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의 사랑 3부작 마지막 작품

믿음에 대하여, 박상영

by 일상채색가 다림
%EB%8B%A4%EC%9A%B4%EB%A1%9C%EB%93%9C_%ED%8C%8C%EC%9D%BC%EF%BC%BF20221218133952.png?type=w966



작가 소개

올해 3월 박상영 작가가 영국 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부커 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 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상이다.


박상영 작가는 2016년 단편소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가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고, 이후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1차원이 되고 싶어>, <대도시의 사랑법>, <오늘밤은 굶고 자야지> 등을 썼다.



사랑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믿음에 대하여

<믿음에 대하여>는 그 부커 상 후보에 오른 <대도시의 사랑법>과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잇는 '사랑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SE-4a0811f3-3fda-432d-9afe-6e2281ccf5bf.jpg?type=w966



이 책은 총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연작 소설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요즘 애들

보름 이후의 사랑

우리가 되는 순간

믿음에 대하여

<믿음에 대하여> 역시 비중 있게 다뤄지는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동성애자다. 이전 사랑 3부작이 이십 대와 십 대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번 작품은 사회 초년생이 된 주인공으로 나온다.

며칠 전 리뷰한 <어른의 중력>에 나오는 쿼터라이퍼의 고충이 잘 녹아들어 있는 이야기이다.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시기

유럽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사회 초년생이 되었던 십수 년 전의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소설 속의 남준이 첫 회사였던 매거진 C에서처럼 '생각을 멈추는 노력'을 무단히 했던 것 같다.


어차피 내가 무슨 의견을 말하든 상사와 회사는 수긍할 생각이 없었고, 묻고 따져보고 더 나은 방안을 고민하는 따위의 행위는 그들이 나에게서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일하는 방식에 딴지 걸지 않고 그대로 묵묵히 따라는 것.


그것뿐이었다. 나에게 허락된 것은.




성격이 곧 운명이다

셰익스피어가 했다는 이 말은 이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된다.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을 들으며 기성세대의 핀잔을 들으며 삼십 대에 접어든 소설 속 주인공들.


생각처럼 쉽게 얻어지지 않았던 일처럼 사랑도 쉽지 않다. 그들의 관계가 동성애였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기보단, 그 시절의 사랑이 보통 그런 것 같다.


나 역시 실패로 끝난 관계들을 곱씹어 보며 나라는 사람의 문제가 뭔지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서른을 넘기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결혼 혹은 장기 연애로 보다 '안정적인 단계'로 넘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조바심이 생겼다.


%EB%AF%BF%EC%9D%8C2.png?type=w966


뭔가 남들이 넘어가는 그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있는 내 모습이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어주는 것 같아 불안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박상영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내 마음속에 남는 키워드는 늘 불안함과 외로움이었다. 소설 <밝은 밤>의 저자인 최은영 작가 역시 박상영 작가를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이토록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도 드물다'라고 말했다.

한 사람의 성장에 있어 불안과 외로움은 필연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불안과 외로움을 우리 사회를 야만적으로 만드는 요소가 된다.

이 소설 속에 묘사되어 있는 지금 이 팬데믹 시기가 그렇다.



일상이 산산조각 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12월, 여전히 우리는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다.


어느 누가 예상했겠나. 우리가 결국 이 코로나라는 질병과 공생하며 살 거라고.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어떻게든 이 지겨운 시대가 종결될 거라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믿음에 대하여> 중반부부터 소설 속 주인공들이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목격했고, 직접 겪은 우리 사회의 야만적 행태가 생생하게 기억되어 있다. 확진자의 신상 정보와 확진 전후의 동선, 누구를 만났고 어느 장소에서는 마스크를 벗었고 썼는지, 그 공간에서 몇 분을 머물렀는지가 소상히 전 국민에게 중계되었다.


그리고 그런 야만적인 행태는 일일 확진자 수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며 전국의 모든 보건소와 행정복지센터가 마비된 다음에야 중단되었다.


%EB%AF%BF%EC%9D%8C4.png?type=w966


매일 뉴스를 보며 확진자 00번의 동선을 체크하며 개탄하던 시기가 매우 비정상적인 시대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작가의 말대로 병은 늘 어디에나 있다. 이제 내가 당장 내일 코로나19에 확진되더라도 어디서, 누구 때문에, 어떤 경로로 감염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게 정상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물건과 생명체에는 균이 있다. 어디서 무엇에 감염되어 아플지 모르니 우리가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고, 개인위생을 챙기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감염 요인을 찾겠다고 개개인의 신상 정보를 전 국민에게 탈탈 털어가며 난리를 쳤다는 건, 정말 미친 짓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정말 무서운 병이었다. 우리를 다 미치게 만들었으니까.



삶에 대해 가지고 있는 믿음에 대하여
%EB%AF%BF%EC%9D%8C5.png?type=w966


박상영 작가는 <믿음에 대하여>를 통해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극심한 고립에 놓인 소상공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사태로 조리돌림에 가까운 비난을 겪어야 했던 성소수자들, 그리고 (새삼스럽지도 않은) 사회적 성취를 이루려면 많은 것을 포기하고 표독스럽게 변해야 하는 여성들의 삶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EB%AF%BF%EC%9D%8C6.png?type=w966


야만적인 인간을 돌봐줄 수 있는 것도 인간이고, 청약 당첨을 빌면서도 남의 애인과 몰래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내 모든 것이 그 키스로 어그러질 것을 알면서도 이대로 시간이 흐르길 바라는 것도 인간이다. 이토록 끔찍하게 불안한 인간이기에, 우리의 삶은 인간에 기대어 살아가는 일종의 연명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이야기 안에서 나는 작가가 가진 삶에 대한 믿음이 무엇인지 짐작해 본다. 이렇게 각박한 세상이었지만, 그럼에도 결국 그는 인간을 믿고 희망을 가져보자고 믿는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성악설을 믿는 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기대고 믿어야 하는 것은 인간뿐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그 사실이 나를 너무 허무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 삶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결국 나를 일으켜주고 버티게 해준 것은 결국 인간이었다.

박상영 작가의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기대해 본다. 그가 그리는 믿음과 인간, 사랑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2030 금쪽이들을 위한 심리학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