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얻고자 하는 마음은 방황하기 마련이라

나는 복음서의 글자 속에서 정확히 말해 금지와 금제의 구절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가장 투명한 시선으로 신을 바라보는 것인데, 내가 욕심내어 원하는 이 지상의 물건 하나하나는 내가 그것을 욕심낸다는 그 사실 때문에 불분명해져 버리고 그리하여 나는 이 세상 전체가 곧 그 투명함을 상실하거나, 내 시선이 그 투명함을 잃어버림으로써, 나의 영혼에 신이 느껴지지 못하게 되고, 나의 영혼은 피조물을 위하여 창조자를 버림으로써 더 이상 영원 속에 살기를 그치고 신의 왕국을 갖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느낀다.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짧은 15분 아침 명상 후 내가 집어든 책은 지드의 <지상의 양식>이다. 이 책은 원색의 물감들로 가득 차있는 파레트 같은 책이다. 지드가 북아프리카 여행 중 지독한 결핵을 앓고 나서 깨달은 바들을 풍요, 환희, 기쁨, 찬미의 언어로 풀어놓은 글이다. 지드는 그 여행에서 모든 종교적, 도덕적 족쇄들을 벗어던졌다. 나의 언어로 바꾸어 말하자면 자신의 지각과 인식 그리고 느낌에 덧붙이는 해석 그리고 그것들에 기대 내려지는 많은 결정들, 다시 그것들로 펼쳐지는 삶에 대한 평가 이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외부의 규율들을 깨부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이러한 정신적 깨달음은 단연 생사를 넘나든 강렬한 체험 덕분일 것이다.

일상에서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거나 혹은 조급함으로 생각과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면 이 책을 도피처 삼아 읽는다. 오늘 아침의 느낌도 그랬다. 음 아니 요 며칠간 그런 상태였던 것 같다. 미래라는 미신을 믿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자. 현재에 집중하다보면 그리는 미래는 만들어진다. 그리고 현재에 집중하는 힘은 다시 미래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오늘을 보고 미래를 그리자. 는 마음가짐은 보기에는 그럴싸하다. 그래서 많은 동기부여학과 박사, 교수님들이 말한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컨디션과 정서 상태에 따라 기복이 있다. 그리고 현재가 흔들리면 미래는 더 크게 흔들린다. 이 사실 때문에 현재에 경직될 수 밖에 없고 현재에 깃든 미래의 감각을 놓칠세라 더욱 긴장하게 된다.

 내가 세운 계획과 미래를 놓치기 싫고, 하지만 현재는 그것까지 생각하기에는 너무 바쁘고. 현재에서는 현재에 집중하는 만큼 생기는 욕심이 있다.(ex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 그런 이유로, 이제 불안에 휩싸이지는 않지만 그닥 충만하지는 않은, '감사하다'라는 기도 끝에 쩜쩜쩜 물음표 ....? 가 붙는 마음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 명상을 할 때도 끼어드는 생각들은 미래에 대한 그림들이었다. 그 그림들로 인해 심히 뛰었다가 풀어졌다가 다시 조여지는 심장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믿지 않는다'고 연이어 말했다. 믿지 않는다. 현재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닌 내 머릿속에서 지어낸 예측, 그것이 좋든 안좋든 믿지 않는다. 그것에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오로지 지금 여기 있는 수행을 지속할 뿐이다.

세상과 인생에 대한 그 무슨 부조리한 관념을 가졌기에 우리 불행의 4분의 3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는 것이며, 과거에 집착한 나머지 내일의 기쁨은 오늘의 기쁨이 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면 불가능 하다는 것을, 하나하나의 물결이 아름답게 굽이치는 것은 바로 그 앞의 물결이 자리를 비켜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저마다의 꽃은 모름지기 열매를 위하여 시들수 밖에 없고 그 열매가 떨어져 죽지 않으면 새로운 개화를 보장할 수 없으며 그래서 봄이라는 계절 자체도 겨울의 문턱에 의지한다는 것을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 것인가.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침에 기분이 안좋거나 속이 답답한 느낌이 들면 그 전날 먹은 것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신체적 불편함은 심리적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수행을 하면 자연스럽게 몸의 감각에 예민해지고 좋은 음식과 식습관을 찾아가게 된다. 이리 저리 답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불편함의 근원이 몸에 남아있는 어제의 피자 잔여물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서 붓다가 설한 진리에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