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영국
- 언니, 대영박물관은 어디로 해서 가요?
= 나 거기 안갔는데..
- 그럼 웨스트 민스트 사원 입장료는 얼마에요?
= 몰라, 안가봐서
- 버킹검 궁 호위대 식 보는거는 홀수날이에요?
짝수날이에요?
= 안가봤는데 아마 홀수날이라지..
- 언니, 런던에 온지 나흘째라면서
도대체 어디에서 뭘 하신 거에요?
런던이나 파리, 도쿄 같은 대도시를 여행하며 좋은 점은 조급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도시들과 달리,내가 여기를 또 언제 다시 와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는 마음에 ...그래서 런던에서 나는 충분히 게으른 여행자가 되었다.
느즈막히 나와 아무 버스나 골라타고이층버스 맨 앞에 앉아 시내 한 바퀴를 돌다가 창밖으로 예쁜 거리가 보이면 아무데나 내려 구경을 했다.
사실, 여기가 다이애나 비가 즐겨 다니던 거리면 어떻고 런더너들의 최고 인기 거리면 어떻고
영국 역사상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거리라 해도 뭐 어떻겠는가?
반대로, 그것들이 아니어도 나는 상관없었다.
그렇게 이층버스를 타고 나는 이름없는 주택가 거리를 거닐었고 체링 크로스가의 한 고서점에서 이해하지도 못하는 책을 뒤적이면서 오후 시간을 전부 보냈고 서더크 역 앞 이름없는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저녁을 때웠다.
게으르니, 몸도 마음도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