앞으로는 피카소가 ‘왜 안돼?’라고 되뇌며 가능성 찾듯이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하죠. 사람들이 자주 인용해서 잘 알려진 필리핀 속담 한번쯤은 들어보셨죠?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가 보인다는 그 말.



# 하지만, 회사 일에서 가장 어려운 건 '있는 것중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ㅠㅠ

# 기존 내용을 벤치마킹하면 "이거 예전에 다 해봤는데"라고,

   좀더 새로운 걸 제안하면 "이게 될까? 이걸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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