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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익 Sep 29. 2024

논술의 종착역, 창의력 #4.

새로운 차원의 창의력, 카테고리 시프트.



맹인이 안경을 쓴다?


창의력이란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능력이다. 안경의 범주 안에서 테가 없는 안경이란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게 창의력이다. 테가 있는 안경과 테가 없는 안경의 개념을 분리한 것이다.


더 높은 차원의 창의력이 있다. 바로 범주를 바꾸는 것이다.


안경의 본질은 ‘시력을 보완하는 기구’이다. 안경이 가진 속성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시력을 보완해주는 기구

2. 렌즈

3. 코받침

4. 귀걸이

5. 테

...


위 속성들을 조합해 다음과 같은 새로운 개념들을 분리할 수 있다.


안경-  테가 있는 안경

          테가 없는 안경

          렌즈가 있는 안경

          렌즈가 없는 안경

           코받침이 있는 안경

          코받침이 없는 안경


한 업체가 렌즈가 없는 안경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렌즈가 없이 어떻게 안경을 만들 수 있을까. 안경의 본질은 ‘시력을 보완해 주는 기구’다. 본질만 만족한다면 렌즈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렌즈 없이 어떻게 시력을 보완할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먼저 본다는 게 무엇인지를 정의했다. 본다는 건 대상을 뇌가 인식하는 것이다. 망막에 비친 빛을 시신경이 뇌에 전달하면 뇌는 빛의 신호들을 연합해 대상을 표상(Representation)한다. 표상된 이미지를 뇌는 과거의 데이터와 비교해 대상이 무엇인지 인식한다.


시력이 좋지 않다는 시신경에 빛의 신호가 잘 도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시신경이 빛의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경로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이 픽셀들을 연합해 표상하는 데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안경을 쓰는 건 대부분 첫 번째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빛은 각막과 홍채 수정채를 통과해 망막에 맺힌다, 이 중 하나 이상에 문제가 있으면 시신경에 빛의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신경은 빛을 전기의 신호로 바꾸어 전달한다. 빛을 통과시키는 렌즈 대신 빛의 신호를 인식해 전기신호로 변환해 시신경에 직접 전달한다면 렌즈 없는 안경을 만들 수 있다.


이같은 렌즈 없는 안경은 시력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 시력이 아예 없는 사람도 볼 수 있게 해준다. ‘시력을 보완해주는 장치’가 이니라 ‘시력을 되살려주는 장치’다. 실제 이런 장치가 2011년에 이미 나왔다. 당시만 해도 맹인이 정상인처럼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망막 뒤에 60개의 광점을 달아 시신경에 전기신호를 전달해주는 정도여서 사물의 윤곽정도를 알아 볼수 있는 수준이었다.


일런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뇌를 컴퓨터와 연결하겠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유명해졌다. 이 회사가 만들겠다고 한 것 중 하나가 맹인이 정상인처럼 볼 수 있는 안경이다. 빛의 신호를 전기로 변환하고 이를 뇌신경들이 다시 이미지로 연합해 뇌가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이처럼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렌즈 없는 안경’이란 새로운 개념에서 출발했다. 기존의 안경에서 작은 개념 하나를 만든 것인데 이같은 안경을 만들다보니 아예 기존의 범주를 벗어난 상품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 것은 안경의 범주가 아니라 맹인 대상의 치료용 기구다.


이처럼 범주가 바뀌는 것을 카테고리 시프트라고 한다. 카테고리 시프트는 단순히 개념을 분리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창의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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