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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아티스트 Aug 13. 2018

외로운 우리 아빠

퇴직 이후 쓸쓸한 아빠의 시간

아빠가 쇼파에 누워서 멍하니 티비를 보는 시간이 늘었다.




퇴직 이후 아빠가 집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리고 하루종일 멍하니 TV를 보시거나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물론 간혹 산도 다니시고 친구분들과 술자리도 갖기도 하신다.

그래도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그렇게 흘러보내신다.


어릴 땐 무섭기까지하던 아빤데 어느 새 사회적인 권위를 잃고

기운도 기력도 사라진 아빠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안쓰럽다.


왜 젊을 때 돈 벌 궁리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셨는지

좀 더 본인을 위한 시간을 쓰면서 퇴직 이 후의 삶에 투자하지 못하셨는지

왜 그토록 우리를 위한 시간만 쓰시다가 혼자 외롭게 계시는지

문득 말없이 같이 티비를 보다가 한쪽의 먹먹함을 느낀다.


아빠 이렇게 집에만 계시지 말고 뭐 좀 새롭게 배워보거나 해봐!!


돌아온 대답은


이제와 할 줄 아는 것도, 할 것도 없다.


이 말이 너무 속상했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젊을 때는 하고 싶은 게 많으셨지만 포기해야만 했던 것들이 등장한다. 포기가 익숙해져서 일까? 해야했던 의무만 가득했던 삶의 형식에 자발적인 새로운 의지가 모두 매몰되어 버렸나?


흘러가는대로 살아가기에 아빠에겐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서 삶을 즐기지 못하는 모습, 노인의 여가문화로 떠오르는게 노인정 뿐이라는게 우리나라 노인 문제 중에 노인 빈곤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으셨지만 포기해야만 했던 것들을 미루지 말고 용기내보라고 등 좀 밀어드려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갑자기 예전에 김정운 교수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의 문장이 떠오른다.

월급쟁이 생활을 때려치우기만 하면 바로 내 삶의 주인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 착각이다. 평생 추구해야 할 공부의 목표가 없음을 돈의 문제로 환원시키며 자신의 쫓기는 삶을 정당화하는 것 또한 참으로 비겁하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놓치지 않을 관심의 대상과 목표가 있어야 주체적 삶이다. 우리가 젊어서 했던 '남의 돈 따먹기 위한 공부'는 진짜 공부가 아니다.


예전에 썼던 리뷰

https://blog.naver.com/isl1135/220678420348


삶의 하루 하루는 그냥 흘려 보내기에 너무도 아까운 시간들의 연속이다.

평생 일만하다가 이젠 홀로 티비 앞에서 시간을 즐기는게 아니라 떼우고 계신다.  

지금은 아빠가 새로운 의미부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옆에서 가족들의 응원이 필요한 순간인 듯 하다.



구독과 공감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qqchinaspeaking#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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