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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 Dec 13. 2019

13 Dec :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관찰일기 프로젝트 2일 차


톰 소여의 모험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은 모험 그 자체인 소년, 모험을 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인간의 원형이 고스란히 보전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갈 곳이 많고 만날 인간이 많으며 미시시피강의 물결처럼 두근대며 또 출렁이며 푸르게 140년을 흘러왔다. 그는 여전히 명랑하고 그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른이 된 톰 소여는...' 이야기가 이어졌다면 분명 훌륭한 작가가 됐을 거라 나는 분명히 생각한다. 기억하자 우리는 누구나 소년이었고 실은 이 지구의 종을 대표하는 무언가였다. I'm tom I'm a boy I'm not a student



Q1. 이 워크북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관찰일기 워크북이든 심리상담이든 모두 한 가지 목표로 귀결된다. 


흔들리지 않기.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되기 위해서 이 워크북을 시작했다. 자아의 개념을 정립한 10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십여 년의 시간 동안 늘 꿈속처럼 몽롱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게으르고 산만하고 우울하고 회피하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사는 삶이란 자연스럽게 자기 비하로 점철되기 마련이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깨어있다는 것이다. 깨어있다는  것은 눈을 뜨지 않고 있어도 가야 할 길을 아는 것이다. 꿈 결 속에도 헤매지 않고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그런 에너지로 일상을 채우게 되면 매일 아침 일어나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낭비하지도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걱정으로 시간을 허비하지도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먹는 행위'에 안도감을 얻지도 않을 것이다. 출근과 학업에 충실하고 좋은 에너지로 타인을 끌어당기며 신뢰를 기반으로 대인관계 불안함도 사라질 것이다. 매 순간 충만함을 느끼며 살 것이다.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고 완성과 온전함을 받아들일 것이다. 불평불만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해야 할지'몰라 휴대폰을 만지며 2-3시간을 보내고 제대로 씻지도 않은 채로 학교를 가거나 밥을 먹는다. 그 후 몽롱한 상태로 쇼핑이나 유튜브 시청에 시간을 쏟고 "앞으로 뭘 해야 하지"라는 근원적이고 생뚱맞은 질문이 뒤통수로부터 떠오르면 그 답을 찾기 위해 '실패하지 않을 거야'라는 싸구려 안도감을 갈구하며 유튜브와 각 종 인터넷 서핑을 통해 내가 할 직업을 찾아보고 그 직업에 대한 전망을 알아본다. 그러다 집에 가서 다시 휴대폰을 만지고 잠에 든다. 생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쓰레기 같은 삶이다. 죽어가는 육체에 뉘이기만 한 정신이다. 무엇을 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그것을 원하지도 않아 늘 불안감에 얼굴을 처박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이 생활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다.


회계사와 에디터 그리고 건강 심리상담가 및 라이프 코치를 직업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것 모두 결단이 필요한 일들이다. 직업을 정하는데 필요한 기준들은 다양하다. 사회적 인식이나 자아실현 등. 나는 이 과정에서 직업을 확신할만한 최우선 목표가 없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며, 알지 못하니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매 번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변명한다. 스스로에게 외부의 존재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것은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해 자인하는 것이다.  


생계를 책임지는 것과 궁극적인 목표는 결코 분리돼서는 안 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며 가까운 1개월 1년의 생계를 책임지며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계획이 필요한 것이며 그 외의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더불어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일희일비하며 쉽게 분노에 휩싸이는 것은 모두 스스로에 대한 왜곡된 의견에서 비롯된다. 싯다르타는 무소의 뿔처럼 홀로 걸어가라 하셨다. 자신의 육체를 먹여 살리는 생계와 정신의 근원인 사색과 결정을 외부에 의존치 말고 홀로이고 나아가라. 흔들리지 않는 것은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경영함에 홀로 단단히 설 수 있는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일상에서 이룩하기 위해 이 워크북을 구입했다. 

칸칸이 비어있어 뼈대만 앙상한 재목은 날랜 바람에도 동요하며 제 움직임으로 다시 요동친다. 

한 칸 한 칸 채워진 책들로 단단히 뿌리박기를 거센 폭풍에도 그 무게를 뽐내기를 바란다. 

더불어 세상에 저 밖에 없다 내세운 시절을 지나 뼈대는 뼈대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우치고

그 속을 채운 책들을 지키기 위해 우직히 존재하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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