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제목 직관적이다.
나는 서울 역삼동에서 태어나
결혼 전까지 그 근처를 돌며 살다가
결혼과 동시에 외국 도시에서 지내고
코로롱이 한창일 2020년 여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5도 2촌 생활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남편, 아이와 전원생활을 시작한지 두 달 차인 40대 여성이다.
이런 내가 요즘
시골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춘천에 가야 할 일이 잦아졌는데
아는 게 있어야 말이다.
심지어 살면서 춘천에 가본 적이 있는지 없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촬영 차 스키장에 간 기억은 있는데 그게 춘천인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고
친구들과 술 마시러 스키장에 간 기억도 있는데 그것도 춘천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스키장에 스키를 타러 간 적은 없다. 바보.
그래서 춘천이 아예 처음이라고 생각하고, 검색창에 '춘천'이라고 쳐보았다.
대학교가 있어서 근처에 마트나 카페, 식당은 많은 것 같고,
아이가 방탈출을 하고 싶다고 해서 방탈출카페에 전화도 해보았다.
초등학생도 이용할 수 있다는 친절한 응답을 받았다.
홈플런을 시작했대서 춘천에 간 김에 평소에 이용하지도 않는 홈플러스에 가보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뜬금없이 세일하지도 않는 코코넛만 두 덩이를 사서 나왔다. 다 마시고 남은 코코넛 껍질이 이날 저녁 우리집 벽난로의 좋은 연료가 되어주었다. #춘천코코넛
어딜 갈지 몰라 갈팡질팡하던 차에 '광판팔뚝김밥'이라는 팔뚝만한 간판이 눈에 띈다. 이후에 여길 두 번이나 갔다. 김밥이 팔뚝만하고 매운 걸 못 먹는 우리집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가득했다.
강원 FC가 여기에 구장이 있는지 (축구알못이라 틀린 내용을 써도 이해바랍니다) 깃발이 펄럭이는데 아이를 축구장에 데려가본 적이 없어서 4월에 있다는 경기를 직접 볼까 싶다. 이런 걸 #직관 이라고 하는 게 맞나. 큰 경기장에서 축구를 볼 거라고 얘기해주니 아이가 '거기 가면 손흥민 있어?'라고 묻는다. 아니. 없어. 그건 아무리 내가 축알못이라도 알겠다야.
차로 지나갈 때마다 외국인들이 창가에 앉아있는 파리 스타일의 카페가 있어서 한 번 가보았다. 들어가보니 왜 파리가 느껴졌는지 알았다. 베이커가 꼬르동블루 출신이시다. 그리고 언론사 선정 전국 Top 10에 드는 대파빵이 여기에 있는데 굉장히 맛있다. 유럽에서 난다 긴다 하는 여러 퍽퍽한 빵들을 먹어봤지만 춘천 대파빵 한입에서 대단한 감동을 받을 줄이야...
맥도날드에 신제품 토마토 치즈 크러스트가 나왔대서 이것도 춘천에서 먹었다. 내가 사는 시골 동네에는 맥도날드가 없다. 춘천까지 가서 왜 맥도날드를 갔냐고 욕할 거면 더 한 것도 말해줄 수 있다. 춘천의 한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은 적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다 3월에 일어난 일이다...
아이가 있으니 애니메이션 박물관, 토이로봇관, 책과 인쇄박물관, 국립춘천박물관 등은 훑어보았고 바람이 불던 어느 날에는 춘천중도물레길에서 나무로 만든 카누를 타기도 했다.
아직 김유정레일바이크나 삼악산호수케이블카는 가보지 않았다. 춘천 방문 일정이 아직 남아있어서 날씨가 더 좋아질 때를 기다려봐도 좋을 것 같다.
* 남편이 우리가 데이트할 때 남이섬에 가보았다고 귀띔해주었다. 아 맞다. 거기서 함께 타조를 본 기억이 났다. 나 춘천 가봤네. 므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