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간망토 채채 Feb 18. 2024

잘될 거야라는 뻔한 말이 필요해

모든 게 불확실할 때


다시 이직을 준비하고 있고, 그 외에도 벌려놓은 일들이 많아 늘 과정 중에 있는 요즘의 나다.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면 '다른 사람들은 다 잘 풀리는 것 같은데 아직도 나는 모르겠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앞선 글에서도 나는 다른 이들의 승진을 보고 힘든 마음이었고, 나 빼곤 다들 자기 길을 잘 찾아가는 것 같다.


왜 나는 항상 그 ing... 어떤 과정 중인 걸까. 결과는 언제 나오려나. 그래서 최근엔 그냥 단기 알바 자리라도 알아봐야 하나 싶다. 꼭 돈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그래도 뭔가 단순 노동을 투입해서 결과물인 돈이 바로 나오는 행위니 나의 심란한 마음을 단순화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때론 그런 일들이 정말 마음에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


여러 가지 일들을 벌려놓고 있긴 하다. 연초에 계획했던 것 중에서 벌써 손을 놓은 일들도 있다. 뭐가 맞는 방향인지 사실 모르겠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긴 하지만, 그냥 너의 정답은 이거야 하면서 누가 좀 집어줬으면 좋겠기도 하고.



괜찮아질 시간이 필요해


사랑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왜인지 잘 안 풀렸고. 일도 사랑도 정말, 둘 중 하나는 되었으면 좋겠는데 무슨 맨날 이리 겨울인가. 이대로 날이 따뜻해지면 더 우울해질 것만 같다. 봄아 오지 마!!! 지금 벚꽃 보면 너무 슬플 것만 같아...... 봄에 우울증 환자가 더 증가한다는데, 정말 맞는 말 같고. 분명히 올해 운세는 좋다고 그랬는데. 아직도 나는 제자리를 도는 것만 같다. 열심히 살지 않은 적이 없는데 말이지....... 지금도 하루하루는 성실히, 분명히 애를 쓰며 살아가고 있지만 결과물이 도무지 잡히지가 않는다. 



있잖아
요즘 뭐 하나 내게 참 쉽지가 않아

너무 힘이 들어 나
 
쉽지 않은 감정들을 버티는건 어렵고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 같아
언제쯤
멈춰 선 발걸음을 뗄 수 있을지

나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괜찮아질 시간이 필요해 지금 난

- 최인경, 시간이 필요해



이 노래는 퇴사한 직후에 진짜 많이 들었었는데 아직까지 듣게 될 줄은 몰랐다^_ㅜ


지나고 보면 이 시간도 의미가 있겠지라고 되뇌어보지만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정말로 어떤 일에서는 이만큼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풀리는 날이 올까? 그냥 이런 생각이 맴도는 요즘이다. 대체 얼마나 대기만성이 되려고, 나를 이토록 다듬이질을 하게 만드는 걸까.





모든 건 지나갈 거야


그래서 이 노래를 그냥 멍하니 듣고 있다. 올 1월에 나온 옥상달빛 신곡인데, 고마운 팬들을 위해 정규앨범을 내기 전 선물로 내고 싶었던 곡이라고 한다. 사실 평소에는 옥상달빛의 '괜찮아, 잘 될 거야, 수고했어, 난 널 알아'식의 위로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냥 자위적인 위로 같기도 하고, 너무 많이 소비되어 버려 그런 것 같기도 해서다. 그럼에도 지금은 이 노래가 필요하다.



가끔 모든 게 너를 힘들게 해도
누구보다 너를 위해 잘했다 말해줘
모든 건 지나갈 거야

- 옥상달빛, happy ending



그냥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어찌 됐든 내가 뭔갈 포기할 사람은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아니까. 내일부터는 아침에 공복 달리기도 시작해 볼 결심이다. 인스타 둘러보기에 우연히 '인생이 잘 안 풀리고 있다면 당장 이걸 하세요' 식의 릴스에 영업당했는데, 그 사람은 새벽에 운동하는 걸 추천했다. 핵심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승자로 바꾸는 것인데, '내가 이걸 할 수 있구나', '나도 어려운 걸 하나 하고 있다'라는 것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2주만 실천해도 자신이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해보려고 한다. 뭐가 될는지는 모르지만..


그렇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도대체 얼마나 더더더더 거절당하고 실패하고 그럼에도 또다시 도전하고 일어나야 하는 것인지.

결과가 남지 않는 면접도, 꼭 무엇으로 되지 않는 사랑도 다 의미가 있는 걸까?

정말 모르겠다. 


서른 살 여름, 종로 반디 앤 루니스 한국소설 코너에 서 있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나는 안 되는 걸까, 한참을 서서 움직이지 못하던 내 모습을.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삶은 멀리 있었고, 점점 더 멀어지는 중이었다. 이년 간 여러 공모전에 소설을 투고했지만 당선은커녕 심사평에서도 거론되지 못했다. 그해 봄 애써 썼던 '쇼코의 미소'도 한 공모전 예심에서 미끄러졌다.

(...)

그런 상황에서 어떤 가망도 없는 이 일을 계속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글을 써서 책을 내고 작가로 살아가고 싶었지만 포기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했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펑펑 울었던 적도 있다.
 
(...)
 
십 대와 이십 대의 나는 나에게 너무 모진 인간이었다. 그 애에게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어깨도 주물러주고 모든 것이 괜찮아지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따뜻하고 밝은 곳에 데려가서 그 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그렇게 겁이 많은데도 용기를 내줘서, 여기까지 함께 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 최은영 작가, 「쇼코의 미소」 작가의 말 가운데





작가의 이전글 아주아주 많이 아꼈으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