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엔 #12
직장인은 홧김에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듭니다. 직장인들 사이에 사표(辭表)는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꺼내 드는 비장의 카드입니다. 죽을 사 마음의 사표(死表)인거죠. 한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정년퇴직까지 마친 사람이라도 사표를 던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몇 번은, 아니 많게는 수십 번 수백 번 사표를 내고 싶었을 겁니다. 단지 그때그때 고비를 넘겼을 뿐입니다. 그렇게 견디다 보니 어느새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겠죠.
여기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이사와 이제 입사 3년차인 사원이 있습니다. 3년차 사원은 힘든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 시절에는 직장인이 왜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니는지 전혀 이해를 못했습니다. 취업준비를 하며 몇 번의 실패를 거듭했던 만큼 입사한다는 것만으로 그는 영광이고 인생 최고의 기쁨이었으니까요. 그때는 사표를 낸다는 생각은 평생 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자 그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선배들이 툭하면 말끝마다 ‘이놈의 회사 때려치워야지’라는 이야기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일도 힘들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일보다 열 배는 더 힘들었습니다. 3년차 사원에게 그날도 어김없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찾아왔습니다.
“그래! 이렇게 스트레스받으며 회사를 다니는 건 나에게도 손해, 회사에게도 손해야.”
회사를 관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직서를 적어 이사를 찾아갔습니다. 이사실로 찾아가는 긴 복도를 걸으며 조금은 망설일 줄 알았는데 그런 마음은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이사실 앞에 섰습니다. 이사는 마침 통화 중이었습니다. 들어와서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이사는 계속 통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예순이 다 되어가는 이사는 그보다 나이 어린 사장과 통화 중입니다. 이사는 전화를 받으며 질문에 차근차근 답변을 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후 그의 전화가 끝나자 3년차 사원은 비로소 입을 열었습니다. “이사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짜증 날 법도 한데 하나하나 설명하는 열성에 감동했습니다.” 그러고는 이어서 자기는 너무 지쳐 회사를 관두려고 한다는 말을 건넸죠. 사직서를 내밀자 이사는 사원을 잠시 동안 빤히 쳐다보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사는 사원에게 사직서를 다시 돌려줬습니다. 주말 동안 시간을 좀 더 갖다가 그때도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다시 찾아와 주길 당부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사원은 일주일 후에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관뒀을까요? 아니면, 이사가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다잡았을까요? 물론 일주일 후에 사표를 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그냥 다닌다에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마음에 작은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상황이 좋아지지는 않더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는 믿음 말이죠.
# 하는 일이 안 될때 사직서(辭職書) 던져버리기 전에
# 그만두다의 뜻인 사((辭)보다는
# 생각하다의 뜻인 사(思)를 한번 더 고려해보고 행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