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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웰컴이안 Feb 01. 2024

대신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될거야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엔 #12

직장인은 홧김에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듭니다. 직장인들 사이에 사표(辭表)는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꺼내 드는 비장의 카드입니다. 죽을 사 마음의 사표(死表)인거죠. 한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정년퇴직까지 마친 사람이라도 사표를 던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몇 번은, 아니 많게는 수십 번 수백 번 사표를 내고 싶었을 겁니다. 단지 그때그때 고비를 넘겼을 뿐입니다. 그렇게 견디다 보니 어느새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겠죠.      


여기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이사와 이제 입사 3년차인 사원이 있습니다. 3년차 사원은 힘든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 시절에는 직장인이 왜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니는지 전혀 이해를 못했습니다. 취업준비를 하며 몇 번의 실패를 거듭했던 만큼 입사한다는 것만으로 그는 영광이고 인생 최고의 기쁨이었으니까요. 그때는 사표를 낸다는 생각은 평생 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자 그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선배들이 툭하면 말끝마다 ‘이놈의 회사 때려치워야지’라는 이야기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일도 힘들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일보다 열 배는 더 힘들었습니다. 3년차 사원에게 그날도 어김없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찾아왔습니다. 


    “그래! 이렇게 스트레스받으며 회사를 다니는 건 나에게도 손해, 회사에게도 손해야.” 


회사를 관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직서를 적어 이사를 찾아갔습니다. 이사실로 찾아가는 긴 복도를 걸으며 조금은 망설일 줄 알았는데 그런 마음은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이사실 앞에 섰습니다. 이사는 마침 통화 중이었습니다. 들어와서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이사는 계속 통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예순이 다 되어가는 이사는 그보다 나이 어린 사장과 통화 중입니다. 이사는 전화를 받으며 질문에 차근차근 답변을 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후 그의 전화가 끝나자 3년차 사원은 비로소 입을 열었습니다. “이사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짜증 날 법도 한데 하나하나 설명하는 열성에 감동했습니다.” 그러고는 이어서 자기는 너무 지쳐 회사를 관두려고 한다는 말을 건넸죠. 사직서를 내밀자 이사는 사원을 잠시 동안 빤히 쳐다보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사 회사를 그만두려 한다고?

     사원 네, 회사 다니기 너무 힘들어서요.

     이사 심사숙고한 건가? 잘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겠지?

     사원 네, 몇 번이고 며칠이고 생각한 끝에 결론 내린 겁니다.

            어렵게 입사한 회사이지만 요즘 힘든 마음이 너무 커서요. 

     이사 내 생각엔 말이야. 그래도 그만두지 않았으면 하네.

            회사에서 잘리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 때려치우진 않았으면 해.

            겨우 사원 3년차인데 아직은 배울 게 더 많지 않나.

     사원 그래도 너무 힘듭니다. 업무며, 사람 관계며 쉬운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사 좀 전에 자네는 내가 사장님과 통화하는 게 대단하다고 했지.

            아닐세. 난 뭐 쉬운 줄 아는가? 나 역시 지금껏 몇 번이고 관두고 싶었네.

            하지만 나이 어린 사장에게도 뭔가 배울 게 있으니 그래도 배우는 걸세.

            다시 이야기하지만 자네 나이 때는 배울 게 더 많은 시기이네.

            무조건 버텨야지. 아무리 힘들어도. 

     사원 이사님, 그런데 버틴다고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까요?

     이사 미국의 노장 코미디언 조앤 리버스(Joan Rivers)가 

            코미디를 관두려는 후배에게 이런 말을 했다더군. 

            자네처럼 똑같이 ‘상황이 나아질까’라는 질문을 던진 이에게 말이지.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대신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야”

            “I wish I could tell you it gets better. 

             But, it doesn't get better. You get better.”     


이사는 사원에게 사직서를 다시 돌려줬습니다. 주말 동안 시간을 좀 더 갖다가 그때도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다시 찾아와 주길 당부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사원은 일주일 후에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관뒀을까요? 아니면, 이사가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다잡았을까요? 물론 일주일 후에 사표를 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그냥 다닌다에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마음에 작은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상황이 좋아지지는 않더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는 믿음 말이죠. 



# 하는 일이 안 될때 사직서(辭職書) 던져버리기 전에

# 그만두다의 뜻인 사((辭)보다는

# 생각하다의 뜻인 사(思)를 한번 더 고려해보고 행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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