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엄마가 미안해
육아를 하다 보면 정말 많은 위험 상황에 아이가 노출되곤 한다.
그때 모든 건 부모의 잘못이다.
작고 어린아이는 위험하다는 걸 아직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일이 좀 지났을 무렵 생후 약 7개월 경, 은우는 엄마 껌딱지가 되어버렸다. 젖을 먹다가도 엄마가 어디 갈까 불안한지 힐끔힐끔 고개를 젖혀 내 얼굴을 쳐다보곤 했다. 내가 눈 앞에서 잠시라도 사라지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며 아주 서럽게 울어댔다. 아이가 부모와 강한 애착을 형성하는 시기가 6~7개월 정도라고 하니 이건 뭐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내가 누워있으면 나에게 다가와 옷 끄덩이를 붙잡고 계속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꼭 코알라가 나무에 달라붙어있는 것 같달까. 엄청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내가 꼼짝을 할 수 없으니 지치고 피곤하긴 했다.
이 시기에는 잠투정도 심해졌고 엄마에게 도무지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탓에 아이 침대가 따로 있음에도 부부 침대에 아이를 재울 때가 많았다. 아이가 잠이 들어있을 때 볼 일이 있으면 항상 침대 맨 안 쪽에 눕혀놓고 거실로 나오곤 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별 탈없이 보냈으니 '괜찮겠지' 방심하다가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설거지를 하는데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뛰어가 보니 아이는 침대 밑바닥에 엎어져서 엉엉 울고 있었다. 너무 놀란 마음에 나도 같이 울면서 신랑에게 전화를 걸었다. 눈 앞이 캄캄해졌다.
혹시나 싶어 병원에 간다고 해도 병원에서는 어린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뇌 손상이 걱정된다고 CT 촬영을 하기 위해 수면제를 먹여 방사선에 노출을 시키는 건 또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침대 높이가 높지 않았고 아이 얼굴과 몸에는 부딪힌 상처도 없었다. 안아서 토닥토닥 달래주니 금방 진정이 되었다.
하지만, 72시간 동안은 아이를 잘 관찰해야 했다. '소리 반응, 눈 잘 마주치는지, 목을 제대로 가누는지, 손목 발목 움직임에 이상이 없는지'를 체크하고 혹시나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거나 구토를 하거나, 발작, 경련을 일으킬 때는 무조건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은우에게 너무 큰 죄책감이 들었고 엄마로서 한없이 부족한 내가 미웠다. 아이에게 상처하나 남기지 않고 키우고 싶은 게 다 같은 부모 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무조건 아기 침대에서 재우거나 바닥에서 재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아기의 낙상사고가 흔한 일이라고 해도 남의 일이겠거니 했는데 이 방심이 큰 화를 부른 것이다.
생후 7개월은 기어 다니고, 잡고 서면서 활동성이 한창일 시기다. 그럴 때 일수록 낙상 사고를 더 주의해야 한다. 아가야 미안해... 그래도 우리 착한 아기 천사는 금방 진정돼서 이유식도 잘 먹고 방긋방긋 잘 웃어줘서 어찌나 고맙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