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의 대주주...금융위기 때 시티뱅크를 보라
위 그림은 지난 3년간 두바이유가 추이다. 밑의 것은 같은 기간 엑슨모빌 주가추이를 나타낸 그래프다. 두개를 뒤 바꿔 놓아도 분간이 힘들 만큼 비슷하다. 심지어 골과 마루까지 거의 같다. 우연인지 이유가 있는 지 모르겠으나 유가와 주가의 수치 또한 비슷하다.
전문 정유업체이니 유가 추이에 따라 주가가 등락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다시말해 달러 약세가 장기화하고, 코로나19가 끝나 중국 등 석유 수입국의 석유 수요가 되살아나면 엑슨모빌 주가는 반등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트럼프와 푸틴, 빈살만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적으로 배럴당 40달러 선이 유지되고 있지만 수급상황과 달러 가치를 따지면 유가는 상당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중이다. 현재 유가는 한껏 당긴 활시위와 같다. 아직 시위가 손가락 끝을 떠나지 않았지만, 오는 11월3일 미국 대선이 끝나고 트럼프가 러스트 벨트 유권자들의 눈치를 더이상 볼 필요가 없게 될 때 당겨진 시위는 마치 스프링처럼 반발할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엑슨모빌은 상장 92년만에 지난 8월25일 다우존스 지수에서 퇴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2020년 1분기 13년 만에 분기배당을 동결했다. 수십년만에 분기손실을 기록하고, 2020년 자본지출 예산을 230억달러까지 30% 감축했다. 경쟁사들이 친환경 에너지 사업 비중을 늘리며 포트폴리오 전환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는 달리 엑슨모빌은 오히려 유정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 청개구리식 행보를 계속해 왔다는 비판도 비등했다.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가 오면서 쇠락했던 필름 업체 코닥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엑슨모빌이 실제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대마불사란 말이 통하기 힘든 게 현재 글로벌 시장의 냉혹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마가 죽지 않는다 장담할 수 없지만 죽을 가능성이 여전히 작기는 하다. 특히 엑슨모빌이 갖는 역사성과 상징성, 미국의 지배구조에거 차지하는 위상 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엑슨모빌이 망하기 힘들 것이란 생각의 배경엔 우선 창업자 록펠러의 후광이 있다. 엑슨모빌은 석유왕 존 D 록펠러가 1870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설립한 스탠더드 오일의 후신이다. 1911년 반독점법으로 34개 기업으로 분해되면서 록펠러는 뉴저지 스탠더드 오일을 맡았다. 1928년 중동원유 수입권을 확보했고, 1948년엔 아라비안 아메리칸 오일컴퍼니 지분 40%를 확보한다. 이 회사가 바로 세계최대 석유업체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전신이다. 지금은 국유화돼 엑슨모빌의 지분은 없다.
2005년 출간된 쏭홍빈의 화폐전쟁을 통해 Fed가 우리나라 한국은행과 달리 민간이 출자한 주식회사란 점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로스차일드가 만든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을 벤치마킹했고, 미국의 연방제 특징이 결합되면서 우리와는 다른 중안은행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화폐전쟁에 따르면 지분률 등의 구조가 정확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시티뱅크와 JP모건, 록펠러 등이 Fed의 대주주다. 시티뱅크는 세게 최대 부자로 알려진 로스차일드가 지배하는 은행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의 금융업계 구조조정 리스트에 올랐던 시티뱅크가 살아남은 배경엔 Fed의 대주주란 지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달러 발행량의 6%를 수수료 명목으로 배당받는 Fed 대주주가 망한다는 건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들 것이다.
엑슨모빌이 갖고 있는 사업구조도 이 회사의 도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전세계에서 엑슨모빌이 확보한 유정은 석유 수급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엑슨모빌은 전세계 석유의 3% 가량을 생산하고 보유중은 유정과 가스전의 매장량은 세계 14위다.
엑슨모빌은 업계에서 드물게 업-다운스트림까지 수직계열화에 가장 성공적인 석유기업으로 꼽힌다. 업스트림은 석유 탐사-채굴-수송까지의 단계를 말한다. 다운스트림은 소비자와의 접점인 정유-주유소-마케팅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엑슨모빌이 전기차와 친환경 에너지 개발이 가속화하는 가운데서도 유정 개발과 확보를 지속하는 건 업스트림이 수익의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다운스트림 영역에서도 엑슨모빌의 지배력은 막강하다. 세계 21개국에 36개의 정유공장을 갖고 있다. 북미와 유럽, 아시에 등 전세게에 걸쳐 고루 분포됐다. 엑슨모빌이 망하면 전세계 정유제품의 수급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정유제품은 전세계 120여개국에 공급된다.
엑슨모빌의 종업원 수는 7만4천여명에 달하고, 종업원 1인당 매출은 대략 60억원, 순이익은 6억원 정도다. 2019년 매출액은 우리돈으로 288조원 가량이다. IT 산업 발달로 시가총액은 애플이 오래전 엑슨모빌을 앞질렀지만 순이익은 엑슨모빌이 여전이 압도적이다.
엑슨모빌이 세계 최대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회사란 점도 대마불사의 신화를 이어갈 수 있는 요인이다. 엑슨모빌은 연간 8% 가량, 주당 3.5달러 정도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세금 등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10억을 투자할 경우 연간 8천만원을 배당으로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순이익이 급감한 올해도 분기 배당을 동결하긴 했지만 배탕컷을 하지 않고 버텼다. 이를 위해 150억달러 가량을 은행으로부터 차입한다고 한다. 저금리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인 현금흐름이 이를 버틸 수 있는 수준이란 방증이다. 주주들 입장에선 든든한 수익원인 셈이다.
엑슨모빌의 주주들을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전세계 부호들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 지도자들이 이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보수적인 워싱턴 정가엔 당연히 엑슨모빌의 주식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많다. 이들이 자신이 가진 주식을 쓰레기로 만드는 정책을 만들리 없고, 타인이 그렇게 하는 것을 수수방관할 리 없다.
앞서 여러번 언급했지만 40달러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현재 유가가 시장가격이라기 보다는 정책가격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엑슨모빌 주식이 유가 상승과 함께 다시 세계 최고 우량주로 반등할 것이라고 기자가 생각하는 이유다.
40달러는 사우디 입장에선 좋고, 러시아 입장에선 그저그렇고, 미국 정유사들 입장에선 감내할 만한 가격이다. 채굴 원가를 기준으로 그렇다. 원가구조나 재무상태가 안좋은 미국 셰일업체 입장에선 끔찍한 가격이다. 셰일업계 채굴원가가 평균 배럴당 49달러 선이기 때문이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미국 남부지역에 유정을 가진 원가구조가 비교적 좋은 셰일업체들은 버틸 수 있지만 대부분 업체들은 도산 위기다. 엑슨모빌의 채굴원가는 배럴당 20달러 선으로 알려져 있다. 40달러 선의 유가가 만만하지는 않지만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얘기다.
트럼프가 푸틴과 빈살만과 4월30일 유가를 놓고 끝장 담판을 지을 때 이같은 모든 상황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세명의 정상이 균형을 이루는 한 점이 배럴당 40달러의 원가고, 공교롭게 그 가격은 엑슨모빌이 도산하는 셰일업체들을 이른바 줍줍하는 상황으로 만들기 딱 좋은 가격이다.