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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웰컴이안 Dec 14. 2023

너무 자신하지 말자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엔 #7

다들 아시겠지만 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수많은 입사지원자들의 지원서를 읽고 면접을 진행합니다. 그런 후 우수한 인력을 회사에 입사시키는 게 가장 주된 업무입니다. 채용 시즌에는 입사 공고 올리고, 입사지원서 읽느라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일상이죠. 면접을 보러 오는 취업준비생은 긴장해서 얼굴이 하얗게 떠있고, 반대로 연일 면접 준비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 채용 담당자는 피곤해서 얼굴이 하얗게 떠있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사람이 사람을 뽑는다는 건 심적으로 부담감이 큰일입니다. 회사에서 채용 담당자인 김 과장 역시 채용 업무할 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을 느낍니다. 본인 판단 하나가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일 테니까 말이죠.

       

얼마 전 그런 김 과장의 날선 긴장감을 잠시 풀어주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이 입사지원 메일들을 읽고 있었습니다.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이 몇 날 며칠 정성을 다해 작성한 입사지원 메일이겠죠. 그중 메일 하나가 그를 웃음 짓게 했습니다.

       

    저는 매사에 꼼꼼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일을 진행함에 있어 사전 체크리스트 작성, 중간점검, 최종검수 등

    철두철미한 준비성 덕분에 실수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어떻게 보면 완벽주의자로 보일 수 있지만, 

    제 생각에 이러한 모습은 신입사원 기본기라고 생각합니다.

    첨부한 <자기소개서>에 저의 디테일함과 준비성에 대해 자세히 적어놨습니다.

    꼼꼼한 검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지원자는 메일 본문에 본인 강점으로 ‘꼼꼼함’과 ‘준비성’을 어필했습니다. 그런 철두철미한 준비성을 신입사원 기본기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네요. 메일 본문을 읽고 김 과장은 그 지원자의 상세 이력서를 읽기 위해 첨부 파일을 열어 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메일에는 첨부파일이 없었습니다. 아뿔싸! ‘꼼꼼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막상 중요한 메일을 보내면서 실수한 것이죠. 실수도 정말 큰 실수였습니다. 입사지원 메일을 보내면서 이력서를 빠뜨리다니요! 


이런 실수는 ‘근거 없는 자기 과신(過信)’이 불러왔습니다. 조지프 핼리넌(Joseph Hallinan)의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Why We Make Mistakes?>라는 책을 보면 실수 원인을 몇 가지로 정리합니다. ‘대충 보고 지나가는 습관’, ‘자신이 바라는 것만 보는 편향성’, ‘멀티태스킹으로 집중력을 잃는 경향’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원인이 바로 ‘근거 없는 자기 과신’ 입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알고 얼마나 황당하고 부끄러웠을까요? 채용 담당자 역시 황당했지만 비어있는 첨부를 보고는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일에 너무 자신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죠.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의 ‘실수는 인간의 일, 용서는 신의 일’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세상에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평생 실수를 안 한다고 떠드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행동이 실수인지 아닌지 모르는 사람’ 일 겁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 실수에서 뭔가를 배우게 됩니다. 물론 실수가 성공을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그 유명한 포스트잇도 접착제를 만들던 한 연구원의 실수에서 나온 겁니다. 코카콜라도 두통약을 만들다가 실수로 얻게 된 거라고 하죠. 실수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였던 겁니다. 취업준비생인 이 사람은 이번 실수로 취업 기회를 놓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실수라는 영단어 Mistake 어원이 ‘잡는 것(take)을 놓치다(mis)’는 뜻을 갖고 있긴 하네요.  

    

하지만, 실수를 실패로만 끝맺지 않으면 됩니다. 더 이상 자만하는 일은 없겠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실수가 실력이 되게끔 하면 실수는 만회하는 것입니다. 야구 선수 중 3할대 타자의 타율은 10개 중 3개의 공을 정확하게 치는 단순한 통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 선수는 10개 중 7개의 공을 치지 못하고 실수한 선수이기도 합니다. 7개 실수를 바탕으로 3개의 멋진 안타와 홈런을 치는 선수가 바로 그 팀을 대표하는 3할대 강타자가 되는 겁니다. 골프에서도 우승하는 선수는 버디(Birdie)를 자주 하는 선수보다는 보기(Bogey)가 꾸준히 없는 선수일 경우가 많습니다. 즉, 한 타수 적게 치는 버디보다 한 타수 많게 치는 보기 실수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한 거겠죠.    

  

끝으로 입사지원서 에피소드로 채용담당자 김 과장과 실수 실패 이야기를 하다가 나눴던 농담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실수는 성공의 아버지. 그럼 그 둘이 부부 관계이니, 실패와 실수 사이에서는 반드시 성공이라는 자식이 태어나는 건가?” 


# 메일 보낼때 첨부가 있는 경우, 

   파일을 먼저 첨부로 올리고 본문을 적는 습관을 들이면 실수가 줄어든다고!

# 메일 발송취소가 안되면 정말 한번 두번 체크하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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