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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란전쟁 14화

[이란전쟁] 위안화 절상은 왜 이란에게 위협적일까?

- 서부 경기 부양에 눈돌린 중국...미국, 이란 경제봉쇄 강도 높일 듯

by 김창익

상대국 통화절상은 미국이 무역적자를 해소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거대한 소비시장을 가진 미국은 구매력을 무기로 수출국 통화절상을 요구한다. 수출이 줄어도 미국이란 시장을 잃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 상대국은 차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위안화환율.jpg 시진핑이 내수부양으로 눈을 돌리면서 위안화가 강세다.


1985년 플라자합의가 대표적이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시민들은 소니 워크맨과, 독일 BMW에 열광했다. 2차 대전 후 미국의 돈풀기로 제조업을 바탕으로 회생한 일본과 독일은 소니와 BMW를 앞세워 미국 본토를 공략했다.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미국은 주요국 재무장관을 플라자 호텔로 소환했다.


일본과 독일은 미국의 통화절상 압력에 굴복했다. 엔고와 마르크의 통화절상이 단행되면서 일본과 독일의 수출은 급격히 줄었다. 일본의 장기불황은 이렇게 시작됐다.

플라자합의.jpg 플라자합의의 주역들.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인위적 환율 조정에 대한 합의로 일본 경제는 장기불황에 빠진다.


아들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 된 후 미국은 중국 때리기를 본격화 했다. 위안화 절상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WSJ 등 주요 외신은 보수 씽크탱그가 발행하는 보고서들을 그대로 인용해 중국이 위안화를 48% 절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의 생산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 입장에서 큰 폭의 통화절상은 경제성장의 포기를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당시 후진타오 주석은 밀당의 고수였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상당히 유연하게 대처했다. 미국이 보수 언론을 앞세워 통화절상 압력을 넣으면 후진타오 정부는 "신중한 검토"란 입장으로 시간끌기를 했다. 통화절상을 하지 않으면서 본격적인 무역마찰도 피한 것이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일본을 보면서 후진타오 정부는 인위적 통화절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를 잘 알았다.


최근 위안화가 강세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수출이 어렵게 됐다. 이럴 수록 위안화를 더 떨어뜨려야 관세 장벽을 상쇄하는 것이다. 시진핑은 역발상을 했다. 트럼프가 위안화 약세를 위안 중국 정부의 인위적 시장 개입을 용인할리 만무하다. 시진핑은 오히려 반대로 갔다. 14억명 인구를 바탕으로한 막대한 내수시장이 중국 최대의 무기다. 내수를 살려, 6%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 게 목표였다.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을 높인다. 어려움에 처한 수출기업들은 보조금을 줘 고용을 최대한 유지했다. 첨단 IT 기업들을 지원해 새로운 고용을 창출했다. IT 기업 특성상 파트타임 일자리가 늘었다. 이른바 긱 경제가 본격화 한 것이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중국에서 월소득이 우리돈으로 17만원(1천위안) 이하인 저소득 인구가 6억명을 웃돈다. 대부분 서부 저개발 지역에 밀집해 있다. 시진핑 정부의 타깃은 이들이다.

중국 지역별 소득격차.png 내수부양에 방점을 찍은 시진핑의 시선은 서부로 향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달 소득 1천 위안 미만의 인구가 6억명에 달한다. 이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엄청난 구매력이 폭발하게 된다.


부자들은 소득이 늘어도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꽃등심을 먹고 벤츠를 타는 사람이 소득이 는다고 소고기와 자동차 소비가 늘지는 않는다. 돼지고기를 사먹는 것도 힘들 사람들, 자가용이 없는 사람들이 소득이 늘 때 소고리를 사고, 자동차를 산다.


6억명의 인구가 소고기와 자동차 소비를 늘릴 때 그 구매력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우리 인구의 열배에 달하는 구매력이 소비 패턴이 바뀌는 것이다.


중국의 서부 개발은 일대일로와도 연결된다. 서부지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인접국과의 교역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서부지역은 인도와 파키스탄, 우크라이나-이란 등지와 연결된다. 중국이 파키스탄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되는 육상 송유관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이 일대일로의 핵심이다. 서부 지역에 석유비축기지, 석유화학 공업단지가 건설되면 고용과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 원유의 위안화 결제가 가능한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 비중을 늘리는 게 중국 입장에선 관건이다.


이같읕 구상이 현실화할 수록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봉쇄를 강화하고, 파키스탄-인도의 국경 분쟁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국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의 국영석유회사에 대한 경제제재를 실행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경제봉쇄에도 불구, 이란으로부터 하루 50만배럴 가량을 수입한다. 하루 1천만배럴 가량을 수입하는 중국 입장에서보면 5% 정도인 셈이다. 하지만 이란이 위안화 결제를 한다는 점, 서부 육상 송유관이 건설될 경우 이란산 원유의 매력이 더욱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입장에서 서부 저소득층에 대한 중국 정부의 육성책은 상당히 위협적인 대목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지난 50여년간 잠잠했던, 파키스탄-인도 국경 분쟁이 수면위로 다시 부상한 건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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