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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Apr 08. 2020

디지털 기술 혁신을 통한 산업변화

산업간 경계과 붕괴되는 산업혁신의 시대

도구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 목적 그 자체가 아니다. 기업의 성장 아니 생존을 위해 디지털 기술이 핵심 도구가 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비즈니스 혁신을 하는 과정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한다. 철기시대에 청동기로 만든 무기로 전쟁을 하고, 돌로 만든 농기구로 농사를 짓는다면 경쟁력이 과연 있을까. 디지털 시대에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다. 기술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이 도래했고, 기업은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로 인해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결국 산업간 경계가 사라져 무한 경쟁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기술로 인해 사업의 극효율화가 가능해져, 비록 해당 산업에 속했던 기업이 아니더라도 스타트업이든 ICT 기업이든 기존 전통기업이든 그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면 신규 플레이어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렇다보니 산업 구분없이 모든 기업이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다.


  ▣ 위기에 빠진 제조업

   대량생산의 시대에 제조업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더 많은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공장에 투입되는 자원을 효율화하는데 집중했다. 더 많이 팔기 위해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고, 신제품 개발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획일화된 대량 상품보다는 개인별 맞춤형 수요가 커지면서 소비 행태가 바뀌었다. 시장이 바뀌면서 제조업의 생산 방식도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뀌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맞춤형으로 제작해 생산을 해야 하다보니 공장의 제조 공정이 바뀌고 마케팅 방식과 상품 기획 전반이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쫒지 못하는 제조업체는 위기를 겪고 있다.


기존의 제조사에서 생산한 제품은 단순하고 일방향적으로 작동되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은 미리 약속된 규칙으로 리모콘을 이용해서 채널을 바꾸고 볼륨을 조절하고 전원을 껐다 켤 수 있다. 그 외의 방식으로 작동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려면 TV 속 펌웨어를 수정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에 생산되는 제품들은 사전에 정하지 않았던 기능과 작동 방식으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제어권을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해 이를 3rd party에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휴대폰은 통화와 SMS 등 제한된 기능으로만 사용할 수 밖에 없었고 휴대폰의 제어권 역시 제조사나 통신사 중심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반면 스마트폰은 기기 내의 기능을 외부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열어두고 이를 다양한 서비스들이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게 되었다. SMS를 뛰어 넘는 카카오톡, 전 세계인이 함께 볼 수 있는 유투브 TV, 생중계를 해줄 수 있는 아프리카TV, 감각적인 사진을 촬영해서 공유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언제든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우버와 타다,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주는 T-map 등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이같은 서비스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새로운 경험의 제품을 원하고 있어 제조사는 변화를 해야 한다. 기존의 하드웨어는 제품 내에 탑재된 펌웨어에 소프트웨어를 내장시켜서 처음 정의한 기능으로만 작동되게 제어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달라진 제품은 하드웨어에 네트워크를 연결시켜 외부의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에 수집된 데이터와 기기를 작동할 수 있는 제어권을 외부의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에 전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설계되어야 한다. 제조사가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해하고 외부의 3rd party와 연계된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테슬라는 에너지원이 화석에서 전기로 바뀐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카를 서비스하는 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핸들과 액셀레이터, 브레이크로 사람이 직접 제어를 해서 운전하는 것 뿐 아니라 AI가 자동으로 차량을 소프트웨어적으로 통제해서 움직이는 것이 테슬라의 자동차이다. 또한, 테슬라 차량에 수집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전송해서 보다 나은 자동차 경험을 제공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차량 이동 중 수집된 데이터들은 자율주행을 위한 마중물로 사용되고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이용된다. 또한, 스마트폰에 설치한 테슬라 앱을 이용해서 주차장에 주차한 자동차를 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해 코 앞으로 오게 할 수 있으며, 차량의 각종 상태를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다. 먼 거리를 이동 시에 배터리 용량이 부족할 경우 이동 경로 도중 어디에서 충전을 할 수 있는지 안내해주는 것도 이같은 소프트웨어 덕분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테슬라 차량 내에서는 넷플릭스를 포함해 게임을 할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도 제공된다. 이러한 기능은 외부의 서비스들을 테슬라 차량에서 연계해서 제공할 수 있는 기능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소프트웨어로 제어 관리되는 사물 인터넷 시대를 맞아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자동차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스마트카로 진화하면서 냉장고, 로봇청소기, 전구 등의 기기들도 인터넷에 연결되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과연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이와 같은 고객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제조사는 소프트웨어적인 역량과 이같은 고객 가치에 대해 설계할 수 있는 디자인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자문해봐야 한다.


  ▣ 경계가 흐릿해진 유통업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누가 지배하고 있을까? 2000년대부터 절대 강자로서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모바일 시대를 맞이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쿠팡? 대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탄탄하게 성장하며 내실 다지기를 하고 있는 11번가? 모두 아니다. 국내 이커머스의 숨은 강자는 네이버이다. 네이버 쇼핑은 이미 연간 거래액 10조원을 훌쩍 넘으며 네이버의 중요한 매출원의 하나이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매출원은 광고나 이모티콘 유료 외에 기프티콘이라는 이커머스가 있다. 이미 2017년에 구매액만 1조가 넘었을 정도로 전체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커머스와 무관한 온라인 광고 사업의 대표 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커머스 시장의 숨은 챔피언인 셈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본업과 다른 유통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네이버는 검색으로, 카카오는 메신저로 고객 접점을 가지고 있어 상품을 중계해서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프라인 거점을 필요로 하는 유통업과 달리 이커머스는 초기 투자비가 적고 이미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이다보니 비록 업은 다르더라도 온라인 기반의 비즈니스를 추진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이커머스에 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인 11번가는 SKT라는 통신사가 주요 주주이며, 쿠팡의 주요 주주는 미디어 기업인 소프트뱅크이다. 심지어 광고 기획사인 제일기획은 자사에서 개발한 상품들을 유통하는 이커머스 서비스를 준비한다고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유통업을 해오던 롯데, 신세계 등이 아닌 ICT 기업과 통신사, 스타트업 등이 이커머스 영역에 진출해오고 있다. 롯데의 경쟁자가 신세계가 아니라 이제는 카카오톡과 네이버가 되었고, 네이버는 카카오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전 산업 영역에서 전통 기업과 경쟁과 협력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산업간 경계가 흐릿해져 전 산업 분야에 다른 업을 하는 기업들간에 경쟁과 협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유통업도 예외는 아니라 다양한 기업이 유통업에 진출하고 있으며, 유통업도 유통 외의 다른 산업 진출을 통해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 도전받고 있는 금융업

   전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핀테크 혁신을 하고 있는 국가를 꼽으라면 단연코 중국이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탠센트의 위챗페이는 중국의 모바일 금융을 이끌고 있는 양대산맥이다.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만으로 오프라인에서 카드를 대체하고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다. 별도의 은행계좌나 신용카드없이도 알리페이 자체가 은행이고 카드사 역할을 한다. 이미 기존의 금융을 대체한 완전체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출과 보험, 재테크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도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그리고 토스와 카카오뱅크 등의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들이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페이 등은 간편결제 서비스로 기존의 은행이나 카드사와 연계해 좀 더 편리하게 모바일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을 대체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은행이다. 코리안클릭의 지표 통계를 보면 국내의 금융앱 중에서 사용자들이 가장 많은 것은 토스와 카카오뱅크로 기존의 금융앱들과 비교해서 2배 가량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페이코, 삼성페이 등을 포함하면 이들 앱을 통한 금융 서비스 사용이 기존 금융앱과 비교해 절대적임을 알 수 있다.

금융 관련 서비스 앱들의 이용 통계, 출처 : 코리안클릭


카카오뱅크는 아직 은행이 제공하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 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고, 카카오페이 등의 간편결제 앱은 은행도 아니고 카드도 아니지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과의 접점, 채널을 확보해가면서 앞으로 금융 토탈 서비스를 중계할 것이다. 이미 카카오페이 등에는 송금, 결제 이외에도 멤버십과 청구서 관리, 대출, 환전, 보험 및 각종 금융 제휴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다. 이는 마치 뉴스를 언론사의 신문지를 통해서 독자가 만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페이스북을 통해서 만나고, TV 방송을 방송국 채널을 통해서 만나지 않고 유투브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것과 같다. 즉, 금융 서비스를 금융회사의 채널이 아닌 ICT 기업이 제공하는 앱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 서비스는 고객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접점을 잃게 되어 브랜드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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